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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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처님이 오신 성도일 철야정진
29일 성도재일 철야 정진이 있었다. 철야는 저녁 9시부터 다음날인 새벽 4시까지, 총 9시간동안 거행되었으며 주지 스님 외 사중의 대덕 스님들도 참석하였다. 연말이라 각종 모임으로 바쁜 와중에도 동참자들은 조계사 대웅전과 극락전을 가득 메워 이 날 행사를 뜻 깊게 했다.
철야 정진은 1,2부로 나누어 시행되었고 1부는 천수경, 백팔 참회문, 금강경을 복송한 뒤 법문, 탑돌이 순으로 거행되었다.
이 날 법문은 주지 지홍 스님이 해주었다. 주지스님은 법문에서
" 석탄일인 4월 8일은 육신의 부처님, 즉 태자 싯다르타가 태어난 날이지만 성도일은 깨달음을 얻은 진짜 부처님이 오신 날이다. 특히 성도일 하루 전 밤인 오늘은 깨달음이 정점에 오른 날이니 더욱 소중한 날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겁생 특히 6년간의 힘든 고해의 결과이다. 성도를 방해하기 위해 마왕 파순은 각가지 유혹으로 싯다르타 수행을 방해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 유혹은 외부의 것이 아니라 내부의 것이기도 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같다. 나태해지고 방일해지려는 마음이 바로 마왕이다. 성도 전야인 오늘 하루 밤 만이라고 다리를 뻗고 싶은 마음, 누워 자고 싶은 마음을 뿌리쳐 작은 깨달음이라고 얻는 정진이 되길 바란다." 라고 하였다.
1부의 순서를 보면 백팔 참회문을 복송하여 몸을 청정하게 한 뒤 금강경을 읽고 스님 법문을 들었다. 이는 무슨 일이든 행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가다듬어야 하는 생활 방식이기도 하다.
탑돌이를 할 때는 차가운 겨울 새벽바람에 손이 시려 컵등을 두 손으로 감싸고 원을 빌었다. 이 날 조계사 앞마당에는 청소년들이 만든 등 경연대회 출품작들이 전시되어 동참자들의 컵등과 함께 경내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다.
유미죽을 먹은 뒤에는 2부는 새벽 1시부터 3시간 동안 본격적인 수행 정진 시간을 가졌다. 200배 참배와 30분간 참선이 총 3회로 나뉘어 시행되었으며 참선 화두는 잘못한 일, 잘한 일 그리고 감사한 것이었다.
절 수행을 할 때는 동참자가 많아 서로 몸이 부딪치기도 했으나 조심하며 일배 일배 정진을 하였다.
참선 수행 시에 동참자들은 가부좌를 틀어 화두를 잡고 깨치리라는 일념으로 호흡을 단전까지 깊이 마셨다.
처음엔 첫 화두인 잘못한 일을 잡고 참선을 임하였다. 숨을 깊이 들여 마셨으나 호흡이 들어가지 못하고 마디에 걸렸고, 마디에 걸린 호흡은 팔다리를 저리게 했다. 알지 못한 채 지은 내 지은 죄가 이곳에 있구나 하며 업장을 소멸하려는 마음으로 호흡을 재 가다듬기도 했다.
마지막 화두인 감사한 것을 떠올리는 동안은 동참자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으나 한편으론 반졸음 상태에 든 것 같기도 하였다. 새벽 3시 40분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이다. 그때 여명의 소리와도 같은 참새 소리가 메아리 치듯이 들려 이 곳이 천상이 아니가 하는 환희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철야 정진은 마감을 하였다. 회향하였으니 돌아가도 무방하다 하다는 스님의 말이 있었으나 대부분 동참자들은 새벽예불을 올렸고 천수경을 독송하며 간밤에 맛보았던 천상을 잡고 경내를 떠날 줄 몰랐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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