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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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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도반] 가사도감에 동참한 두분을 만나다

  • 입력 2003.11.13
  • 수정 2025.01.15

지난 11월 2일 가사불사 회향식이 있었다. 가사불사는 8월 28일 날 입재하여 60여일 동안 조계사에서는 2년에 한번 가사불사를 해오고 있다. 가사도감을 설치하고 신도들이 직접 참여하여 가사제작에 가장 조예가 깊으신 성오스님의 지도아래 여법하게 치뤄졌다.

 

여래의 법의이며 스님들의 청정한 계율이기도한 신도들은 45명 정도되며, 그 중에 20여명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동참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 그 중 두분을 만나보았다.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오는 조계사 오량에서 상기된 표정의 두분이 종무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사제작에 참여한 공덕 때문인지 두 분은 아주 맑아보였다. 

 

백영애(보림화), 김숙자(세명심) 보살이다. 보림화 보살은 1966년도 처음 가사제작에 참여하여 현재로 세번째 동참하고 계시며, 연세는 72살임에 불구하고 매우 건강하신 모습이었다. 세명심 보살은 우연한 기회에 처음으로 가사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48세의 평범한 주부이다. "여기로 들어가실까요." 종무소 오른편에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하니 의자에 앉으시며 두분 다 쑥스러워하신다. 

 

기자: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가사불사 회향은 잘하셨는지요.

 보림화, 세명심: 네. 가사불사회향에 맞추느라 전날은 새벽 2시까지 작업했어요. 그래도 15조, 25조 가사만 다지어서 스님들께 봉헌해 드렸구요. 9조 가사는 앞으로 3주일 정도 시일이 걸릴것 같아요.

 기자:가사제작이 회향에 맞춰 모두 끝난 줄 알았는데 늦어졌군요.

 세명심: 사정이 좀 있었어요. 가사도감 설치는 8월 28일에 했었으나, 옷감이 안들어와서 제작은 9월 15일께나 시작할 수 있었지요. 종단에서 스님들의 가사색깔을 통일하고자 염색에 신경을 쓰다보니 좀 늦어졌어요.

 보림화: 염색은 아주 잘 되었어요. 좀 늦어지긴했어도 스님들이 수하신 가사이니 조심스럽지요.

 기자: 두 분께서는 바느질을 잘하시나봐요. 가사제작에 동참할 마음을 내실 생각을 하신 걸 보니...

 세명심: 아니요. 전 아니예요.

...얼굴이 빨개지며 손을 내저으신다.

 보림화: 저는 바느질을 좀해요. 하지만 나이가 있어 이 나이에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마음만 내니 모든게 저절로 되데요.

세명심: 공정과정이 있는데요, 작업을 나누어서 분담하고 있거든요. 전 다림질을 하고 있어요. 마음만 내어서 용감하게 동참하게 되었는데, 가보니 제 할일도 있더라구요.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러면서 공정과정을 꼼꼼하게 설명해 주신다. 보통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옆에서 보림화 보살님은 열심히 설명하는 세명심 보살님을 거드시는 모십이 사이좋은 고부간처럼 보인다.

 기자: 대단한 인연 지으셨네요.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보림화: 항상 즐거운 마음이예요. 아침에 눈뜨면요, 학교가는 아이들처럼 마음이 설레어요. 이 나이에 스님들의 가사를 짓는 숭고한 일에 참여하고 있으니, 참으로 커다란 부처님의 가피지요.

 세명심: 노보살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정말 열심이세요. 일일이 챙겨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더욱더 힘이나요.

 기자: 그러시군요.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보림화: 팀장이 젊어요. 젊으신 분이 얼마나 열심이고 고생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저절로 도와주게 되더라구요. 저희같은 사람이야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순 없구요, 몇 번 해본 경험으로 전체적인 것을 실수없게 일일이 검사할 정도로 하고 있어요.

 세명심: 잘못 제작된게 있을 때, 돋보기 끼시고 바느질 한 땀 한 땀 조심스럽게 다 따 주세요. 참으로 노보살님들 일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우세요.

 보림화: 젊은 분들이 마음이 고와 잘봐 주시니까 그래요.

...서로서로 아끼며 말씀하시는 두 분의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

 기자: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으네요. 남은 시간 더욱더 좋은 시간 되길 바랄게요.

 세명심, 보림화: 3주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9조 가사도 마무리 할거예요. 저희들이 지은 가사를 스님들께서 입으시고 청정한 계율을 지키여 부처님과 같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사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요.

 기자: 그러시군요. 두분이 가사제작에 처음 참여할 때 마음과 지금의 마음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보림화: 시작할 때는 잘할 수 있을까. 끝까지 임할 수 있을까...사실 좀 두려웠어요. 그래도 집에 계신 부처님(거사님)과 조계사 부처님이 도와주셔서 이만큼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나이가 더 젊었으면 앞으로도 동참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세명심: 처음 시작할 때는 기본 교리 같은 기수이며 천수경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 10명이 합심하여 심부름이라도 가서 해보자고 용기를 냈었지요. 그런데 가사를 짓는데 저희가 한몫을 했다는게 너무 뿌듯해요. 두 달 동안 옆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가족들이 도와주니 지금 이 자리의 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동참하고 싶어요. 다음 번에는 더욱 정중한 마음으로 묵언을 지키며 가사제작에 참여하고 싶어요.

 기자: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네요. 정말 좋은 인연 지으셨습니다.

 보림화, 세명심: 가사제작에 동참한 모든 분들과 함께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그 동안 함꼐 일하면서 나누신 마음으로 자그마한 기쁨까지도 함께 나누고자하는 배려하는 그 마음이 이 세상 빛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두 분은 지금도 가사 제작에 열심이신 분들께 미안하다며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신다.

 "가사는 여래의 법의이고 보살의 대의이다. 입는이가 능히 복전을 지음에 시주한 이는 속히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부처님 말씀은 하나도 그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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