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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법회/행사] 무주당 청화 큰스님 다비식

  • 입력 2003.11.17
  • 수정 2025.01.15

큰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에는 10,0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해 스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11월 12일 오후 10시 30분,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선승이신 전남 곡성 성륜사 조실 청화 큰스님이 입적하셨다. 세수 80세, 법랍 56세. 조계사에서는 16일 오전 11시 성륜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거행된 큰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에 재무국장 정범스님과 부전스님이신 대우스님, 일반신도 50여 명이 참석했다.

 

무주당 청화 큰스님은 192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24세에 백양사 운문암에서 만암 대종사의 상좌인 금타화상을 은사로 출가하셨다. 속명 강호성으로 광주사범학교 졸업, 일본 유학에 이어 고향에서 고등공립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치셨으나 극한적인 좌우대립 속에서 갈등을 겪다가 더 큰 진리를 깨치기 위해 출가하셨다. 그후 56년간 대흥사, 진불암, 상원암, 백장암, 벽송사, 혜운사, 태안사 등 전국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묵언과 장좌불와, 일일일식(一日一食)으로 용맹정진하셨으며, 60세가 넘어서야 토굴 생활을 끝내고 일생을 청정한 계행과 철저한 두타행으로 오로지 수행에만 초지일관하셨다. 지난 92년 말에는 미국에서 미주 금강선원을 개설하며 해외포교에도 힘썼고 열반에 들기까지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활동하셨다.

 

영결식과 다비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과 원로회의 의장 도원스님을 비롯하여 1만여 명의 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하여 큰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았다. 상좌들에게 열반 사실을 알리지 말고 최대한 간소하게 다비식을 치를 것을 당부하셨다는 큰스님의 뜻을 받들어, 식은 일체의 만장을 세움이 없이, 연화대에도 아무런 장식 없이 간소하게 치뤄졌다.

 

법장스님은 언제나 한결같았던 겸손하신 모습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며, "큰스님께서는 승속간에 누구를 만나도 항상 하심과 겸손으로 대했다. 그리하여 끝내는 마주하는 이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감복하여 저절로 무릎을 꺾게 하였다"고 회고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인로왕번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일주문 앞에 마련된 다비장으로 이어졌다. 큰스님은 평소 수하시던 가사를 덮고 마지막 길을 나섰다.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십시오!"

연화대에 불을 넣는 '거화(擧火)'가 시작되자 스님들과 신도들은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면서 큰스님의 몸이 본래의 모습, 흙과 물과 불, 바람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큰스님의 크나큰 가르침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 진정 우리 곁을 떠나버리는 슬픔에 스님들과 신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청화 큰스님은 아난존자가 부처님이 열반하심에 슬피 운 것은 몸이 사라지고 우리가 사고하는 의식활동도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영생불멸의 자리인 '대승열반' 자리를 미처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하셨지만, 이 시대의 선지식들이 한분 한분 떠나실 때마다 우리 중생들의 마음은 그저 슬프고 무너져내릴 뿐이다. 큰스님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등불이자 의지처이고 긍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재가제자의 추모사와 같이 부디 다시 이 땅에 법체를 나투시어 중생을 호지하여 주시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청화 큰스님은 성륜사 조선당에서 문도들을 모아놓고 "철저한 수행과 계율을 지킬 것"을 당부한 후 임종게를 수서(手書)하고 편안히 열반에 드셨다고 한다. 다음은 큰스님이 남기신 임종게이다.

 

此世他世間   이 세상 저 세상

去來不相關   오고감을 상관치 않으나

蒙??千界   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데

報??細澗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할 뿐이네

 

다비장으로 향하는 운구행렬

 

 

연화대에 불을 넣는 스님들.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십시오!"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신도들

 

 

스님의 성품만큼 소박했던 연화대가 타오르고 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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