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련의식을 거행하는 사부대중
청명한 하늘 아래에는 의식도량을 상징화한 괘불탱화가 거룩하게 장엄되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단(시련터)을 마련하여 참여대중들이 영가들이 나아갈 길을 불법에 의거 말씀드리고 면반 공양과 잔을 올리는 재를 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서 일체 호법성중님을 인로왕보살님의 안내로 조계사 도량에 모셔오는 시련의식(가마, 스님, 위패와 동참자들이 도량을 돌아서 들어옴)이 거행되었고, 부처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삼현육각(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 등)이 연주되었다.
사회를 맡은 성진스님은 “영산회상이란 2,500년 전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베푼 법회를 뜻한다”고 하면서, “그 가르침을 현재에 다시금 재현하여 일체중생의 깨달음과 생전의 업식으로 고통 받는 영가를 위해 올리는 의식”이라고 했다. 또한 “동참한 이 인연공덕으로 모든 불자님들의 소원성취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불단 위에 차려질 육법공양과 문방사우가 추가되어 10가지 공양물이 스님들께 전달되었다. 이어서 대령의식(영가를 도량으로 영접)과 재를 올리기 전 영가를 목욕시키는 관욕의식이 있었다.
영가에게 재 공양을 올리기 전에는 노전스님 집전 하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 그 공덕을 빌어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상단불공이 진행되었고, 효 사상을 담고 덧없는 세월을 이야기하는 구성진 가락의 회심곡과 징, 북, 호적소리에 맞추어 악귀를 물리치고 마음을 깨끗이 하고 도를 닦는 장소를 깨끗이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바라춤이 이어졌다. 나비 모양의 장삼을 입고 완만하고 느린 동작으로 조심스럽게 추는 나비춤, 느린 법고의 울림이 시작되면서 세간의 축생을 제도, 기원하며 추는 법고춤, 생전의 업으로 고통 받는 영가를 달래주는 진혼무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춤사위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번뇌와 무명을 자르고 마음에 긴 업까지도 잘라버리는 진혼무가 끝나자 영가시식이 있었는데 이때 많은 불자들은 청수를 올리며 영가들이 탐·진·치 삼독을 놓아버리고 왕생극락하기를 기원하였다. 금강경에 이어 영산재를 회향하는 봉송의식이 진행되자 사부대중은 영단 앞의 위패를 모시고 도량을 한 바퀴 돌아 소전의식을 치르면서 무주고혼영가, 중음연가, 부모조상영가, 인연영가 등 오늘 이 도량에 있는 모든 영가들이 극락왕생하기를 합심발원하였다. 또한 그동안 지은 우리 모두의 업장과 아직 버리지 못한 오욕락을 함께 태우며 영산재를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