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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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열반절 기념 참회정진 법회
싯달타 태자는 29세 되던 해 음력 2월 8일. 왕궁의 성벽을 폴짝 뛰어 넘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갔어.
깨달음이란건 병들어 아프고, 쪼글쪼글 늙고, 걱정 그리고 번뇌...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든 것을 말하지. 이런 것을 끊고,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진리를 찾아서.
그리고 서리와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롱대롱 매달린 감처럼 힘든 고행과 정진으로 연기(緣起)의 진리를 깨달았지.
연기란 곧 내가 있기 때문에 너가 있다는 깊은 얘기야.
부처님은 우리같이 어리석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시기를 45년. 음력 2월 15일 열반에 드셨어.
하지만 난 슬프지 않아. 열반에 드신 부처님은 몸은 비록 우리 곁에 없지만 까치들을 위해 남겨둔 감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콕콕 파먹고 있으니까. 그리고 마음 속에 달짝지근한 감을 차곡차곡 쌓아두잖아.
이렇듯 부처님의 출가와 열반절을 기념하려고 오늘 3월 6일 조계사 청년회,
불교대학 학생 언니 오빠들은 3,000배 참회 정진 법회를 열고 있어. 우리도 한번 따라가 볼까? 총총.
한 명, 두 명, 세 명... 으악! 300명이 넘잖아!
언니 오빠들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신도들도 있고, 대웅전 안이 콩나물시루 같다.
총무국장 도림스님이다.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스님이 말씀하실 때는 합! 합죽이가 되는 거야.
“철야정진을 통해 정진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공덕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는 불교이고 불교는 수행입니다. 정체성을 찾고 나를 성장시키고, 이웃들에게 공덕을 향하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경전의 정진 갑옷을 입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여러분들은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정진의 갑옷으로 추위를 몰아내고, 바라고자 하는 것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어느 부호가(富豪)는 음악가에게 소를 한 마리 줄 테니 음악을 1년 동안만 들려달라 말합니다.
음악가는 며칠을 연주했습니다. 부호가는 매일 들으니 음악은 더 이상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이젠 소 한 마리 줄 테니 가지고 떠나라 했습니다. 음악은 곧 정진 수행입니다.
게으른 마음을 물리치고, 번뇌를 쓸어내는 것. 이는 어느 날 문득 소 한 마리를 얻는 것입니다.
추운 날씨도 정진하는 모든 분들께 찬탄과 박수를 보내며 회향을 하시며 소 한 마리를 얻어 가길 바랍니다.”
너 왜 손을 꽉 움켜쥐고 있니? 알았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서... 그래 나도 갑옷을 입고 소를 타고 갈 거다.
청년회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네.
“불교대학 정목희 회장을 비롯해 참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중단체가 공동주관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정진하고자 하는 것은 닮아가기 위함입니다. 부처님의 첫 마음을 닮아가기 위함. 불퇴전의 정진력, 무진법문을 설하셔 대자대비 행원을 닮기 위함입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연꽃을 들고 총무국장님 스님이 말씀하신 소 한 마리를 끌고 집으로 향하고 싶습니다.”
흐흐흐, 내 얼굴은 부처님과 꼭 닮았는데... 철썩! 아야!
딱딱! 진성스님이 죽비를 친다. 총무국장 도림스님과 함께 108배를 시작으로 3,000배 시작.
넌 어떻게 벌써부터 숨을 부렁부렁거리냐. 하긴 난 벌써부터 땀이 난다.
눈치채기 전에 손등으로 쓱! 따딱! 108배가 끝났네.
저, 저 말이에요? 어물거리는 나에게 손짓을 하는 언니.
“조그만 게 마음이 가상하네. 동참만 해도 3,000배한 거나 진배없어. 여기 서서 따뜻한 차를 사람들에게 나눠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언니. 그래 차를 나눠주는 차순이가 되는 것도 큰 공덕이지.
커피? 녹차? 둥글레차? 어떤 차를 원하십니까? 한 잔 두 잔...
차를 마시고 삐거덕거리는 대웅전 문을 열고 물밀듯이 들어가는 동참자들.
북소리, 징소리에 맞춰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석가모니불을 외쳤어.
그리고 하늘 한 번 땅 한 번. 후우~ 문을 살짝 열고 너를 찾았지. 우와! 생각보다 잘하네.
화끈화끈 따뜻하다. 밖은 코를 떼어갈 듯 차가운데
역시 신심(信心)은 연필심보다 강하다. 연필은 무엇이든 그리고, 쓰는 거라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마음으로 그리고 쓰는 것은 지우개도 필요 없고, 종이도 필요 없고...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게 쓸 수 있잖아.
희끗한 노보살님은 오뚜기네. 절하고 일어나고, 절하고 일어나고. 대웅전 안이 아름다운 연꽃밭 같다.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은 이슬이 연꽃잎에서 데굴데굴 구르다 폭 떨어지는. 마음이 뭉클하다.
찔끔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하늘을 보았다. 달이 밝다. 대웅전의 열기가 회화나무에 앉은 흰눈을 사르르 녹인다.
백송 솔가지에 앉아있던 눈도. 앞마당에 있던 눈사람도 사라졌다. 석가모니불!
만발식당에서는 물이 바글바글 끓어오른다.
용맹정진하는 분들을 위해 유미죽을 만들기 위해서다.
잣, 땅콩, 호두와 찹쌀을 곱게 빤 가루를 큰 그릇에 담고 물을 넣어 질퍽하게 만든 다음 거대한 가마솥에 넣는다. 그리고 흥부 볼 따귀를 찰싹 때릴 만큼 큰 주걱으로 원을 그린다. 세모도, 별도 만들어서 누르지 않게 곱게 만든다. 김치는 총총 썰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1,920배가 끝나는 12시 40분. 또닥또닥거리는 발소리. 다리를 두드리며 일렬로 차례를 지키며 서는 사람들. 입술이 없다. 얼굴은 하얗다. 머리는 삐죽삐죽.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유미죽을 받아간다. 엷은 미소를 짓고 맛있게 먹는다. 부처님이 수자타 소녀에게 받아 마신 우유죽의 맛일까? 헉! 넌 어떻게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또 나에게 그릇을 내미니? 경험에 의하여 많이 먹을 경우 소의 되새김질이 생각날 것이니라. 쯧쯧. 옛따, 어여 더 먹어라.
지금해도 1,000배는 할 수 있다고? 내 자리는 부처님 발등이네. 쿵쿠그긍 쿵!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후~우. 기둥을 잡아. 하마터면 너 쓰러질 뻔했어.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5배 남았습니다. 역시 넌 내 친구야. 삼천배를 하다니... 설사 수를 다 못 채웠다 해도 난 너를 기특하게 생각했어. 이렇게 한 자리에 용맹정진하는 모습, 너의 숨이 나의 눈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었으니까. 막지막 108배는 내 힘을 모아 줄게. 삐거덕.
진성스님이 오셨다. 꾸벅꾸벅 조는 분들이 많이 보이네.
“정진의 향기가 피어있는 연꽃을 드립니다. 억!”
아이고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드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스님께서 정신을 확 깨웠네.
어떻게 하다보니 새벽예불이 끝났다. 사람들이 소를 타고 간다. 연꽃을 들고, 그리고 보리피리를 불고. 우리도 가장 크고, 값비싼 긴 소를 타고 집으로 가자. 달이 우리를 따라오겠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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