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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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식의 장소, 불교전문 서점 탐방기
입동이 왔다.
서울시내 거리는 노란 은행잎이 나뒹굴고 앙상한 가지가 거리를 차갑게 만든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진정 책 보기에 좋은 계절은 겨울이 아닌가 싶다.
뜨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차 한잔을 마시며 보는 책. 이는 휴식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좋은 책 한권은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링컨은 젊은 시절 스토우 부인의 소설 <엉클 톰의 오두막집(Uncle Tom's Cabin)>을 읽고, 변호사에서 정치가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상을 고발한 소설은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 노예폐지운동을 하겠다는 동기였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되어 스토우 부인을 초청하여 부인에게 악수를 청하고, 부인의 손을 잡은 채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스토우 부인, 부인의 연약한 손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게 하셨습니다. 부인께서 쓰신 책 한권이 이렇게 세상을 바꾸게 하신 것입니다.”
책 한권은 세상을 바꾸었고, 인간의 본성인 자유를 만들었다.
책을 통해 문화가 꽃핀다고 하는데 그러면 불서를 통해 불교문화가 꽃피는 것이 아닌가?
불자들은 불서를 얼마나 읽을까? 요즘 불교출판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면 불자들의 수준과 앞으로의 불교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불자라면 삼법을 알고 있다. 불, 법, 승 이중 법을 전하는 곳. 이는 불교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큰 가르침을 얻거나 깨침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불자들이 스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중생심리. 이때 경전(법)을 가까이 두고 지키는 것이 참다운 불자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서점 안에는 경전부터 만화로 된 불서까지 모든 지식과 길이 있다.
안국역 근처에는 작은 불교서점이 세 곳이 있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서점, 그 옆 현대불교신문사 안에 있는 여시아문, 경복궁 입구 건너편 법련사 불일서점. 제 각각 나름대로 분위기가 틀리다.
먼저 조계사 불교서점에 들어갔을 때, 북적거리는 경내와는 달리 한산했다. 상품 코너와 같이 있는 서점은 공간은 적지만 빽빽이 꽂힌 책들이 경전부터 어린이 불서까지 다 갖춰있었다. 대웅전 안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는 책 속에서 전해지는 듯 마음을 이끈다. 하지만 둘 이상이 등을 돌리고 경전을 뒤적거릴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여시아문 서점은 한 층을 전부 쓰고 있어 꽤 큰 서점에 속한다. 수많은 책과 불교음악, 불교미술품등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있고, 책의 성격에 따라 안내판이 있어 책 찾기가 쉬웠다. 그리고 초심자들이 쉽게 불교입문에 접할 수 있도록 책을 설명해주는 직원이 있었다.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하지만 여시아문은 일반인들이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서점 입구까지 주차장으로 쓰고 있어 책 보다 차를 진열해 놓은 듯 보여 안타까웠다.
법련사 불일서점 가는 길은 잠깐 동안 눈의 피로를 없애기에 좋다. 쭉쭉 뻗은 은행나무, 경복궁 담벼락 등 계절을 잠시 즐기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 한권을 읽는 곳. 작은 엽서, 다기를 진열해 놓은 공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상품 등 시각적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이곳은 작은 공간을 크게 쓰고 있다. 단 이곳도 입구까지 자동차를 진열해 놓고 있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주지 못하고 있다.
불교서점을 다니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먼저 불교서적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제 각각 제목도 다르고, 필자도 다르고, 말씀도 다른 책들. 그러나 공통적으로 서점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는 것.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불교에 대한 부분적이거나 편파적인 책만을 읽고 잘못된 불교관을 형성하는 이도 있다. 책은 인생관과 세계관을 바꾸기도 하지만 독화살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고, 독일 문학가 마르틴 발저의 "어느 인간의 인격은 그 인간이 그간 읽어온 책의 내용과 양으로 결정된다" 는 말도 있다.
며칠이 지나면 새해가 온다. 새해 선물로 불서를 선물하여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하고, 책을 통해 불교문화를 꽃피웠으면 한다. 그러기에는 내가 먼저 책을 통해 혜안을 얻으려는 노력과 그 지혜를 선물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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