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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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불자로서의 계획
"쌓이고 쌓인 때를 말끔히 씻어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청정한 마음을 가지면
내가 바라던 바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갑신년 신년에는 모두 소원성취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벌써 1월 15일입니다. 일주일 후면 설날입니다. 덕담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는데 저는 그 말을 안 씁니다. 복은 누가 주어서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은 대로 받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마음에 쌓여있는 번뇌망상의 때를 씻고 지난날 잘못을 떨치고 새롭게 청정한 마음을 가지면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여 어떤 계획을 세우고 정진하며 보살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불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아야합니다.
47개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행복지수가 높게 나온 나라는 소말리아, 인도, 미얀마 같은 못사는 나라입니다.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내가 잘못 사는 것은 전생에 내가 복을 못 짓고 잘못 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통도 즐거움으로 바꾸어 가니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반면에 최하위권으로 나온 나라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잘사는 선진국입니다.
그러니 행복의 지수는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삶의 태도가 우리가 우리 운명을 열어갑니다.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고 점 보러 많이 가시는데, 자기 문제는 자기가 더 잘 압니다. 그러니 남에게 물어볼 것도 없고, 열심히 기도하며 관세음보살을 찾으면 내가 올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 수 있습니다. 점쟁이가 어떻게 나를 압니까?
어느 부부가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해서 나이 사십에 겨우 아들을 하나 얻었는데, 어떤 스님이 탁발하러 왔다가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더니 열살 안에 죽을 팔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애가 탄 부부는 스님에게 매달리며 절에서 열 살 때까지만 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가 열 살 쯤 되었는데 스님이 보니까 곧 죽을 것 같아서 집에 가서 인사드리고 점심 먹고 오라고 시켰습니다. 아이가 집에 가는데 마침 여름이라서 장마비로 개울물이 불어나 나무에 매달려있는 개미들이 곧 죽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신발을 벗어 개미를 땅으로 옮겨주고는 집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녀온 아이를 스님이 보니 상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명보를 받았지만 많은 생명을 살려주면 그것으로 다시 그 업보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지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자이기에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신심 깊은 불자가 되어야합니다. 한해가 새로 시작되었지만 죽음의 길로 더욱 가까이 가고 있으니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핑계 대고 절에 안 오고, 정말 마음 먹고 열심히 하려했는데 다른 것 때문에 놓쳤다. 그럴수록 더욱 신심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신심(信心)에서 더 나아가 발심(發心) 해야합니다. 발심은 신심을 발해서 더 폭넓게 자기의 수행의 길로 나가는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기신론'에서 발심의 단계를 세가지로 봅니다..
첫째, 직심(直心). 우주와 인간을 똑바로 보는 것입니다. 인간은 소우주입니다. 나이 드신 보살님들은 날이 흐리면 삭신이 쑤시어 며느리 보고 '비 올라나 보다 장독 잘 덮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며 인간은 소우주이고 이 우주는 대우주입니다. 그러니 판단력을 제대로 가지고 바로 볼 줄 알아야합니다. 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 헛된 것과 참된 것, 해야할 일과 안 해야 할 일, 그런 판단을 잘 해서 해야할 일은 고달프지만 해야하고 안 해야할 일은 신나고 재미있지만 과감히 떨치는 마음이 직심입니다.
둘째. 심심(渙心). 깊은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보왕삼매론에 '일이 쉽게 되기를 꾀하지 말라. 쉽게 되면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어 그릇치게 되기 쉽다'라고 했습니다. 가볍게 판단해서 해와 오류를 범하지 말고 깊이 생각해서 판단할 줄 알아야합니다.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다른 사람에게 우리 운명이 어찌 될지 점치고 알려하지 말고 기도하고 깊이 들어가 생각하면 해결 방법을 알게 됩니다. 너무 가볍고 쉽게 되면 경솔해집니다.
셋째. 광대심(廣?心). 넓고 큰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서 무엇을 결정하고 선택할 것이 아니라 보다 크고 넓은 세계에 관심을 갖아야합니다. 더구나 조계종의 대승불교 불자들은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동체대비심(同體??心)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서 나의 공덕을 회향할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합니다. 94년 이후 사회화 운동을 조계종 종단에서 행하면서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보현행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심은 문수보살의 지혜롭게 바로 보는 마음은 표현이고, 심심은 고통 받는 것에 대해 천개의 손과 눈으로 구석구석 살피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이고, 광대심은 허공계 중생계가 다 할 때까지 보살행원을 실천하겠다는 보현보살의 보현행원의 마음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문수보살이나 관세음보살이나 보현보살 중에 하나의 보살이 되세요.
