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과 나눔의 꽃이 되어요" - 주지스님 인터뷰
'불기 2555년 봉축기간에 즈음하여' 도심, 속세의 경계(境界) 안, 4월11일 오전 11시, 조계사 일주문을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직 찬 공기가 느껴지지만 봄빛이 완연하다. 오밀조밀 조성된 화단에서는 함박꽃, 원추리들이 뽀득뽀득 새싹을 돋우고, 매발톱, 팬지 등, 가지가지 꽃이 피어 대웅전 앞뜰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화사하게 걸린 연등과 어우러져 만다라(曼茶羅)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토진 주지 스님과 인터뷰 약속이 되어 있는 교육관 접견실로 향했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주심 감사드립니다. 지난 10일, 불기 2555년도 봉축선포식이 거행되었는데, 우리 조계사 가족들이 참으로 자유분방한 가운데서도 질서 정연하게 장기자랑도 하고, 스스로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는 밝은 모습에서 예전과는 참으로 다른 기운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축제의 마당'이 펼쳐질 터인데 특별히 준비하거나 진행하실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하, 미디어팀하고 인터뷰하긴 처음인 것 같은 데... 뭐,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 어떤 이벤트 요소가 배제되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누구나, 모두가 다, 소외된 어려운 이웃, 다문화 가정, 외국인 등, 우리 조계사를 찾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즐기고 기도하고 경축하는,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뜻의 의미를 되새겨 정진(精進)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예를 들면, 봉축 기간에 올해 처음 시도되는 '함께 하는 가정을 위한 행복한 매뉴얼' 템플스테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수행을 통한 가족 간 갈등 해소 및 유대감 증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 내 가족의 소중함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였고, '나를 바꾸는 도심 속 출가'는 성인들이 7일간 출가하여 스님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 자아(自我)의 새로운 발견, 즉, 나를 되돌아 보고 자성(自省)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특히, 함께 참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의 강화입니다. 염주 만들기, 가방 고리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그리고 이번 연등 만들기에는 연등의 골격은 만들어 주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가 온 가족이 의견을 내 색종이를 오려 붙인다든가 하여 참가를 유도하는... 아마 좀 이채로운 '문화체험마당'이 될 것입니다.""그리고, 나눔의 장으로 기획된 '다문화 가정을 위한 결혼식'이 있는데 우리 조계사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심회 장애가족도 있습니다. 전의경, 소외 계층을 위하여 선물을 포장하여 전달도 하고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효 잔치도 진행될 예정인데 물론, 이러한 행사들은 어느 특정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우리 조계사 가족, 모두가 참여할 때 가능한 일이기에 다시 한 번 화합된 모습으로 동참을 부탁하는 바입니다."-주지 스님! 이번 봉축의 의제를 '수행과 나눔의 꽃이 되어요'로 선정하셨는데, 진정한 의미의 꽃이 된다 함은 무엇을 뜻하는지요?"하하, 꽃이요? 예쁘고 아름답잖아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꽃보고 화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실, 누구의 꽃이 된다는 것, 참으로 중요하죠. 부처님의 삶과도 상통하는... 자식은 부모의 꽃, 부모는 자식의 꽃, 나는 너의 너는 나의 꽃, 즉, 행복을 나누고, 다정하게 말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일들, 이 모두가 다 누구의 꽃이 됩니다. 이러한 일들이 생활 속에 배어들어 살아가는 '삶' 안에 녹아들 때, 꽃은 만개하게 되고 우리 불자들이 꿈꾸는 불국정토가 됩니다. 한 마디로 살맛 나는 세상." -요즘 주위 분들이나 친지에게서 조계사가 참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듣곤 하는 데요, 기자가 생각해도 변화의 물결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영가 천도의 불경소리들이 경내를 지배해 조금은 우울한 부분도 있었는데, 주지 스님께서 부임하시고 나서부터 작은 음악회, 공연, 전시회 등을 개최해 주시어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된 신도들이 본연의 발랄한 심성이 살아나 조계사 처 처 곳곳에서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울려 퍼져 어깨 흥이 절로 나는, 해서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 그야말로 가고 싶은 우리의 절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 주지 스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주신 주지 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