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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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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

  • 입력 2003.12.22
  • 수정 2025.01.15

불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 시간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일은 내년에도 계속 계승하고 발전시켜야겠지만, 좋지 않은 일들은 이 시간과, 이 한 해와 더불어서 같이 보내야겠습니다. 마음 속에 있던 번뇌 망상이라든지 그동안 있었던 고통이라든지, 좋지 않은 일들, 특히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과 같은 일들은 올 한 해와 더불어서 멀리멀리 보내고 지나갔으면 하는 그런 발원입니다. 새해에는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찬 해가 되도록 우리 모두 가꾸어 나가야겠습니다.

 

오늘은 동지입니다. 동지하면 그동안 어둠이 길고 밤이 길어 음기가 성했던 것들이 오늘로 마지막으로 다 끝나고, 양기, 밝음 그리고 생명력이 넘치는 활기, 이러한 것들이 어두움을 딛고 어두움을 뒤로 하고, 새롭게 우리 삶의 현장 앞에 드러나는 그런 출발점인 것입니다. 세상에는 음양의 기가 조화로워야 한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음기는 우리들에게 어두움으로 상징되고 고통으로 상징되고 질병으로 상징되는 그러한 음기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음기를 제압시키고 양기를 돋구기 위해서 밝음을 상징하는 팥죽을 쑤어서 온 세상에 뿌리고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고 그것을 먹음으로 인해서 구석구석에 있는 어두움들, 음기를 전부 다 몰아내고 새로운 양기가 승한, 밝음이 승한, 건강이 승한 생명의 활동이 넘치는 그러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고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밝게 해서 양기가 솟아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혼자 먹은 것이 아니고,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이웃과 다같이 나누어서 먹었습니다. 동지의 세시 풍속을 볼 때, 우리 조상들은 좋은 일을 혼자 맞이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구석구석에 밝음을 밝히고,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생명의 활동이 넘치는, 병이 없는 그러한 계기로 삼고자 동지 세시 풍속을 이렇게 지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달력을 신도회 사무처와 접수처에서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어둠을 밝히고, 그러한 해로서 새해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달력을 받고, 달력에 새해의 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달력을 받으시고, 팥죽도 드시고 가세요. 추위에 떠는 마음도 녹이시고, 더불어서 마음 속에 있는 액난들을 전부 소멸시키고 새해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짓날 부처님 말씀 한 가지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음기가 소멸되고, 양기가 성한 밝은 새해가 시작되는 동짓날, 이것은 모든 액난을 소멸시키고 잘 살기 위해서 입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함경〉에 보면 행복해질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중에서 먼저 말씀하신 것이 있는데, “모든 액난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제일이 정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법이 아닌 정법이다. 정법을 받아들여서 기도 수행을 통해서 내 생활 속에 실천하는 것이 내 삶과 내 마음 속, 주변 속에 있는 모든 액난을 소멸시키는 방법 중에서 제1 방법이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정법을 받아들여서 가르침대로 살고, 또 그것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것이 이 세상의 액난을 소멸시키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입춘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춘날 대부분 사람들이 부적을 받습니다. 밝음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건강과 평화와 행복을 가꾸기 위해, 액난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부적을 지니기도 합니다. 부적 중에서 최고의 위신력이 있는 것이 바로 정법입니다. 정법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기도이고 곧 수행입니다. 정법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도와 수행, 이것이 액난을 소멸시키고 건강과 행복과 평화를 가꾸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기도하고 발원하고 팥죽도 드시고 오늘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발원과 의지를 다지셨습니다. 이제 여러분들께서 기도와 수행을 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어떠한 내용으로 기도를 하고 수행을 할 것인가 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정법을 설하셨지만, 우리 중생들은 사사로운 법에 끄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정법을 받아들이고, 정법을 실천하기 위해서 기도 수행하는 것이 액난을 소멸하는 것으로 최고의 방법입니다. 또 재가 불자가 행복을 가꾸는 데 있어서는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액난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곧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액난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출가자가 아닌, 재가 불자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 재가 불자들을 위해 가르치신 네 가지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첫번째가 직업에 충실하라.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신도회장님과 같은 임원은 임원들의 일이 있고, 주부, 직장인, 어머님들은 자기 역할과 책임 등 자기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 지위와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 법회 때 제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어머니 역할을 못하고, 아버지가 아버지 역할을 못하고 자식들을 한강에 던진다면 행복해 질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이 사회가 삭막해지고 따뜻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자기 직업에 자기 일에 충실하라, 자기 자리를 잘 지켜라. 직장인으로서 자리를 잘 지키고, 부모와 자식, 지도자와 선생과 정치인 또는 공무원 등 자기 자리를, 자기 책임을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잘 해내라. 이것을 하지 않고서는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는 자기 역할에 충실해서 벌어들이는 재산과 돈을 잘 지켜라. 재산을 잘 보호하라. 돈이나 곡식이나 모든 재산을 직업에 충실해서 내 손으로 일하고 벌어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수탈당하거나 도둑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며, 천재지변으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합니다. 쓸데없는 행동으로 재산의 손실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노름을 해서 다 잃어버린다든지 술을 먹어서 탕진한다든지, 소위 말해서 주색 잡기를 통해서 재산을 모두 탕진하게 되면 불행해 집니다. 행복해 질 수가 없습니다. 자기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데,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잃어버렸을 땐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산을 잘 보호해야만 합니다.

