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청년회 ‘수행, 정진, 나눔의 터전’
신도단체 탐방 ①▲ 조계사 청년회 젊은이여, 수행과 나눔으로 더 푸르러라!올해 조계사의 모토는 〈친절하고 행복한 조계사 ‘당신이 부처님입니다’〉. 남에게 친절하면 그 친절이 곧 나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니, 그 친절로 상대와 나 자신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이번 3월호부터는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한 조계사, 그 행복의 산실인 신도단체들을 찾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조계사 대웅전에는 기도하는 신도들과 종로 근방을 지나다 들른 참배객들로 늘 경건함과 활기가 묘하게 함께한다. 크고 작은 법회와 행사가 자주 열리다 보니 오롯이 기도 삼매에 들고 싶은 불자들에게는 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싶다.토요일 오후 4시, 또 하나의 법회가 열린다. 조계사청년회의 ‘주제가 있는’ 스토리텔링 법회다. 기도하는 불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어느덧 넓은 법당 안이 젊은 불자들로 채워진다. 한눈에도 1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젊은이들 사이에 나이 지긋한 불자들도 눈에 띈다. 청년회 법회 법문을 좋아해서 시간 맞춰 참석하는 일반 불자들이다. ▲ 매주 화요일 극락전, 매주 토요일 대웅전에서 조계사 청년회는 법회를 가지고 있다 2011년 11월에 취임한 조계사청년회 현성 이길수 회장(25대, 42세)은 토요 정기법회를 소개하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다.“저희 조계사청년회는 1977년 6월 4일에 창립되어 올해 37년째입니다. 매주 화요일(저녁 7시 30분)과 토요일(오후 4시)에 법회를 보는데, 대웅전에서 열리는 토요법회는 일반 신도들도 법문 들으러 오실 만큼 인기가 있어요.”화요법회가 직장인 위주의 기도와 치유 법회에 가깝다면 토요법회는 법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법회로 진행된다. 150여 명의 정회원들은 한 달에 세 번 이상, 이 둘 가운데 한 법회에 참석해야 한다.청년회에 가입하려면 39세 이하의 나이로 반드시 연수원(원장 최석균) 과정(현재 363기)을 거쳐야 하고, 두 달간(7주)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교육에 60% 이상 참석해야 한다. 불교단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촘촘한 가입 절차다. 신입회원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신심이 확고해지고 연수원 동기끼리 든든한 도반이 된다고 한다. 5개 부서 6개 동아리, 신심은 한껏 열정은 맘껏연수원 과정을 마친 신입회원들은 교리경전부, 생활불교부, 참선수행부, 사찰문화부, 찬불수행부 가운데 한 부서를 선택해서 활동한다. 이 5개 부서를 중심으로 회원 관리 등 청년회 활동이 이뤄지는데, 부서마다 색깔이 다르고 활동도 다양하며, 부서 활동비로 한 사람 당 매달 3천 원씩 회비에서 지원받는다. 다행히 재작년 말부터 회원 80%가 자동이체로 월 회비 1만 원을 납부하고 있어 머잖아 적자를 면할 듯하다.실무 임원으로는 부회장(이인섭, 이지현)과 사무총장(최철은), 재정국장, 홍보팀장, 기획팀장, 법회팀장, 법회차장, 법향팀장, 미디어팀장 등 14명이 이길수 회장과 함께 청년회를 이끌고 있다.조계사청년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규모 있는 청년회답게 다양한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벗과 다르마, 맑은 소리, 마음 비추기, 소리마루, 불화 배우기, 청년회밴드 등 6개 동아리에서 회원들은 교리, 참선, 명상, 찬불가, 불화, 찬불가요 등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회원 90%가 25세~35세인 젊은이들에게 휴식과 취미활동도 수행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소리마루합창단은 2000년 창립해서 2008년 찬불수행부로 승격된 혼성합창단으로, 재작년 단원 30명이 전국불교합창페스티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목표는 대상이다.불화반은 현재 20여 명의 회원이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회밴드 또한 조계사청년회만의 자랑거리다. 작년 가을 국화축제 때의 공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머지않아 사중에 연습실도 마련될 예정이다.이길수 회장은 불화와 합창, 밴드, 창, 춤 등으로 구성된 ‘문화포교예술단’을 만들 계획이다. 사중에 낸 기획안이 통과되어 현재 창단 준비 중인데, 이를 중심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70명 규모의 봉축연희단을 꾸릴 생각이다. 문화 포교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이 회장은 이처럼 다양한 청년회 회원들의 전공이나 특기를 포교에 활용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청년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조계사 청년회 여름 수련회 ▲ 조계사 청년회 수행모습 ▲ 2012년 부처님오신날 거리행진 청년들아 모이자! ‘두런두런 콘서트’조계사청년회의 한 해는 매우 분주하다. 일주일 두 번의 법회, 여름수련회, ‘신심충만 예불투어’, 찾아가는 법회(다른 청년회), 동아리별 부서별 봉사와 행사 등 자체 행사를 비롯해서 서울불청 등 외부 연대사업에도 참석하려면 일 년이 짧다. 