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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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보궁참배
삼삼오오 능소화꽃 같은 웃음을 머금은 조계사 220여 명의 불자들이 총무국장 도림스님과 부전스님이신 원종스님을 모시고 첫새벽 어둠을 뚫고 오대산으로 향했다.
새해 새기운이 움트는 정월에 보궁을 참배하면 모든 업장이 소멸되고 공덕이 무량하다는 '정월 보궁참배. 상원사 월정사' 기도 순례 동참길이었다.
'한살을 더 먹는다, 낯설다, 삼가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여러 의미를 가진 설날을 보낸 후 여섯째날 1월 27일.
오늘 하루는 '정월 보궁참배' 기도의 순례자로.
적멸보궁에서 깊숙히 울릴 석가모니 정근 소리, 겨울 나무숲 바람 소리와 함께 구도의 길을 떠나는 순례자로.
수백년 동안 낯선 객들과 선승들을 지혜의 문으로 인도한 오대산 상원사와 월정사는 겨우내 내렸던 눈으로 여기저기 숲속에 차가운 설경을 놓아 두고 있다.
산 위로는 저마다 주렁주렁 눈송이를 달고 피어 오르는 눈꽃들도 있다.
단종을 페위한 세조가 오대산 적멸보궁 기도와 문수보살님이 어린 나이로 나타나서 세조의 몸을 닦아 줌으로써 피부병이 나았다고 하는 청학계곡을 따라 겨우 발자국만 남길 정도의 '자국눈'을 밟으며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거센 바람이 가슴 속까지 스며들고, 두 귀가 얼 정도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순례의 길이 어어졌다.
지금은 제줄기만 남기고 잎이 진 앙상한 가지로만 남은 신갈나무, 층층나무, 느릅나무 숲은 곧 4월에 꽃 피고 열매 맺고 7월 녹음으로 10월 단풍으로,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살아가겠지..
'풍경에 대하여 더 이상 찬탄하지 말라. 도취하지 말라. 열광하지 말라. 고여있지 말라. 어떤 순간을 마음에 담아두면 결코 먼길을 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 듯 산 위를 올랐다.
적멸보궁 앞에 선다.
적멸보궁을 바라본다.
적멸보궁은 적멸 그대로였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앞으로 좌복만이 대좌하고 있는 적멸보궁 전각을 돌며 부처님께 의지하였고 부처님을 믿었고 부처님에 원을 세웠던 옛 사람들의 인연으로 조계사 불자들도 부처님께 의지하고 믿음을 가지고 원을 세우면 돌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과 칼날 같은 바람 앞에 추위를 잊은 신도들이 부르는 석가모니 정근 소리는 낮고 청명한 메아리 되어 오대산을 품어 앉았다.
'사각 사각, 스으윽 스윽…. '
빠르고 가벼운 발걸음 상원사로 재촉하는 소리가 뚜렷하다.
자장스님이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와 오대산에 있는 지금의 절터에 임시 거처할 초암을 지은 것이 상원사 절의 창건이라고 한다.
상원사 문수전 마루 아래 섬돌에 가지런히 놓인 흰고무신은 내 마음 때를 벗긴다.
뜰에 떨어지는 풍경소리, 눈 덮인 팔작지붕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 각자 애욕의 마음을 잠재운다.
문수전에서 만난 연로한 노보살님이 그랬다. 지혜의 표상인 문수보살은 언제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 상원사에 나타나신다고.
자장스님이 오대산 하현달을 바라보고 법열을 느끼면서 절 이름을 지을 만큼 달빛의 월정사는 아름답다고 한다.
자장스님이 달빛의 아름다움 때문에 꼭 이름을 월정사라고 지었을까?
아마도 달을 가르키는 손으로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지혜롭지 못한 마음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마저도 든다.
달빛의 월정사가 아니더라고, 수행과 기도를 통해 올 한해 부처님과 같은 삶을 살자는 도림스님 법문으로도 마음의 밭을 일구고도 남았다.
산 한자락이 내려앉은 듯한 월정사 경내에 부처님의 진신 치아를 모신 8각 9층 석탑은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고려시대 불교 예술의 전성기 시대답게 정교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였다.
5만 보살이 내쉰 숨결이 모여서 그것이 되었다고 하니 탑 주위를 불자들은 세월을 밟고 땅을 밟고 돌고 또 돌았다.
'오대산 적멸보궁에 오르자 산줄기와 장엄한 산을 본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주 미미한 개체인 나 자신을 처음으로 본 것인지도 모른다.'고 고은 시인이 말했다.
2004년 한 해 동안 무량한 지혜와 덕을 가질 수 있게,
부처님과 같은 삶으로 살아갈 수 있게,
미미한 개체인 나 자신을 알아가는 한 해 였으면 하는 원을 세워 본다.
오대산을 떠나며 오대산를 한 눈길로 돌아보는 흡족한 불자들 얼굴이 가는 마음이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그러나 가는 것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겠지....
정월 보궁 참배 일정
* 상원사 - 1월 27일(화)
* 법흥사 - 2월 3일(화)
* 통도사 - 2월 10일(화)
* 정암사 - 2월 15일(일)
출 발 : 오전 6시 30분
문 의 : 732-2187(신도회 사무처)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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