 

세번째는 착한 벗과 잘 사귀어라. 착한 벗을 사귀는 것처럼 큰 복이 없습니다. 부처님을 만나고 또는 좋은 스님을 만나고 하는 것이 돈 안 든다고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처럼 큰 복이 없습니다. 수행 잘 하는 스님을 만나고 기도 수행하는 도반을 만나고 그런 친구를 만나고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복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그런 복을 지어야 하는 것이지, 자기 그릇과 자기 내용이 형편없으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즉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가 복을 짓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뻐하고 행복해 해야 합니다. 사람 나쁜 사람 만나 가지고 고통 한번 당해 보세요. 이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심사가 뒤틀리거나 나쁜 사람 만나면 골치 아프고 여러 방식으로 나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보살은 그런 사람 만나면 제도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지만, 일차적으로 우리 재가 불자들은 그런 사람에게 휘말리지 말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제도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네번째는 바르고 절도있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바르고 절도있는 생활은 다른 것이 아니고,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계율 수행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복을 지을 수 있고, 모든 신장님들이 보살펴 주십니다. 계율을 잘 지키지 않고, 그 사람에게서 뭔가의 냄새가 난다든지 지저분하거나 마음을 거칠게 쓰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모이지 않고 신장님이 싫어하게 됩니다. 신장님으로부터 내 생활이 보호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사고를 당할지 모르고, 어떠한 질병에 걸릴지 모르고, 재수가 없어집니다. 신장님이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그렇습니다. 절도있고 바른 생활, 즉 깨끗하고 청렴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재가 불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방법입니다.

 

오늘이 동지입니다. 앞서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부처님께 기도를 하고, 팥죽을 먹고, 모든 질병 액난, 그런 기도를 하는 날입니다. 모든 액난 재해를 소멸시키기 위해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서는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기도하고 수행하는 불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셨을 것입니다. 직업에, 자기 일에 충실하고, 자기 재산을 잘 지키고, 착한 벗과 잘 사귀고, 수행을 잘 하고, 자기 삶의 환경을 가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올해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두움과 번뇌 망상과 우리들의 모든 잘못을 지나가는 해에 다 실어 보내 버리고, 참회를 통해서 정법을 기도하고 수행하는 불자가 되고, 그리고 재가 불자로서 행복해질 수 있는 부처님의 네 가지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절도있는 생활을 하고 바르게 계율 수행을 잘 해야 죽을 때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선심화 보살님이 얼마 전에 가셨습니다. 90세 되는 해까지 이 법당에 나와서 열심히 기도를 하셨습니다. 피부가 얼마나 깨끗하셨습니까. 피부에 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걸어가다 넘어져서 다치셨는데 끝내 회복이 안 되었습니다. 계속 누워 계셨는데, 가시기 전날 제가 찾아가서 대화를 했습니다. 제 마음 속으로 ‘참 열심히 수행 잘 하고 가십니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말씀은 못 하시지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바로 이튿날 아무 고통도 없이 가셨습니다. 큰 복을 짓지 않으면 이렇게 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암에 걸릴 수도 있고, 질병에 걸려서 고통스럽게 살려달라고 진통제를 놓고 미련을 갖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갖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태반입니다. 심적 육체적 고통 하나 없이 자연적 생명을 다하고 마음과 몸이 그렇게 가시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 해를 맞이해서 여러분들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번뇌 망상과 욕심을 다 버리십시오. 그래야 정신이 맑아서 저 세상에 가서도 올바른 세상을 찾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정법을 기도 수행하는 불자로서 살 수 있는 서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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