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축제가 열리는 23일, 조계사에서는 큰스님 인연대법회 두 번째로 동국역경원장인 월운스님의 법문이 있었다. 대웅전은 법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신도들로 가득 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월운스님은 부처님이 이 사바세계에 오신 뜻은 임시방편으로써 누더기를 걸치고 자비를 일으켜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며 어린아이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엄마가 거짓말을 하듯이 방편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셨다고 말씀하시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나 자신은 나의 미래와 나의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창조주라는 뜻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부처님을 수희하는 마음은, 부처님에 대한 제일 으뜸가는 공양은 부처님의 말씀을 수희하고 여러 번 읊조려 외고 써보고 남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으로 오늘 등을 켜고 행렬을 해서 여법한 하루를 보낼 것을 당부하셨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는 한참을 어긋나 화창한 봄날의 날씨를 자랑하고, 조계사 마당 백송 옆에서는 동대문 야구장에 들고 갈 연등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한국의 연등축제를 보기 위해 조계사를 찾은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간절한 서원을 적은 연등의 서원지가 맑은 물고기의 은비늘처럼 반짝이고, 연등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회화나무의 신록도 아름다웠다. 곱게 한복을 입고 분주히 마당을 돌아다니는 보살들... 사리탑 앞에서 조용히 합장하고 기도하는 신도들... 어느덧 오후가 되어 연등축제의 시간이 다가오자 동대문 야구장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종로의 거리가 아름다운 등물결로 넘실거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