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단체 탐방- 소임본부 대웅전관리팀
어느 한순간인들, 어느 한 마음인들 소홀할 수 있으랴!▲ 조계사 소임본부 대웅전관리팀 세존께서 도량에 앉아 계시니 청정한 광명이마치 천 개의 해가 뜬 듯 대천세계를 밝게 비추시네.(世尊座道場淸淨大光明 세존좌도량청정대광명比如天日出照曜大千界 비여천일출조요대천계) 조계사 대웅전 주련의 한 구절이다. 대웅전이란 본디 석가모니불을 본존불(本尊佛)로 모신 사찰의 본당(本堂)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절의 가장 핵심 전각이란 뜻이다.대웅전(大雄殿)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큰 영웅이 계신 곳’이다. 여기서 영웅은 ‘모든 것에 걸리지 않는 분, 대자유인, 모든 것을 스스로 극복하고 능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분, 마땅히 하늘과 땅 모든 존재에게 존경을 받는 분’을 가리킨다. 게다가 ‘큰 영웅’이니, 이는 곧 우리 불교의 교주 석가모니부처님을 뜻한다.조계사 대웅전에는 2006년부터 삼존불, 즉 석가모니불을 가운데 모시고 왼쪽에는 아미타불, 오른쪽에는 약사여래불을 모셨다. 그럼에도 그 전에 석가모니부처님 한 분을 모셨을 때와 똑같이 대웅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불자들의 신심이 응집된 곳, 대웅전불자들에게 대웅전은 가장 중요한 신행 공간이며 또한 수행 공간이다. 부처님께 참배하고 자신의 신심을 담금질하는 성스러운 장소다. 이러한 대웅전을 드나드는 우리 불자들의 마음가짐은 어느 한순간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발걸음 하나 몸짓 하나에도 불자로서 자신의 종교를 귀히 여기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그런 대웅전을 관리하는 만큼 대웅전관리팀은 신심은 물론 행동거지며 말투 등 모든 면에서 조계사를 대표할 만한 품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임본부 소속으로, 1985년 봉사부로 출발해서 줄곧 사중 봉사를 맡아 오다가 2000년부터 청향법등으로 이름을 바꿔 좀더 본격적으로 대웅전 봉사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초, 각 단체 이름을 단체 성격이 좀더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짓자는 사중의 결정에 따라 대웅전관리팀이 되었다.현재 행정국장 성진 스님을 담당 스님으로 해서 혜안심 박경자(53) 팀장이 총지휘를 맡고, 교무(관조행 이미순)와 재무(불법심 이상연) 그리고 대길화 강상순 총무가 각각의 자리에서 대웅전관리팀을 든든히 떠받치는 대들보들이다.올해 초부터 팀장 소임을 맡게 된 박경자 팀장의 팀 소개에는 대웅전관리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저의 팀 성격상 다른 신행단체들에 비해 인원이 많지는 않아요. 4월 초 현재 총 36명의 팀원이 요일별로 7개 조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어요. 경험 많은 8명의 자문님들이 큰 힘이 되는데, 10년 이상 활동(6명)해왔거나 팀장을 지낸(2명) 분들이죠. 그분들이 잘 이끌어 준 덕분에 단합이 잘 되고 칭찬도 많이 듣습니다.” ▲ 대웅전관리팀원들이 부처님 전에 마지를 올리기 위해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각자 한 달에 10~15일씩 봉사요일별로 6~7명이 한 조를 이뤄 봉사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직장 다니는 팀원들이 당번이다.대웅전에서 열리는 법회나 기도가 여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게 대웅전관리팀의 가장 중요한 소임이다. 대웅전 상단과 중단 정리, 아침 9시 마지 올리기, 신도 대신 공양물 올리는 일, 법회 후 떡 등 공양물 나눠주는 일 등도 그에 못지않게 큰 일에 들어간다.특히 떡을 나눠 주는 일에는 반드시 연륜과 경험이 있는 고참 팀원들이 필요하다. 신참들에게 맡겼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데, 큰 봉지 30여 개에 각 부서별로 미리 나눠 놓고 확인하면서 내어 주어야 뒤탈이 없다. 부처님께 기도한 떡에 대한 신도들의 믿음이 놀랄 정도여서, 신참들은 이 일을 하다가 상처받는 경우가 잦다. ▲ 떡을 정리하는 대웅전관리팀 그러다 보니, 팀원 당 한 달에 열흘 이상, 많게는 보름씩 나오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음력 초하루에서 초삼일까지는 아침 6~7시경 법회 준비로 시작해서 오후 4시경에야 마무리된다. 그 밖에 약사재일, 미타재일,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도 중요한 날이고, 만발식당 봉사와 불기 닦기, 좌복 손세탁(1년 2~3번) 등 크고 작은 일이 대웅전관리팀 몫이다. 