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의 중추(中樞), 주춧돌인 사람들
어떠한 건축에 있어 주춧돌은 그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기둥과 지붕을 떠 받들어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나,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우리는 그 중요성과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살고 있다. 여기 조계사에서 그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다. 화주단.화주단은 조계사 신도회에 속한 특별조직으로 각종 불사 모연을 최 일선에서 주관하는 곳이다. 단장 박숙자(혜명심, 66)님을 필두로 조신자(대각화.67)님, 김영애(월화성.57)님, 김종희(덕운화.54)님, 다섯 분이 두 손을 꼬-옥 잡고 오늘도 모연 현장에서 공휴일 일요일도 없이 봉사에 임하고 계신다. 종무소 끝 귀퉁이, 겨우 어깨를 부기고 들어선, 창문만 넓어 손님맞이 안내가 용이한 권선각(勸善閣). 대 여섯 자, 나무판자를 이어 벽을 만들고 너와 널판을 얹어 지붕을 댄 조금은 초라한 이 곳이 삼존불 봉안, 후불탱화, 시민선원 등의 모연 원력이 이루어진 곳으로 이분들의 봉사 근무처이다. '저기요!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여기요! 물 좀 주시면 안되나요? 저, 커피 좀 주실래요?'여러가지 사소한 물음과 질문 속에서도 어느 한 분 인상을 쓰거나 귀찮아 하시는 분은 없다.아, 예. 조금만 기다리세요. 황급히 쪽문을 밀고 나와, 나를 따라오시죠. 내방객을 인도하여 목적지까지 성의껏 안내를 하시는 단원들. 오히려 안내를 받은 손님이 황송하여 쩔쩔 맨다. 화주단의 봉사처 권선각, 각종 불사의 원력이 이루어지는 대단한 곳이다. - 연세도 적지 않으신데 단장님! 그렇게 열심히들 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어쩌겠어요. 우리집에 오신 귀한 손님들인데 잘해 드려야지요." 화주단를 진두지휘 하는 단장 박숙자 혜명심님.오로지 부처님을 향한 신심 하나로 조계사에서 봉사를 시작한 이래로 신도회 봉사부장을 역임하고 사무차장과 결혼상담실을 거쳐 지금의 단장을 하기까지 벌써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단다. 조계사 불교대학을 1992년도 제2회로 졸업하고 1997년도 포교사 자격고시에 합격하기도 하여 어엿한 포교사이시기도 하다. 현근, 지홍, 원담스님을 거쳐 지금의 주지 원학스님을 모시기까지 조계사라는 일번 교구가 격어야 했던 대변환의 환난기 속에서 스님들의 못 볼일도 지켜 봐야했고, 그 와중에 일어났던 갈등과 번뇌들이 심히 괴로워 부처님 곁을 떠날까도 생각했었단다. 그래! 이럴수록 조계사는 우리가 지킨다. 그 일념 하나로 몇몇 뜻있는 분들과 팔을 걷어 붙이고 국수를 말아 팔기도하고 수제비를 끓여 팔고, 옥수수도 삶아서 팔기도 하며 조금이라도 불사 모연에 도움이 되다면 무엇이든 나를 버리고 기꺼이 하리라. 내 이 조그만 봉사로 조계사가 다시 반듯하게 일어나 다시 설 수 있다면 육신의 이갓 괴로움 쯤이야 대수였던 가? 담담히 과거를 회상하시는 노익장의 눈동자로 조계사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다. "물론, 보람된 일도 많았지요. 부처님 삼존불 봉안식 때는 정말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구요. 아! 드디어 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 정말 기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덩실 덩실 춤을 추었는데 사람들과 집 식구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더라구요. 그러나, 어찌 내 속내를 알겠어요? 그런 일들로 친척들은 하나 둘 멀어졌지만, 대신 부처님과는 더 가까워 졌는데... 그랬다. 화주단, 다섯 분들. 추운 겨울에는 동상이 걸려 고생도 하고 여름에는 푹푹 찌는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조계사 도약을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가를 몸소 실천해 보여 주시는 분들, 우리는 주춧돌같은 이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모두 합장을 하시며, 이구동성 “인욕바라밀의 실천이지요.” <인욕바라밀> 온갖 모욕과 번뇌를 참으며 어려움을 극복하여 안주하는 것이다.수행의 길에 있어서는 참기 어려움을 참아야 하고, 행하기 어려운 일을 잘 행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적으로는 내핍을, 정신적으로는 자기의 모든 욕망이나 욕구를 억제하여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며 부처님 일에 성심으로 봉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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