둘째로 바른 믿음으로 십선행를 실천하며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공경하는 하심(下心)을 배워야합니다. 매일 기도로 시작해 잠자기 전에 관세음보살을 열 번만 외고 주무세요. 그러면 관세음보살이 입력이 되어서 잠자는 시간에 관세음보살이 내 몸에 차 있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합니다. 엉뚱하게 자기 전에 금강경 읽으라 하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셋째는 화합의 생활을 해야합니다. 세대간, 지역간, 노사간, 종교간 화합을 해야한다. 요즘은 자기 중심적 생각이 팽배합니다.
21세기 대안은 불교 밖에 없습니다. 연기사상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야합니다. 올해는 경제, 정치적으로 암울하게 보이지만 총선에서 우리가 선택을 잘해야합니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합니다.
왜 우리가 이런 문제에 깊이 생각해서 갈등을 해소시켜야합니까? 우리는 공업(共業)의 중생입니다. 넓은 사바세계에서 좁은 한국 땅에 같이 살기에 같은 업의 위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업은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어서 우리가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택을 잘못하면 더 많은 고통을 가져오지요.
그래서 불교 사상인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동체대비 사상을 가지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 (上求菩提 下化衆生)으로 우리가 가진 능력을 항상 베풀어합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쪽을 이해하고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 화합의 첫길입니다.
넷째는, 건전한 가정생활을 하는 한 해가 되어야합니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가정 마다 질서가 서고 화합되는 인성교육을 자녀들에게 해야합니다. 그 동안 물질적 사고에 헤매었기에 자녀들에게 학원비나 용돈 많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이 없고 바쁘지만 우리가 살아온 삶, 해야할 일, 남에 대한 배려를 가르쳐야합니다. 자녀에게 재산은 물려줘봤자 다 날려먹고 삶도 황폐해 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신심이 깊어가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한해가 되어야겠습니다. 발심을 해서 갈수록 깊어지는 신심을 가져야합니다. 믿음과 수행을 겸비한 것이 불교입니다. 요즘 5일 근무제도 하니 주말에 가까운 산사에 가서 기도하고 봉사도 하십시오.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불교의 수행과정입니다. 생활속에서 수행법을 찾아서 기도하던지 참회, 주력, 염불, 보살도 실천을 하시면서 수행전진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섯째. 신도로서 조계사에서 실시하는 3개월 기본교육은 의무교육입니다. 불교대학은 전문교육이니 선택사항이 되겠지요. 요즘은 비디오 테이프 강의도 있으니 그것도 보고 공부하는 것이 불자로서의 의무이다. 교육을 마치면 수계 받고 신도증도 발급 받아야합니다. 그렇게 기본 교육을 받아서 알고 있는 부처님 말씀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삶으로 바꿔갔으면 합니다.
사바에 미륵세상의 불국토를 건설해야 합니다. 전법교화를 해서 불국토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전법이 최상의 복짓는 길입니다. 물질 보시는 삼일 밖에 안 갑니다. 맛있는 것 사주면 3일만 고마워합니다. 옷을 보시하면 3달을 고마워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은 한량이 없습니다. 부처님 법을 못 만났으면 나쁜 짓하고 인과 모르고 살 텐데 인과를 알아서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니 그것이 다음 생에 좋은 삶으로 바뀌어지니까 한량이 없는 것입니다. 한량없는 복을 지을 수 있는데 몰라서 못하면 안되니 배워서 가르쳐주어야합니다. 내가 바르게 살면서 부처님 말씀을 전해야지, 나는 못된지 하면서 너 잘해 하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처럼 안 통합니다.
일곱 번째. 보살도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라. 공덕을 지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회향인데 그렇게 이타행위로 보시를 베푸는 삶을 사는 한 해를 보내야합니다.
오늘 관음재일에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실천해서 여기 있는 분들은 서원을 세우십시오. 내가 열 사람만 데려오면 이 법당에 들어올 수 없게 사람들로 많이 채워서 불국토를 만들어봅시다.
올 한해 보살로서 좋은 일 많이 해서 날마다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리: 장훈 (조계사 보도부 법문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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