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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지도자여,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 입력 2003.11.30
  • 수정 2025.01.15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한데, 편안하십니까? 이렇게 웃는 얼굴로 뵐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제가 올 때마다 마음이 청아하냐 묻고 여러분도 밝은 얼굴로 그렇다고 대답합니다만 사실 저도 요즘은 그렇지가 못해요. 법구경에 부처님의 말씀처럼, 온갖 탐욕의 강에서 살고 있지만 즐겁게 살자하는 말씀이 있는데 가만히 세상을 보면 참 힘듭니다. 힘들면 누군가 힘들지 않게 배려 해야하는데 그런 상황도 없어서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주에 나가서 지구를 바라본 사람들은 지구는 파랗게 빛나는 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이 지구에 몸담고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구는 파랗게 빛나지 않고 온통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전쟁, 테러, 가난 등등 지옥에 구리솥이 끓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정치, 산업현장, 농촌문제, 주택문제, 교육문제 등으로 온통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이 속에 사는 우리들은 왜 힘이 드는가? 이것을 생각해 봐야해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힘든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지도자가 현재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고, 그럴 사람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아  희망이 없고 끝이 안보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안 그렇습니다. 역사상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서 태평성대를 누리기도 하고 지옥 고통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이든 합심해서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다 융화시켜 아름다운 세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리더가 필요합니다.

 장님이 있으면 그를 이끌어 줄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탈에서 떨어지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중생은 장님이고 부처님이 눈뜬 사람입니다.

 

 지도자가 없다고 했지만 지도자가 많기는 많이 있었습니다. 부시도 지도자입니다. 지위로 따지면 전륜성왕 같은 사람이에요. 전륜성왕은 사천왕을 호령하는 왕입니다. 당시 인도 사람은 지구 전체를 통괄하는 왕으로 인식했습니다. 오늘날 지구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사람은 부시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엉터리입니다. 지도자는 지도자인데 최고 지도자가 엉터리로 하기에 지구가 어지러운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대통령도 있고, 단식하는 다수당 대표도 있고,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 등등 많아요. 스스로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도 진짜 지도자는 눈을 닦고 봐도 안 보이잖아요.

 이름만 지도자 말고 진실된 지도자는 부처님입니다.

 

 얼마 전에 신문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사람들이 최고로 생각하는 가치기준을 뭐라 생각하느냐?' 하는 설문조사 기사가 나왔는데, 돈과 권력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50% 였습니다.

 보통 세계적 학자들이 말하길 한 나라에서 돈과 권력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말하는 것이 30% 미만이면 그런대로 괜찮은 나라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50%입니다. 보통 일이 아닙니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한국 인구의 절반이 목숨을 거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인데, 나 스스로도 그렇게 세뇌되어 가고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필요하지요. 돈이 있으면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고 권력이 있으면 사는 맛이 나지요.

 

 저도 7,8년 전 대단한 권력 잡아봤어요. 총무원에서 호법부장을 했는데 나라로 따지면 국정원장, 경찰청장, 검찰총장을 합한 자리입니다. 재미는 있어요. 내가 한 번 전화해서 올라오라 하면 비구니 스님들은 울기도 해요. 그런 재미가 들리면 사람 버리고 수행자 버려요.   

 돈과 권력을 적당히 누리면 재미있는데, 돈을 위해서 돈을 벌고 권력을 위한 권력을 추구합니다.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인데,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무조건 돈을 위해 돈을 법니다.

 권력이 좋은 점이 있는데 남을 도와줄 수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에 불우이웃 돕는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방송사 사장이 하지 말라 하면 못합니다. 반대로 그 프로 하나 더 편성하라 하면 하는 겁니다. 자신은 돈은 없지만 권력은 있어서 그 권력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입니다. 권력은 그럴 때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권력으로 지배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람의 절반이 최고로 생각하는 돈과 권력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돈도 권력도 없습니다. 부처님은 돈과 권력을 쥘 수 있는 왕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평생을 발우 하나 들고 걸식을 했습니다. 부처님은 빌어먹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부처님은 힘이 있잖아요. 스님들이 그냥 맨손으로 시작해 20년 정도 하다보면 몇 십억짜리 불사하잖아요. 그것을 볼 때마다 부처님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부처님이야말로 최고의 지도자라고 말씀드렸는데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지도자라는 것이 꼭 부처님 같은 분, 아니면 세계적 정치가, 빌케이츠 같은 부자,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같은 사람들만이 지도자이냐. 그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야 해요.

