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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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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법회/행사] 오탁악세에서 한송이 연꽃이 되어...

  • 입력 2003.12.16
  • 수정 2025.01.15

 겨울의 한 가운데서 추위가 잠시 주춤한 2003년 12월 16일 오후 2시.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강제 추방으로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 추모 천도재가 있었다. 실천 승가회와 불교 소수자의 벗 주최로 열린 이 날 천도재는 조계사의 후원으로 치뤄졌다.

 

 머나먼 타국 땅까지 꿈을 이루고자 온 외국인 노동자 7명은 꿈을 접고 생명도 접고 영가가 된 채 조계사 대웅전 영단에 모셔졌다. 4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조계사 신도와 천도재를 주최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천도재는 2시 20분에 집도하시는 스님들의 분향 아래 시작되었다. 스님들이 향을 올린 후 대중들은 영단에 2배의 예로써 절을 올렸다. 실천 승가회의 일문스님, 종호스님, 도윤스님, 스리랑카의 와치싸라함두루 스님이 집전한 이 날의 천도재는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참담함에 참으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세상인연 다하여서 죽음이르니

 

   번개같은 인생이라 한판 꿈이라

 

   아득해라 심혼이여 어디로 가고

 

   칠백이여 고향 떠나 망망하여라

 

   향기로운 백초림 신선한 맛을

 

   조주스님 몇천번을 권하였던가

 

   돌 솥에 강심수 고이 다려서

 

   영가들 앞앞마다 드리옵나니

 

   망령이여 드시고서 안락하시라"

 

 불교 제사 의식에서 스님이 염불하시는 내용의 일부다.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는 스님들의 염불 소리에 묻혀져 갔다. 원혼들이여! 부디 극락 왕생하소서.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한 외국인 노동자의 멍한 동공을 대하며 그들이 지금 처한 이 현실의 늪이 얼마나 절망적인가를 생각해 볼 때 가슴 저려오는 참담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추모 천도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헌향과 헌화가 있은 후 재는 끝이 났다. 곧 이어서 부처님전으로 옮겨 앉은 후 스리랑카의 함두루 스님은 오늘 이 자리를 있게 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치사의 말씀을 하시고, 남방 불교에서 영가를 천도하는 형식으로 원음 그대로 부처님전에서 의식을 치루었다. 내용은 불법승 삼보를 찬탄하며 7위의 영가를 부처님께서 헤아려 주시옵기를 청하며, 추모 천도재에 참석하신 분들의 축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도윤스님께서 통역해 주셨다. 다음은 원불교 최서연 교무님의 추모사가 있었는데, 운명을 달리한 외국인 노동자의 추모 천도재를 올릴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다고 하면서 "꿈을 실현하고자 꿈의 땅으로 왔다가 영어의 몸이 되어버린 그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천도재를 지내니 부디 집착을 버리고 영원한 열반의 길, 새로운 생명의 길로 찾아가길 바란다. 지금 이 시간이 상생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의 발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며 추모사를 마쳤다.

 그리고 경희대 김수이 교수님은 처연한 음성으로 추모시를 읽었다. 추모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찬바람처럼 들리는 구나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 제 1조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 수급 및 국민 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권을 수단으로 부리려 하는가.

 

  수천년 지켜오던 인정이 온몸 바람으로 운다"

 

 실천 승가회의 집행위원장 일문스님은 추모법문을 조계사 주지스님과 조계사 사무 대중께 감사하다는 말로써 대신하겠다고 하며,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서 조계사 법당에서 누리는 평화로운 마음을 이 땅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실천 승가회를 비롯한 여섯개의 단체에서 공동으로 채택한 정부에 바라는 성명서를 낸 후 강제 추방으로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의 추모 천도재는 막을 내렸다. 부처님의 고향인 네팔에서 왔다는 '미누'라는 노동자는 유창한 한국말로 희망의 땅이 죽음의 땅이 되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님들은 그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타향살이에 힘든 내 자식을 생각하며, 나그네가 내집에 들르면 정성껏 밥상을 차려 대접했다고 한다. 타국 땅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해봐야 할 것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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