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기타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 아홉번째

  • 입력 2004.01.27
  • 수정 2024.11.22

혹독한 설 연휴의 한파가 몰아치고 나서 조금은 풀린 듯한 따스함으로 다가온 날씨 속에서 2004년 1월 27일 날에는 정각스님(일산 원각사 주지)의 간경수행법 강좌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제 2조에 보면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한다로 되어 있으며 이는 ‘부처님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내면의 깨달음과 그 깨달음의 내용을 전하여 중생들을 제도한다’라는 의미입니다.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깨달음이란 교를 전제로 하여 득오를 말함을 의미합니다.  종지 선양의 방편으로 제시된 참선, 염불, 간경, 주력 등 네 행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국불교의 4대 수행법으로서 보조지눌의 염불요문에 바탕을 두고 조선중기 이후에 정립된 경절문, 염불문, 원돈문의 삼문수행을 펼쳐 놓은 것으로서 참선은 경절문에 해당되고, 염불은 염불문에, 간경, 주력은 원돈문에 해당됩니다.  불교에서 수행이라 함은 무명으로 인한 탐, 진, 치의 삼독심을 계, 정, 혜의 삼학으로 닦아서 열반을 증득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치문경훈주란 수지, 간독, 풍송, 해설, 서사를 이르는 다섯 방법으로서 묘법연화경, 법사품에서 말하고 있는 오종법사의 행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좀 더 포괄적으로 언급하자면 수지, 독송(간독의식), 해서(강설의식), 서사(사경의식)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간독이란 간경과 독경을 말합니다.  간은 선림 용어로서 소리 내지 않은 채 바라봄을 지칭하고, 간서적 측면에서 볼 때 간경, 묵독 등의 용어로 쓰입니다.  한편 독은 소리 내어 읽음을 지칭하며, 천대의 법화문구에 의하면, 독은 간경하는 글을 쫒음을 말하는 바, 독서적 측면에서 독경이란 용어가 쓰여 집니다.  이는 부처님 덕을 찬탄하기 위한 용도로서 독은 독경, 풍경이라 하고, 경전의 뜻을 통해하기 위한 독은 간경이라 칭합니다.  또한 양태적 측면에서는 경전 전문을 송할 경우 진독, 즉 독경이라 하는데, 매권의 초반이나 중반, 후반의 몇몇 행만을 독 하는 경우는 전번경권이나 전독이라고 합니다.  즉 이곳저곳을 날아 옮아 다니며 읽음을 뜻합니다.

 

도구적 측면에서 경전을 마음속으로의 묵독은 심독이라 하고, 몸으로서 경전 내용을 실천하는 것은 신독이라고 합니다.  장소적 측면에서는 풍경, 전독은 필히 불전에서 행하며, 간경은 뜻에 따라 료방에서도 행할 수 있습니다. 

 

