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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학업성취 100일 기도 회향

  • 입력 2003.11.07
  • 수정 2025.01.15

2003년 11월 5일 수요일, 오늘은 대학입시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짐과 동시에 학업성취 100일기도 회향의 날이다.

 

여느 때보다 법당을 꽉 채운 학부모님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투영된 탓인지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아침 8시부터 천수경 독송과 함께 100일 기도를 집전했던 대우스님의 관음정근을 시작으로 기도의식은 릴레이로 이어졌다.

 

정근이 이어지는 동안 7월 29일 날 처음 기도를 입재했던 그 날을 떠올려 본다. 한 여름 뙤약볕의 기승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학업성취 100일 기도에 임하는 모습에서, 첫 날부터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땀방울을 가득히 머금은 얼굴은 곧 본인 자신이 수험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당에서 관세음보살님을 닮은 노 보살님을 만났다. 손주가 시험을 치러서 기도하러 오셨는데 자리를 잡고 계시다가 젊은 엄마들을 위해서 양보하고 마당으로 나오셨다고 한다. 첫 날부터 오늘까지 며칠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기도에 참석하셨는데 입재일부터 대우스님의 기도 모습을 보시고는 '저렇게 며칠 하시다가 마시겠지!' 하셨단다. 너무 열성적인 모습에 그러한 열의가 얼마나 가랴 싶으셨나 보다. 우려와는 달리 스님의 기도는 한결 같았고 여름의 무더위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도 그 정성을 잠재우지 못했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그 이전 할머니와 함께 조계사에 다니셨다는 보살님은 조계사의 내력을 상세히 말씀해 주셨다. 긴 세월동안 믿음에 대한 감응인지 깔깔한 흰 옷을 위 아래로 치렁치렁하게 입고 계신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셨단다.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더더욱 믿지 않을 수 없다고... 누가 뭐래도 관세음보살님이 최고이고, 조계사 부처님은 영험하다며 젊은 날 홀로 되어 6남매를 키우시며 오로지 부처님만을 믿고 의지하였고 자녀들 역시 고생한 보람이 헛되지 않게 잘 자라주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셨다. 손주 자랑을 하는 모습이 여느 할머니 못지않아 절로 웃음이 난다.

 

얘기를 듣는 동안 능허스님의 낭랑한 음성으로 반야심경과 축원을 마치며 입시기도 1부가 끝났다.

잠깐의 휴식과 점심 공양의 시간이 주어졌고 다시금 예참문, 천수경을 독송하며 기도의 2부가 시작됐다.

 

법당 안과 돗자리를 깔아 놓은 마당에는 관세음보살님을 염하는 500명의 학부모님 소리로 가득했다. 1부와 마찬가지로 스님들의 기도 릴레이는 계속됐고, 마지막 2시간여를 남겨 놓고는 마무리를 위한 대우스님의 관음정근이 다시 울려 퍼졌다. 마지막 남은 시간을 위함인지 스님의 목탁 치는 속도와 정근 소리에 박차를 가하는 템포가 무섭도록 빨라졌다. 그 소리만으로도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아름다운지 가늠할 수 있었다. 수능시험이 끝나는 5시와 함께 드디어 그 날의 기도소리가 멈추는 시간이 됐다.

 

주지스님은 회향에 앞서, "모든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기본을 닦고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며 학업성취 기도가 아니라 긴 인생에 있어서 생을 살아가는데 성장의 계기로 삼아서 그 성장의 바탕이 됐으면 합니다. 집에 돌아가시면 이후에는 결과를 막론하고 여기에서 기도한 만큼 그 공덕이 돌아갈 것이라 확신하시고 수험생들을 칭찬하고 위로해 주시고 이 기회를 통하여 더 큰 성장을 하도록 계속적으로 지도해 주시기를 바라며 수고 많았습니다. 특히 대우스님의 기도의 태도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그 성과가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고생들 많았습니다." 라며 법문을 마치셨다.

 

고운 미성의 능허스님과 박력 있고 힘 있는 대우스님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조상님들에게 수능시험을 잘 치름을 알리는 기도가 시작됐다. 너무나 잘 하시는 두 분 스님의 기도 소리에 영가님들도 흡족하셨으리라 !

 

"이것으로서 자녀분들의 대학입시 100일기도의 회향을 모두 다 마칩니다. 소원성취 하시고 복이 깃들며 성불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능허스님의 말씀으로 대단원의 100 기도가 무사히 끝났다.

 

두 스님의 지극한 정성 때문인지 모든 학부모님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법당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동... 아마도 스님들도 보람과 함께 벅참을 느꼈으리라 여겨진다.

 

하루를 위하여 모든 열정과 시간들을 쏟아낸 그들에게 오늘이 먼 훗날을 위한 밑거름과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삶이 되는 젊은 그들이 되었으면 한다. 시험을 잘 치룬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미래를 위한 발판의 계기가 되어 거듭 태어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인생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실수의 연속이며 그 속에서 모범답안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런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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