특히 25대 회장단은 사중 행사에 좀더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사월초파일 봉축행사, 국화꽃축제, 동안거 및 하안거 방생법회 등 사중 행사에 적극 동참하면서 맏아들 노릇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한편으로 다른 청년회와 교류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 ‘찾아가는 법회’다. 봉은사, 길상사 등 서울 지역 청년법회에 동참해서 함께 정보를 나누고 청년불자의 공감대를 넓혔다.그 과정에서 청년불자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두런두런(Do Run Do Learn)콘서트’가 탄생했다. 청년들이 대상인 만큼 그들에게 인기 높은 혜민 스님, 정목 스님, 법륜 스님께 ‘청년불자를 위한 콘서트’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고 돌아온 답은 흔쾌했다. ▲ 두런두천 콘서트 현장 지난 1월 12일(건국대 새천년홀) 혜민 스님을 초청한 첫 토크콘서트에는 목표(400명)의 두 배가 되는 800여 명의 청년들이 참석했다. 이제 2차 정목 스님(2월 23일)과 3차 법륜 스님(3월 23일)의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경기지역 불자청년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두런두런 콘서트’는 조계사청년회란 이름보다 청년불자라는 이름을 더 크게 생각한 제25대 회장단의 지혜와 아량이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조계사청년회는 (사)대한불교청년회 소속 직할 청년회(전국 2개)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교계에서의 기대와 의무도 가볍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법회 활성화와 회원 화합 등의 내실을 다진 힘으로 올해는 더 높이 더 멀리 솟아오를 듯 보인다. * [잠깐 인터뷰] 조계사청년회 회장 이길수(현성) ▲ 조계사 청년회 회장 이길수(현성) “함께해서 재밌고(Fun Fun) 행복해요!”이길수 회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감전되는 큰 사고를 당해 백 일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때 생명이 위독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부처님께 기도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에게 고운사에 한 달간 가 있기를 권했다. 한 달 반 동안, 매일 2천 배를 하면서 점점 신심 깊은 소년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자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서 부석사로 기도하러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여섯에 조계사청년회에 가입했다. 17년째 조계사청년회원으로 활동해온 그가 지금은 회장이다.지난 2011년 11월, 취임 때의 다짐을 그는 이렇게 기억한다.“‘Fun Fun’, 재밌는 청년회를 만들자고 맘먹었어요. 법회 참석 인원을 늘리고, 어둡고 무거운 청년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재밌어야 하잖아요. 다행히 임원들과 회원들이 잘 따라줘서 전체적으로 밝아졌죠.”연중 법회 주제를 미리 짜고 거기에 맞게 법문도 체계적으로 정해서 법사를 초청했다. 화요법회도 어떤 종류의 기도를 하는지 알고 참석하도록 미리 알렸다. 점점 참석자가 늘어나 지금은 임기 초에 비하면 두 법회 모두 30명~40명이 더 많아졌다.회원들에게는 자신을 ‘잘생긴 회장’이라 부르라고 종용(?)했다. 그렇게 세뇌시킨 덕분에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회원들 늘고 있단다. 이 모두 재밌는 청년회를 위한 이 회장의 노력이다.이 회장은 사중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도법사 성진 스님의 도움에 힘입어 종무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힘썼다. 청년회원들에게 사중의 뜻과 의견을 전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조금 서먹했던 관계가 좋아져, 회원들은 사중 행사에 기꺼이 봉사하고, 사중은 그걸 고맙게 생각한다.이 회장은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소리마루합창단을 만들고 7년간 직접 지도한 것도 이 회장이다. 조계사청년회 합창단에서 만난 도반과 혼인해서 낳은 두 아들이 집 근처 수국사에 다니는데, 이 회장은 그곳 어린이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다. 친동생 부부도 조계사청년회합창단에서 만났고, 육촌 남동생도 참선수행부에서 만난 도반과 혼인했다. 모두 그가 이끌어준 인연들이다.이 회장은 회원들에게 “공부해서 지혜를 얻고, 봉사해서 복을 쌓고, 사람들을 만나 덕을 쌓자”라고 강조한다. 불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라면서 이 세 가지 모두 청년회에서 이룰 수 있고, 이루어야 할 일이란다.3년 뒤, 45세가 되면 20여 년간 몸담아온 청년회를 은퇴해야 한다면서 그때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을 귀띔해준다. 조계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어린이법회에서 중․고등부로, 대학생회에서 청년회로, 그리고 신도회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고 싶단다. 그래야만 전체 기구가 활성화되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조계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일이라는 이 회장, 그의 조계사 사랑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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