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장 초청 대법회-도현스님(쌍계사 금당선원 선덕)
눈이 부시도록 푸르다 못해 시린 오월,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법회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 열한 번째 시간으로 쌍계사 금당선원의 선원장이신 도현스님에게 듣는 선을 통하여 스스로 만드는 일상의 행복에 관한 귀중한 법문시간이 마련됐다. 고요히 앉아 일념에 들면 황하사 모래 위에 칠보탑을 쌓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있다는 뜻을 가진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진심직설에 나오는 진심공덕의 게송을 읊는 것을 서두로 시작된 법회는 인간의 가치에는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있는데 조금 전의 게송은 정신적 가치가 훨씬 우월함을 말씀하셨다. “지난 해 문제가 되었던 간화선 위기론의 중흥과 조계사 스님들의 원력에 의해 여기까지 이끌려 왔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하시면서 돌이켜 보면 한국불교 전통의 명맥이 면면이 잘 이어져 오다가 위기론이 제기된 것은 간화선의 내외부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고 했다. “선, 그 자체는 흥할 것도 망할 것도 없는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간화선 위기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간략하게 논하자면, 조계종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실스님의 역할 미비, 계 정 혜, 삼학을 근본으로 하는 계율에 관한 관심 부족, 간화선 전통의 한문 투의 설법, 선 수행자의 느슨해진 구도 자세, 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대한 도외시, 여러 가지 수행법의 도래, 진지하게 정법을 알지 않으려고 하는 안일한 자세 등을 제시하면서 발전의 의미에서 되짚어 본다고 했다.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마음수련, 요가 등 많은 유사한 수행법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는데, 문제의식과 대안을 제시하여 간화선 풍토 안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하셨다. 위빠사나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여 화두공부와 간화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 대승불교에서의 신격화, 초월적인 부처님보다는 인간적인, 모범적인 부처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부처님의 인격은 정념(바른 마음 챙김, 알아차림, 늘 깨어 있슴)과 정지(바르게, 원만하게)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아, 무명 등 10결에서 자유로운 분이기에 대열반의 길로 가셨다고 했다. “자신을 늘 깨어있게 해 주는 화두를 잘 챙겨야 한다. ‘선이란 무엇인가’를 짚어 보자. 이 세계는 연기의 세계이며 인연에 얽힌 세계이다. 선 수행이란 현대인의 얽매임에서 풀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성실히 이행하여 간단하게 화두 드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며, 화두시 집중력, 지속력이 기쁨, 행복감, 일념지경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참선을 하면 스스로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일반 재가자들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수행하는 스님들과는 달리 공부하는 방법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쉽게 선 수행을 하려면 생활을 우선시해야 하며, 그 속에서 공부를 하여 화두가 몸에 베이도록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깨닫다, 성불하다’ 등의 말은 접어두고 현재, 이 순간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여 수행하라. 화두를 깨치겠다는 바쁜 마음보다는 평소에 농사를 짓듯이 여유롭게 돌아가는 마음으로 계를 잘 지키도록 노력하여 선행을 쌓고, 자신의 근본화두를 잘 챙겨야 한다. 복을 짓고 계를 잘 지키며 밖에서 안으로 쌓는 그러한 여유로운 마음의 바탕 위에서 이 뭐꼬? 하는 의심을 챙겨 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일상에서 화두를 들고, 나중에는 일념으로 든 화두의 바탕 위에서 일상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러함 속에서 지혜가 생겨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자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불교란 대승불교, 소승불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며, 선이란 간화선, 위빠사나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어느 하나가 더 좋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자신이 수행하는 수행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하든 용심, 즉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한가를 생각하여야 하며 형식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많은 수행법들이 등장하지만, 정법이 아닌 것은 사라진다. 그러므로 간화선 위기론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스님과 재가신자들이 본참 화두를 잘 든다면 간화선 중흥이 반드시 되리라고 본다.” 달팽이 굴속 같은 이 작은 세상에 무엇 때문에 다투는가? 살아있는 것이 즐거움이다. 크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서 화두의심, 그 알 수 없는 이 놈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씀으로 귀중하고 소중한 법문을 마쳤다. 봄 가뭄의 목마름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법회 중에 촉촉한 단비가 내렸다. 이렇듯 화두의 목마름에도 해갈의 단비가 내려졌으며, 다가올 무성한 여름의 녹음을 기다리듯이 우리들에게도 부처님의 여여한 정법이 온 누리에 퍼져 그 옛날, 찬란했던 신라시대의 불교 중흥이 다시 한번 꽃 필 그 날을 기다려 본다. 다음 주(5월 9일)에는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가 설정스님(수덕사 수좌)의 단박 깨침이란 무엇인가? 란 주제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여법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많은 재가자들의 적극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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