 요즘은 남녀평등이라 하지만 의논해서 남편이든, 부인이든 리더는 정해야합니다. 그럴 때 그 가정은 잘 유지가 되고 발전, 화합하고 웃음의 꽃이 피어납니다. 그런 사람이 많이 모이면 마을이 그렇게 되고, 마을이 모여 도시가 그렇게 되고, 그런 도시가 모이면 나라 전체가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정을 꾸려나가는 지도자도 부족하고, 지역사회를 꾸려나갈 지도자도 부족해 결국은 대한민국을 끌고 나갈 지도자도 부족합니다. 그러니 온갖 힘들게 살고 앞이 안보이는 캄캄한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가 지도자가 되도록 하고 또한 나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합니다. 그럼 그런 사회, 그런 지도자가 누구냐?

 반야경에서는 '마하반야바라밀'을 모든 법의 존귀한 인도자라고 했어요. 예불 할 때 부처님을 '삼계도사 사생자부(三界導師 四生慈父)'라고 하는데, 보통 도사 하면 이상한 짓거리를 생각하는데 그 도사는 길도(道)이고, 우리가 예불할 때 하는 삼계도사는 인도할 도(導)자. 즉 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중생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훌륭한 지도자이신 부처님이라는 말입니다. 

 사생자부란 태란습화(胎卵濕化)의 사생으로 태어나는 모든 중생의 자비로운 아버지가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결국 석가모니는 우리 중생들에게 가장 훌륭한 인도자이고 지도자고 아버지처럼 사랑스럽고 자비로운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부처님처럼 되기 위해서는 부처님을 배워야겠는데 그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대품반야경 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보살마하살은 온갖 중생들의 지도자이다. 만약 어떤 보살이 삼천대천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일시에 전부가 사람의 몸을 얻어 모두가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기 위해서 형상과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께 의복, 음식, 의약, 침구, 필요한 일용품을 공양한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복덕을 얻음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말씀 드렸다.

 '정말 많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선남자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배우고 바르게 살려함에 있어서 얻게 되는 많은 복덕에는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에는 지혜되기 있어서 능히 보살마하살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이런 까닭에 보살마하살이 온갖 중생들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배워야한다. 보호자가 없는 중생들 위하여 보호자가 되기를 원하며, 귀의처가 없는 중생을 위하여 귀의처가 되기를 원하며, 눈이 먼 사람을 위하여 눈이 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깊은 반야바리밀을 배워야한다. 사리불아 보살 마하살이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배우면 이러한 모든 착한 부분을 어찌 아는이 없구나.'"

 

 보살마하살이 지도자가 되어야하는데,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보살마하살은 우리들입니다.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우리 모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보다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것이 더 큰 공덕이다. 반야바라밀을 공부하고 지키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한다.

 

 여러분 자식이 여러분을 따르는 것은 그들의 지도자이자 귀의처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의 귀의처가 되고 안내자가 되고 똥오줌 가리게 해주는 것이 부모입니다.

 중생은 바로 그런 사람들인데 그들을 위해 귀의처가 되는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라.

 한국이 근심 없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사람 모두 반야바라밀을 배울 수 없지만 정계, 재계, 관계를 대표하는 사람들만이라도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합니다.

 

 왜 그러하냐? 왜 반야바라밀을 배워야하냐?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분이죠. 즉 문수보살은 반야바라밀의 화신입니다. 지혜의 화현입니다. 그럼 우리들 모두가 문수보살처럼 되었을 때 바른 지도자가 되는 것이고 그 지혜를 내 것으로 하는 것이 지도자가 갖줘야 할 첫째 요건입니다. 그래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을 배워야합니다.

 

 반야바라밀에서 바라봤을 때 권력은 무상한 것입니다. 권력이 허망한 것을 알아야 해요. 허망하지만 그 권력을 지니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권력의 노예가 되지 않고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을 때 그것이 반야바라밀이 됩니다.

 돈도 필요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출가한 스님도 돈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돈이 허망한 것인지 알아야 해요. 돈이란 필요할 때 내가 쓰는 것이지만 남이 필요할 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허망한 것이라고 알면서 돈을 모아야 해요. 그렇지 않고 돈과 권력이 인생의 제1목표라 하면 반야바라밀에 한 발짝도 가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정의 지도자로서도 아버지, 어머니도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최고의 진리이고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가장으로서 지도자가 안됩니다.

 요즘 수능도 끝났는데 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식을 왜 그렇게 힘든 의사를 만들려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자비심도 모자라는 자식을 돈만 많이 번다니까 의과대에 보내려 합니다. 그러면 지도자가 아닙니다. 반야바라밀을 배우고 살아야 합니다.

 

 신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신선처럼 살면 신선입니다. 그러면 부처님처럼 살면 부처인 것이에요. 우리는 가정에서 살지만 부처님처럼 살면 부처입니다.

 반야바라밀을 써서 부처님처럼 살아서 부처님과 같은 지도자가 되어서 훌륭한 보살마하살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면서 오늘 마치겠습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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