독경 내지 간경 대상으로는 부처님 일대시교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불 수 있으며, 내용적 측면으로는 경, 율, 론, 삼장이 여기에 해당되고, 형식적 측면에서는 십이분교의 가르침이 그것입니다.  대승기신론내의약탐기에 의하면 이장이란 성문장과 볼살장을 뜻하고, 십이부란 계정, 응송, 별기, 풍송, 자설, 연기, 비유, 본사, 본생, 방광, 회법, 논의를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독경, 간경자는 임의적 가설을 넘어 참된 이치를 추구해야 하고, 치문경훈주, 팔일성해탈문 항목은 부처님 이치를 밝히는 자로서 간경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독경, 간경의 실제 대상으로 부처님 이치를 담은 일대시교 전체를 상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따르는 일입니다.  한 개인이 수많은 경전을 수지, 독송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권장되는 방법이 소의경전을 간, 독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천태종, 법화종에서는 법화경이 주가 되고, 정토종의 입장에서는 정토삼부경, 진언종에서는 이취경이나 금강정경이 주가 되는 등등 그러하고,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는 금강경과 전등법어를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 조사어록도 소의전적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덕전등록, 백장회해전에 이르기를 독경과 어언의 간교함을 행하지 말라 했으니, 이는 자신을 온전히 돌이켜 자신에 귀의함을 성취케 해야 하며, 이것이 일체 언교로서 오직 각성된 자기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독, 간경의 궁극적 대상으로는 자심의 경이 여기에 해당됨을 말할 수 있으니 자심경의 독, 간경을 통해 진정 문자 읽음이 가능하다는 측면으로 독, 간경에서 참된 간교의 경지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과,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리와 진리를 쫒아 내면의 깨달음을 얻은 자에 대한 귀의로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대상으로 합니다.  불멸도 후의 현 시점에서 볼 때 불은 법 안에 모습을 드리운 채, 법을 외워 전하는 승과 그 가르침을 듣는 자가 일체가 되어 삼보는 현실 속에서 구현되니, 삼보의 개념은 법과, 법을 통해 깨달음을 향하는 자, 그리고 그 깨달음의 법을 듣고 실천하는 자로서 전환되어 법의 증득, 실천자의 역할에 큰 비중이 생겨남을 알 수 있으며, 법의 증득과 실천 수단과 행법으로서 독경, 간경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함경의 비바시불경에 의하면 어떤 이가 경을 즐거이 수지하고 행, 주, 좌, 와에 사유, 독송한다면 모든 미혹이 사라지고 길이 윤회를 끊게 될 것이며 해탈, 안락케 되리라 하여 풍송(독송) 행법은 사유수와 더불어 윤회 해탈의 주된 행법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깨달음의 진리를 제자들에게 전하고 기억시키기 위해 행하였던 예로서 풍송에 대한 풍경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잠아함경, 증일경에서는 번뇌 멸진의 다섯 방법을 밝힘에 ‘오롯한 마음으로 풍송하여 잊지 않음’을 제기하는 바, 승단의 일상사 가운데 줄곧 풍송을 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문이 풍송을 통해 경문과 내가 하나 되는 가운데 번뇌를 멸진하고 참된 열반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로서 문자가 생겨난 후에도 경문 풍송의 행법이 승단에서 일반화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풍송, 독경은 축원 및 설법을 위한 용례로서도 행해졌으며, 부처님 재세시 재일 법회의 기원과 관련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승단의 일상으로 축원 및 설법을 위한 용례 외에도 불법 구주의 행법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진리의 풍송으로서 독경이 간경 내지 간교의 의미를 넘어선 채 간당이란 행법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는 것을 살펴보면 송주의 개념 가운데 더욱 심화되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송주란 주를 외운다는 것을 의미하며 송주의 개념 속에는 일상적 개념을 넘어선 고차적 진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수행이란 업의 근원을 제거하여 탐, 진, 치 삼독을 멸하기 위한 계, 정, 혜 삼학의 원리라고 했습니다.  또한 수행의 한 행법으로 고의 근원인 업의 청정을 통해 무명 자체인 혹(?)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생들의 행(行)은 삼업을 야기시키지만, 불보살의 행(行)은 업이 아닌 삼밀(三密)을 말합니다.  이에 중생 삼업을 불보살의 삼밀에 합치고자 하는 행법을 삼밀가지(三密加持 : 佛의 위신력에 우리 마음을 합치시키고자 하는 신, 구, 의를 통한 세 가지 행법)라고 하며 이 행법은 밀교 수행법의 총체적 설행을 통해 드러납니다.  밀교의례는 의례 설행자의 공덕력, 불(佛)의 가지력, 도량의 법계력 등 삼력구족을 중시하며 삼력구족을 통한 의례의 가운데 진언, 인계, 관법 등 삼밀가지 수행법에 의거합니다. 