머지않은 2주 뒤쯤, 좌복을 직접 손으로 빨아 백주년 건물 옥상에서 말리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말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보니 빠는 일보다 말릴 일이 더 걱정이란다. 지역모임 대표에서 일반 팀원으로 복귀“앞으로 10명쯤 새 팀원을 뽑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신심이에요. 가족들의 협조와 이해가 없으면 하기 힘든 건 당연하고요.”조계사에서 기도하던 첫날, 당시 청향법등 회원들에게 뽑힘(?)을 당한 박 팀장은 이제 자신도 신도가 기도하는 모습이나 행동거지 등을 보면 팀원 자질이 있는지 알 수 있단다. 올해 9년째인 베테랑이기에 가질 수 있는 눈썰미다.대웅전관리팀의 신심과 열성은 신도들 중 으뜸이라 자부할 만하다. 그 한 가지 예로, 지역 모임인 ‘우리동네 조계사’ 지회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단체가 대웅전관리팀이다. 작년까지 지회장을 지낸 6~7명이 올해 초부터 대웅전관리팀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팀원들과 마음을 맞춰 대웅전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2011년에는 단체별 장기자랑에서 1등을 했고, 작년 연등 접수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재주꾼도 많고 열성적인 팀원들 덕분에 올해 장기자랑에서도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올해부터 2시 기도를 맡게 되어 대웅전관리팀의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전에는 오전 중에 봉사가 끝났던 것에 비하면 거의 4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이 2시의 가족기도, 입시기도, 합격기도까지 맡고 보니 가끔은 벅찰 때도 없지 않다. ▲ 대웅전관리팀에서 부처님께 올릴 신도의 공양물을 받고 있다 기도, 봉사, 보시의 삼위일체 불심으로어려움은 그것 말고도 있다. 초심자들이 궂은일을 앞두고 그만두거나, 공양물과 관련된 일로 신도들과 갈등이 있을 때다. 남의 공양물을 밀어내고 자기 공양물을 올려달라는 경우나 험한 말로 억지를 부리는 신도 때문에 가끔 고참들조차 애를 먹는다.그것들을 이겨내는 힘은 역시 굳건한 신심밖에 없다. 그래서 박 팀장은 평소 팀원들에게 ‘기도와 봉사, 보시의 삼위일체’ 신심을 늘 당부한다. 그런 마음이 대웅전을 찾는 불자들의 짧은 순간, 작은 발원도 더없이 귀히 여겨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끝으로 대웅전관리팀에서 기도하는 신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릴 말이 있단다.“자리 욕심 부려서 서로 다투거나 공양물에 손대는 일, 법회 도중에 휴대폰 울리는 일, 제발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법당에서 음식물 드시는 분들, 진짜 불자라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대웅전을 들어설 때마다 자신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부처님을 찾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잠깐 인터뷰] 대웅전관리팀 박경자(혜안심) 팀장 ▲ 대웅전관리팀 박경자(혜안심) 팀장 자부심 갖고 오래오래!2005년 초, 청향법등 막내로 시작해서 올해로 9년째 대웅전을 지키고 있는 박경자 팀장. 청향법등에서 2년 정도 막내 시절을 보내고, 차례로 교무(2007)와 재무(2009)를 거쳐 2012년에는 총무 소임을 맡았다. 한마디로 차례차례 단계를 밟으면서 일을 꼼꼼히 익혀 팀장이 된 것이다.작년에 총무 소임을 볼 때는 성동구 지회장까지 맡았을 만큼 그는 남들이 알아주는 유능한 일꾼이다. 세심하고 책임감 있되, 남들과 잘 화합하고 배려하는 성격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본 집이 부산인 박 팀장은 프로 바둑기사인 아들(유재호, 26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9년째 살고 있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타향 서울에서 그의 외로움을 달래준 곳이 조계사였고, 처음 정을 나눈 사람들이 당시 청향법등의 도반들이었다.요즘 그는 부산 집의 남편과 딸, 특히 딸과는 저녁때마다 ‘카카오톡’으로 수다를 많이 떤다. 처음 떨어져 살 때는 무척 힘들어 하던 딸이 이제는 오히려 엄마 건강을 걱정할 만큼 철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생일을 맞은 아빠에게 서툰 솜씨로나마 직접 생일상을 차려드려 그이를 감동시켰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그의 고단함을 헤아려 줄 만큼 속 깊은 남편과 기특한 딸을 볼 때마다 부처님의 가피를 느낀다.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이대로, 모든 팀원들이 자부심을 가진 봉사자로 오래오래 남는 것이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