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법회행사

조계사 백중 49재 초재 봉행

  • 입력 2011.07.03
  • 수정 2025.01.03

하루 종일 장맛비, 그리고 끝없는 청수 올리기 행렬


조계사 마당은 굵은 장맛비 소리로 가득했고, 조계사의 하늘은 수행공동체의 맑은 기도소리로 가득했다. 불기 2555년 7월 3일(음력 6월 3일) 일요일 아침, 조계사 백중 49재 초재에는 산 사람들의 마음과 돌아가신 조상들의 마음이 서로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기도하고 함께 법문을 들었다.     

조계사의 추녀 아래마다 장맛비의 줄기만큼이나 수많은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우바이 우바새들로 가득했다. 주룩주룩 빗물소리와 둥둥둥둥 법고소리는 대중의 화엄성중 정근 소리에 스미어 대웅전 부처님의 미소는 화엄의 꽃이 피었다. 그 화엄꽃의 향기는 세상 밖으로 번져나갔다.


음력 7월 15일(올해는 양력으로 8월 14일)은 백중절. 불교에서는 우란분절이라고도 하며 조상들을 천도하는 큰 명절이다. 불교에서는 초파일 다음으로 큰 명절이다. 백종절(百種節)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백 명의 스님에게 100 가지의 음식을 공양 올린다는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람바나’는 ‘거꾸로 매달리다.’라는 뜻. 그 말에서 유래한 우란분절은 ‘거꾸로 매달린 것을 바로 세우고, 묶인 것은 풀어서 자유롭게 하는 명절’이라는 뜻. 가장 고통 받는 중생은 지옥의 중생이니, 백중절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는 날이다. 요즘말로 한다면 ‘생명해방절’이라고나 할까.
생명과 환경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청화 스님(조계종 교육원장 역임. 정릉 청암사 주석.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고문. 시집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등)은 이날의 법문을 통해 ‘백중절은 조상들을 천도하기 위한 불교만의 고유한 미풍양속으로, 이웃종교에는 이런 의식이 없다’고 강조하였다.

▲ 청화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두 손을 법상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법문에 집중하였다.

“백중절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한 행사만이 아니고, 살아계신 부모님을 위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을 사랑하듯이, 자식도 자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백중 때마다 천도제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살아서 훌륭한 인격을 쌓으신 조상께서 백중제를 통해 감화를 받고 반드시 서방정토에 천도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조계사에 구름처럼 가득한 대중들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박수 소리는 장맛비소리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그 박수소리 속에는 꼬마아이들의 박수소리도 드문드문 섞여 있었다. 그 박수소리와 함께 조계사의 범종이 둥둥둥 울었다. 모든 중생의 천도는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청화 스님은 비속을 천천히 걸어 돌아갔다. 스님의 귀 옆에는  안경 자국이 선명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법문에 정성을 쏟은 집중력의 표지였다.  

 

▲ 보리화 보살(지장회 회장․ 55세)

 

‘새벽 5시에 나와 오늘 행사를 준비했지만, 훌륭하신 스님의 법문에 영가들이 많은 위안을 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보리화 보살(지장회 회장․ 55세)은 끝없이 이어진 청수 올리기 행렬을 지원하고 있었다.


‘조상님들의 천도를 기원했고, 특히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기도했다.’는 덕암 거사(조계사 신도회 고문․ 76세)는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이 ‘진수’한 반야용선을 바라보며 모든 중생을 위해 기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덕암 님은 조계사의 대들보이십니다.”며 대각심 보살(조계사 전 신도회장)이 활짝 웃자, 거사는 “저는 소들보도 아니지요.”하며 손사래를 친다. 

 

▲ 남중기자, 덕암 거사(조계사 신도회 고문, 76세), 대각심 보살(조계사 전 신도회장)(좌측부터)

조상들의 영가 전에 청수를 올리는 긴 행렬 속에는 가족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북해 하는 40대 중반의 한 젊은 부부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형제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이미 그 가족의 마음속에는 ‘새 생명’과 ‘옛 생명’이 함께 벌이는 ‘사랑의 축제’ 한 마당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었다.

인도 여행 매니어라며 자신을 소개한 상덕심 보살(39세)은 이 날 장맛비 속의 조계사 백중절 행사를 보며 ‘한 마디로 감동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감동은 끝없이 내리는 장맛비의 맑음 속에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조계사 수행공동체의 기도 속에 계속되고 있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