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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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종교 숨기고 살았는데… 힘나네요”
관음사 구룡사 등 10개 사찰 200명 참가
90년대 맥 끊긴후 처음 열린 연합체육대회
반갑다 법우야! 자주 만나자~
맑게 갠 가을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이어달리기 계주를 하고 있다.
10월 29일 서울 동대부여고에서는 모처럼 가을운동회 광경이 펼쳐졌다. 학원과 학교만 오가던 중.고등 학교 아이들이 온통 어우러지는 한판 잔치다. 수도권 사찰학생회가 한자리에 모여 연합체육대회를 열었다. 수도권 사찰학생회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뜻 깊다.
#게임하고 춤추며 굳었던 몸 풀고…
이날 행사에 참가한 사찰은 관음사 구룡사 금강정사 금화사 능인선원 미타사 불광사 약사사 조계사 등 어린이ㆍ청소년포교가 미약하다고 평해지는 서울에서 청소년포교에 뿌리내린 사찰들이었다. 멀리 경기도 부천 석왕사도 참여했다. 10개 사찰에서 참여한 200여명의 청소년들은 기지개를 켜듯 운동장을 뛰어 다니며 억눌려있던 몸을 마음껏 풀었다. 이날 체육대회는 동대부여고 체육관에서 2인1조 짝꿍 게임, 어깨 주무르기, 댄스, 팀별 OㆍX퀴즈 등 레크리에이션 한마당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돼, 이후 4개의 팀으로 나눠 운동장에서 피구, 축구, 줄다리기, 릴레이 등을 하며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회에 참가한 법우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것은 축구경기. 사찰 구별 없이 모두 섞여서 네 팀으로 구성해 벌인 축구경기에서 한참 뛰놀고 난 아이들은 입을 모아 ‘정말 이렇게 놀아보고 싶었다’고 외쳤다.
“우리 절은 포교당이라서 근처에 뛰어놀만한 넓은 장소가 없어요. 그래서 법회 끝나고 나서 친구들하고 뛰어놀고 싶어도 한번도 못 놀아봤거든요. 이렇게 넓은 장소에서 공도 차고 어울릴 수 있으니까 좋아요!” (17ㆍ구룡사학생회 최원영군)
“축구 한판 하고 싶어도 우리 절에 나오는 아이들 숫자만으로는 부족해서 축구하기 힘들거든요. 다 같이 모인다니 뜻 깊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우리가 즐거워야죠!”(19ㆍ능인선원학생회 홍심표군) 문수, 보현, 지장, 관음 4개 조가 팀을 이뤄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항한‘날으는 양탄자’에 참가했던 박가현 양(14ㆍ금강정사학생회)은 “처음 만나는 법우들이랑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네요”라고 멋쩍어하다 가도 금세 다시 손을 잡고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어린 나이지만 이미 신행경력은 10년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 유치원 때부터 줄곧 어린이. 청소년 법회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법우들이 한 자리에 집결한 것은 처음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90년대 당시 조계사 봉은사 불광사 금강선원 등 서울지역 대형사찰 4곳이 모여 해마다 사찰학생체육대회를 열었는데, 당시 학생회를 담당하던 원력 있는 지도법사, 지도교사들이 하나하나 학생회를 떠난 뒤 체육대회 행사가 유명무실해졌던 것이다.
조계사 중고등학생회에서 이전 사찰학생회에 체육대회를 다시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내친 김에 4개 사찰만 모을 것이 아니라 서울ㆍ경기 지역 사찰학생회를 운영하는 사찰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연합행사를 기획했다.
조계종 포교원과 파라미타의 협조를 얻어 사찰학생회를 열고 있는 사찰마다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해서 10개의 사찰이 한 자리에 모였다. 9월 24일 뜻을 같이 하는 사찰학생회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고, 그 이후에도 두 차례의 예비모임을 더 가졌다.
#수도권 사찰들 향후에도 연합행사 지속키로
반응은 대단했다. 저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지도교사들의 의견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모두들 ‘이런 제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필요성에 공감했다.
뿐만이 아니다. 지도 법사조차 없어 청소년들만으로 힘들게 법회를 꾸려가던 한 사찰 학생회에서는 연락을 받자마자 학생회장이 “담당자는 아무도 없지만 나라도 꼭 참석 하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유일하게 학생신분으로 참가했던 구룡사 학생회장 임예찬(19)군이 바로 그다. 임군은 “어떻게든 사찰학생회를 회생시킬 방안을 마련해보고 싶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대부분의 불자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는 자신이 불자라는 것을 숨기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불자 청소년들을 만나서 대단히 고무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화계사, 봉은사와 옥천암, 한마음선원, 수원포교당 등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향후 15여개에 이르는 수도권 사찰학생회 담당자들은 지속적으로 만나며 이번 행사 평가회의를 겸해 수도권 청소년포교전략을 논의하고, 연합행사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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