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법사스님인 영진스님(백담사 무금선원 유나)이 야보도천 선사의 선시(禪詩)로 법문을 시작하였다.
山堂靜夜 坐無言 (산당정야 좌무언) 산집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寂寂寥寥 本自然 (적적요요 본자연) 고요하고 고요함은 본래 그런 것을
何事西風 動林野 (하사서풍 동임야) 무슨 일로 서풍은 숲과 들을 흔들어 놓는가
一聲寒雁 淚長天 (일성한안 누장천) 한 소리 찬 기러기 울음소리 장전에 울려 퍼진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49년 간 길로 길로 다니시면서 설한 말씀을 ‘서풍(西風)’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것에서 본다면 불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니 아무런 말이 필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잘 되지 않으니 다른 방편인 말로 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49년 간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 팔만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면 한 글자 ‘心(불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불교는 마음이 스스로를 보게 하는 것이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수행을 하는 기본적인 요소로써 대신근(大信根), 대의단(大疑團), 대분지(大憤志)의 필수적이다.
첫째, 대신근(大信根)은 화두 자체를 믿음과 함께 화두를 제시해 준 스승의 가르침을 믿는 것이다. 자신이 화두 수행을 통해서 반드시 깨달음에 이른다는 사실과 화두 수행을 이루어낼 수 있는 자기자신을 믿는 것이다.
둘째, 대의단(大疑團)은 믿음의 바탕으로 화두 자체에 대한 의문을 지니는 것이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의문으로서 화두를 들어 지속하는 치열한 수행이다.
셋째, 대분지(大憤志)는 위의 화두를 줄기차게 진행시켜 나아가는 정진이다. 단순하게 의문만 가지고는 오래 계속하지 못한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맹세와 오기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지 않은 셈 치고 화두를 들다가 죽을지언정 화두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고심참담한 노력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승시직입(乘時直入)이 있다. 간화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수시로 화두에 들어야 한다. 공부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절(切), 간절함이다. 선 수행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온몸과 마음을 다 담아서 간절하게 지속하는 것이다.
영진스님은 “모두들 어려운 걸음으로 시작하였으니 깨달음을 얻게 되어도 좋고,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조계종은 선 수행을 하는 선종이다.
선종의 취지를 살리고 싶은 의지로 시작된 것이 바로 ‘선림원’이다.
참선을 원하는 분을 엄선하여 강의를 시작하였으며, 박희승 교수 등 최고의 엘리트 교수진과 고우 큰스님 등의 산중 스님이 지도를 하고 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 1기 원우 회장의 축사와 1학기 일정 소개 등 공지사항을 끝으로 입학식이 마무리되었다.
선림원 2기 불자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수행 정진하여 뜻을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