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지회장 유영애(월명심)
조계사의 새로운 100년 ‘우리동네 조계사’가 이끈다▲ 노원구 지회장 유영애(월명심)달력에 동그라미 크게 쳐놓고 기다리는 마음2012년 조계사 국화 향기 나눔전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를 준비 중인 절 앞마당은 분주함과 설렘으로 생기가 넘쳤다. 인터뷰 장소인 도심포교 백주년기념관 2층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내려다본 경내는 자못 가을 정취가 깊어, 향긋한 국화차 한 잔을 생각나게 했다. 역시 가을은 국화가 제격이다.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행복월명심 유영애(60) 노원구 지회장은 서울 토박이로, 남대문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과병원도 남대문 근방이었고, 어머니는 집에서 가까운 조계사에 다니셨다. 가끔 기도하는 어머니를 따라 조계사 법당에 앉아 보긴 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자 보통 어머니처럼 그이도 자식 뒷바라지가 먼저였다. 무남독녀 외동딸이 전교 1등을 놓지 않는 우등생이어서 중학교 때까지 줄곧 육성회장 등 학부모회 임원을 맡아야 했다.꽃을 좋아해서 꽃꽂이 강사로 활동하면서 연구소도 차렸고, 취미로 시작한 볼링은 당시 서울시내 12개 주부팀 중 한 팀의 대표로 인정받을 만큼 수준급이었다. 자연스레 절에 나오는 일이 줄어들었다.그러던 중 당시 신도회 부회장이던 친구가 새로 조직되는 육법공양 봉사자로 그이를 추천했다. 그때가 17년 전. 그뒤 쭉 육법공양팀(당시는 육법공양법등)에 소속되어 절 행사 때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신도들을 대표해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7년 전부터는 팀장을 맡아 육법공양팀을 이끌고 있다. 그이가 팀장을 맡고 달라진 건, 팀장인 그이를 뺀 팀원들 모두 20~30대의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등 젊은 아가씨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젊고 활력 있는 불교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음씨다. 팀원들을 뽑을 때 제일 먼저 그것부터 본다. 착하고 맑은 마음씨가 아니면 어찌 신도들을 대표해서 공양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20명의 팀원들에게 걸음걸이, 몸짓, 옷매무새 등을 가르치고, 자식처럼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보고 누군가 ‘캥거루’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는 팀원들에게 “봉사해야 좋은 인연, 능력 있는 인연을 만난다”라고 독려한다.동네 사우나에서도 홍보노원구 지회 모임 참석자는 평균 30여 명, 연락 전화도 유 지회장이 직접 거는 편이고 메시지도 보낸다. 이웃 사람들에게는 물론 때로는 동네 사우나에서도 회원을 늘이려는 의욕이 식을 줄 모른다. 가끔 쌀쌀 맞은 반응에 소녀 같이 여린 그이는 속상해하고 상처도 받는다.“하심(下心)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많이 느끼죠. 그럴 때는 열심히 참석하는 분들, 달력의 모임 날짜에다 크게 동그라미를 쳐놓고 기다린다는 노보살님, ‘애쓴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하자고 저 자신을 다독여요.”모임 날짜는 직장인들을 배려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잡는데,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 걱정이다. 현재는 건영백화점의 한 중국 식당에서 모이는데, 주인이 불자라서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좋은 공간을 찾는 중이다.유 지회장은 자기소개를 하는 친교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더니 1년이 다 된 요즘은 익숙해져서 꽤 만족스러워한단다. 어떤 회원 아들이 어디어디서 식당을 하니 애용해달라거나, 누가 병원에 입원했고, 뉘집 자식이 시험을 친다고 알려서 서로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는 사이에 소속감이 커지고 신뢰가 쌓인다. 거기에 스님의 축원이 이어지면 다들 감격스러워한다.“절에 다녀오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부잣집에서 태어나 고생이나 허드렛일을 해본 적이 없는 유 지회장은 조계사에서만은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도 치우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다. 처음엔 온몸이 쑤시고 아팠는데 어느 새 몸에 뱄는지 열심히 하다 보면 기분도 좋아진단다. 그런 아내를 보고 “절에 다녀오면 당신 얼굴에서 빛이 나”라며, 절 일이라면 무조건 밀어 준다. 거의 매일 절에 나와 있어도 혼자서 잘 지내고, 공부를 좋아해서 얼마 전에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무척 재밌어 한다. 그들 부부는 철저히 부부 중심이라 자식보다 서로를 더 아끼고 신뢰한다.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딸도 무남독녀라 신경 써서 키운 덕분인지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남을 돕는 걸 좋아한다. 이처럼 평탄하게 하루하루 지내는 것, 유 지회장은 이것을 부처님의 ‘가피’라고 믿는다. 욕심 없는 소박한 삶…. 그러고 보니 문득 보랏빛 소국(小菊)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원구 지회장 유영애(월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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