 

가타의 풍송을 패라 하며 음절에 굴곡과 오르내림이 있는 풍영의 소리로 범토의 법곡이므로 범패라 칭합니다.  풍송하는 경문에 따른 곡조를 말하며 독경 과정에서 음률이 중요시되면서 범패 등 불교음악의 발전을 가져 왔으며 법사의 처음에 창(唱)하여 외연을 그치어 끊고, 숨과 내심(內心)의 망념을 그치게 하여 그 공능이 있다고 합니다.  범음이란 범성이라고도 하며 불보살의 음성을 뜻하며 사변팔음의 묘음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에 부처님 32상 중 범음상이 있기도 합니다. 

 

간경 내지 독경시 쓰이는 법구로는 종과 판, 경이 있고, 칙수백장청규와 법기장에서 각각 울리는 횟수와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주가 사승을 청해 간경을 한 후에 보시하는 돈을 간경전이라 하며, 북송 이래 생겨난 간경당과 간경당의 승을 감독하는 자를 간경당수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경과 신행적 의미에서 불위수가장자설업보차별경에 의하면 ‘중생에 있어 향화를 받들어 보시하면 10종 공덕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하는 가운데 정법을 즐겨 수지독송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나오며 십주비바사론에는 ‘항상 자리에 앉아 있음에 10가지 이익이 있으니’ 중에서 ‘일곱째는 경전을 독송하기 쉬운 일이다’하여 독경 인연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향화공양 및 상좌의 행을 전하고 있습니다.  독경 피독, 즉 독경함을 듣게 된 인연으로 인취에 태어난다거나, 그 인연으로 아라한도를 서위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이는 보살본행경에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대반야바라밀다경에는 독경과 관련된 일단(一段)의 독경 수행의 수순은 청문, 수지, 독송, 정근수학, 여리사유, 해설, 서사, 광령유포 등으로 묘사됩니다.  그 결과로서 예류, 일래, 불환, 아라한 등 성문사과를 얻게 됨을 제시합니다.“

 

경전에서 5종법사의 행을 언급했듯이 조계종에서는 조사어록도 간경의 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성스러운 부처님 말씀을 글로서 표현할 수 있으랴 해서 불립문자라 했다. 경전을 읽을 시에는 벽에 기대어서도 안 된다.  업은 윤회의 근본으로서 업을 짓지 않으면 윤회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선도 행하지 말고, 악도 짓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선을 행하면 선업이 생기고, 악을 행하면 악업이 생김을 의미한다.  우리가 삼업을 짓는 동안 불보살님들은 비밀스런 삼계를 행하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겠다.

 

 

독경과 간경의 용어적 구분의 도식화

 

간서적 측면 - 간경, 묵독

독서적 측면 - 독경, 송경, 염경

행법적 측면 - 불덕의 찬탄 : 독경, 풍경

                 - 경의 통해    : 간경

양태적 측면 - 전문을 송함 : 진독, 독경

                 - 부분을 송함 : 전번경권(전경), 전독

도구적 측면 - 마음        : 묵독, 심독

                 - 몸           : 신독

장소적 측면 - 불전        : 풍경, 전독

                   료방         : 간경

 

 

 

독경 수행의 수순과 수행후의 결과

 

1. 청문       - 예류향 : 견혹을 끊고 성도에 나가고자 하는 자

2. 수지        - 예류과 : 견혹을 끊어 성도에 나아간 자

3. 독송       - 일래향 : 수혹을 끊어나가고자 하는 자

4. 정근수학  - 일래과 : 수혹의 9품 중 6품을 끊고, 나머지 3품을 끊기 위해 다시

                                 한번 인계에 와야 하는 자

5. 여리사유  - 불환향 : 수혹의 나머지 3품을 끊어나가고자 하는 자

6. 해설        - 불환과 : 수혹을 모두 끊어 욕계에 돌아오지 않는 자

7. 서사        - 아라한향 : 불환의 성자로서, 아라한에 나아가고자 하는 자

8. 광령유포  - 아라한과 : 일체의 견혹, 수혹을 끊고 영원한 열반에 들어 생사에

                                   유전하지 않는 자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