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 벗고 인사하고 집으로 갑니다.
오월의 끄트머리 쯤 28일.비가 몰아친다. 짹짹이의 날개를 흠뻑 적시고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는 내 마음 같은 비가 온다. 4월 25일 면접을 보고 입문식을 하고, 수계식을 하고... 그리고 오늘 30일 출가 동자승을 보내는 날. 환계식이 시작됐다.교육국장 진성스님이 진행하시는데 목소리에 힘이 좀 없다. 서운하고 또 서운한가 보다. 젖은 날개를 후후 털고 동자승 옆에 얌전히 앉았다. 으음~ 폴폴 분내는 사라지고 이젠 향내가 짙다. 주지 지홍스님은 동자승들을 지긋이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부처님 제자로서 수행기간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온 몸으로 수행을 거쳤습니다. 식생활 습관이 바르지 않았던 동자승, 잠버릇이 나빴던 동자승의 자세가 고쳐졌고, 부처님 제자로서 홍보의 역할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것은 큰 공덕이며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11명의 동자승들은 마음자리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좌절하고,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동자승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출가의 기반을 소중히 생각하고, 부모님들은 부처님 제자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른 지도를 했던 명선스님과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따뜻하고 흐뭇한 눈빛을 동자승들에게 보내는 주지스님은 언제 보아도 단단하고 튼튼한 대웅전 대들보 같다. 앞마당에서는 여전히 쏴아쏴아! 비는 멈추지 않는다. 머리를 슬그머니 동자승 무릎에 얹으니 아련히 지난 30일이 생각난다. 얼굴에 밀가루를 흠뻑 뒤집어쓰고 달리기를 하던 모습, 어버이날 행사 때 꾸벅꾸벅 졸던 모습, 뙤약볕에서 몇 시간을 행진하던 연등축제, 새벽마다 우렁차게 들렸던 반야심경. 풍선이 터트리기 할 때 내 주둥이로 콕콕 찍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동자승 대표 어머님이 발원문을 낭독하신다.환희심을 맞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하고 눈물도 흘렸습니다.그러나 당당한 동자스님들의 모습을 보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중스님들과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입니다.동자 현수스님의 발원문은 또박또박.자비하신 부처님, 명선스님과 스님들, 엄마 같은 선생님 감사합니다.새벽에 일어나기 싫은데 잘 참고 예불하고, 연등축제, 스님과 한방에서 생활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에버랜드, 수목원등과 같은 곳에서 마음껏 뛰고 놀아서 신났습니다. 앞으로 저희 동자승들은 부처님,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어 법회도 잘 참석 하겠습니다.진성스님은 동자승들이 똑똑하고 의젓해졌다며 칭찬하신다. 이제 서서히 동자승들이 일어난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가사장삼 승복을 벗어 불단 위로 올려놓는다. 김교헌, 이동훈, 김태웅, 원남식, 안태경, 권동우, 오상준, 박준호, 김승호, 이동건, 권진욱. 환계를 하여 예전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사중스님들과 30일 출가 기념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한다. 스님들 품에 안겨 찰칵찰칵!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동자승들. 이제 떠난다. “스님! 스님 보러 꼭 놀러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 튼튼하고 씩씩한 어린이가 되어! 그리고 꼭 스님 보러 놀러 와!” 잿빛 승복 위에 하염없이 비가 쏟아진다. 내 날갯죽지도, 초록 회화나무도... 그리고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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