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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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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상큼 새콤한 만남 - 임진화 씨

  • 입력 2003.12.09
  • 수정 2025.01.15

상큼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물며 그 사람이 불법을 익히고 정진하려 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즐거움은 배가가 된다.

단정한 머리에 새침할 것도 같은 환한 얼굴, 이 번에 만난 임진화씨가 그렇다. 

며칠 전 41기 불교기본교육과정을 수료한 그녀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모녀가 같이 기본 교육을 수료하였다고 들어 참 복 받은 이구나 했는데 만나보니 예쁘기까지 하네요.

임진화(이하 임): 감사합니다. 어머니와 언니랑 등록하였는데 언니는 부득이한 일이 있어 이번에 같이 수료를 못했어요. 전 같이 다니는 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사실 감사한 일이죠.

 

  세분이 같은 반에 등록했어요. 같이 다니니 재미있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얘기 좀 해주시죠.

임 : 어머니는 주간 반, 저와 언니는 주말 반에 다녔어요. 재미있는 일은 해인사 수련대회, 발우 공양에 얽힌 일이에요. 언니와 내가 먼저 갔다 와서 찌꺼기가 뜨면 손 씻은 물을 마셔야 한다. 사실 난 안 마셨는데 언니는 마셔서 그 느낌을 생생하게 말했거든요. 그래 어머니는 정말 깨끗이 먹었는데 같이 간 도반들이 주의 사항을 지키지 않아 그 물을 다 나누어 마셨나봐요. 갔다와서 난 깨끗이 먹었는데 하시며 억울해 했어요.

 

  기본 교육을 받고  난 뒤 달라진 점 좀 말해 주세요.

임 :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전에는 몰라서 주문으로만 듣던 불경도 새겨듣게 되었고 또 나도 모르는 사이 관세음보살도 염송해요. 이것도 수련대회에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다 아시다시피 일정이 빡빡하잖아요. 제가 잠이 좀 많거든요. 새벽 예불 드리기 전 3시쯤에 일어나도 되는데 보살님들이 1시 30분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시기에 짜증을 냈어요. 그때 옆 사람이 전생에 내가 저 사람들 잠을 뺐었구나 라고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 순간 아차 했어요. 물론 짜증도 사라졌죠.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법명이 참 고와요, 청정안. 마음에 들어요.

임 : 그럼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3개월 동안 가르친 담임 스님이 한사람 한사람을 떠올리며 지어주셔서 다들 좋아해요. 언니 이름은 덕심인데 어머니 법명은 대덕심이예요. 정말 신기하죠. 담임 스님은 정범스님이셔요. 그 동안 스님을 멀게,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운 사람으로 봤는데 가까이 서 보니까 친근하고 정감도 많이 가요. 오죽하면 정범스님이 천수반야반을 맡는다 길래 등록했겠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나오는 것도 꽤 힘들어 쉬려고 했거든요.

 

  남자 친구도 있을 것 같은데 소개 좀 해줘요.

임 : 아까 가족이 종교가 같은 게 복이라 했잖아요. 남자친구와 종교가 달라 때로 실감이 나요. 달마스님 그림 있잖아요, 그걸 십자수를 해서 언니 결혼 선물로 주었어요. 다음에는 수월 관음도를 하려고 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자기한테 십자수로 십자가를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어야 하니까 그래서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종교가 같았으면 하는 바램은 있어요. 짧은 시간이 아니라 길게 잡고 포교를 해야죠. 몸에 배게요. 우리집에는 늘 불경 테이프를 틀어놓는데 어느 날 남자친구가 이산혜원선사 발원문 한 구절을 따라하는 거예요. 가능성을 보았죠.

 

  우리는 점심공양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계사 소나무 밑, 세칭 솔밭에서 커피도 마셨다.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고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구김이 없는 그녀의 재잘거림에 나도 덩달아 밝아졌다. 그녀의 상큼한 밝음이 나에게 전염된 것이다. 계속 정진하여 지금 가진 상큼 새콤한 초발심, 그 빛이 영원히 계속되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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