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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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힘든 장애인 포교에 긴 세월을 몸담아온 그를 만나다.
원심회 부회장인 김장경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원심회 하루찻집이 열린 행사장이었다. 빨간 두건을 쓴 힙합 전사 모습이었다. 30대 중연인데 복장이 생경했다. 계면쩍어 두건을 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연 때문에 라며 웃었다. 맑은 웃음이었다.
웃음이 맑은 사람은 순수하다는데 그는 어떨까.
애초 행사 취재를 가서 행사 주관자를 장시간 잡아 두는 인터뷰까지 한다는 것은 지나친 내 욕심이었다. 뒷 날 원심회 사무실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전에 보았던 힙합 전사가 아니어서 몰라 보았다. 맑은 웃음만 아니면 같은 사람이 아닌줄 알았을 것이다. 의상에 대해 말을 꺼내자 그는 수화노래 공연에 빠른 곡이 하나 들어가야 구색이 맞아 할 수 없이 30대인 자신이 빨간 두건을 썼다고 했다. 누구 하나는 남이 꺼리는 일을 해야 단체 운영이 원활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심회에서는 '조계사 원심회'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카페 닉네임이 '빗자루를 든 놈'이다. 회원이 선물한 십자수 작품이 빗자루를 든 눈사람이라 지었다는데 마녀, 마당쇠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 일을 하는 사람, 어려움을 마술처럼 깨끗이 해결하는 사람. 장애인 포교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게는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는 원심회가 창단(1988년) 이래 지금까지 몸담고 있다. 그는 청음회관에서 처음 수화를 배웠다고 한다. 그 모임에도 계속 나가나 이곳 원심회에 쓰임이 더 많아 계속 자릴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초창기 멤버로는 덕신스님과 자신뿐이라고 했다. 긴 시간 동안 있었던 만큼 열정도 남달랐다. 수화와 점자녹음 도서를 이야기를 하자 참 어렵다고 말을 뗀 뒤 비교해서는 안되지만 타종교와 차이가 많다고 했다.
강남에 있는 타 종교 장애인 복지관의 경우에는 녹음실이 6개이고 편집실도 따로 있는데 우리는 불서를 녹음하려 해도 녹음실이 없고, 점자책을 만들려고 해고 장비가 열악하여 많은 책을 만들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가 하는 생각에 절로 속이 상했다. 사실 그 곳 복지관은 녹음 봉사하는 사람 수도 많을 뿐더러 몇 년씩도 되었다. 또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불교계의 경우는 봉사자 수도 적을 뿐더러 오더라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봉사를 여건이 되어 있지를 않다. 후원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움을 계속 토로하였다. 매주 일요일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법회를 하는 데 법사를 초청하기가 힘들어 두 주는 청각 장애인 회원이 대신 한다고 했다. 사실 스님이 오신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고 한다. 다른 것도 아닌 법문이기에 수화로 통역이 힘들다고. 통역하는 중에 뜻이 잘못 전해질 수도 있고 둘째로는 불교 용어가 수화로 정착되지를 않아 더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면 부처님을 나타내는 수화가 꼼짝 마라는 뜻이기도 해 요사이는 비로자나 부처님 수인인 지권인(智拳印)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스님들이 수화를 배워 직접 수화를 사용하여 법을 설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원심회에서 많은 일을 하였다. 불서를 점자 도서와 녹음 도서로 만들어 장애인들에게 포교에 힘을 썼으며, 창단 이래 계속된 수화 교실은 벌써 44기이다. 지난 11월에는 청각 장애인, 시각 장애인, 지체 장애인 22명이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성지 순례를 갔다 왔다.
이런 공로로 그는 몇년 전 총무원장상을 받았다. 세속으로 보면 대통령상과 버금가는 것인데 "나 같은 사람이 받을 것을 보니 불교계에 사람이 없나봐요."라고 말을 해지만 이는 겸손의 말이다.
지금 자원 봉사를 다니는 불자들을 보면 이곳 저곳으로 백화점 쇼핑하듯이 신행을 다닌다. 한 마디로 전문성이 없다. 자원봉사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힘든 장애인 포교, 그 한 분야에서 긴 세월을 몸담아온 그가 상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향을 싼 종이는 향내가 나듯 장애인 포교에 매진한 김장경씨에게 불법의 향기가 가득하였다. 그 향기가 소외되어 있는 우리 장애인 법우들에게 고루 널리 퍼져 나갈수 있게 우리 모두 작은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이 해가 넘어가기 전에 작은 정성을 원심회에 보내 두루 회향하는 한해로 마감하심이 어떨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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