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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조계사 불교대학ㆍ대학원 졸업식

  • 입력 2004.02.01
  • 수정 2024.11.22

불기 2548년 2월 1일 오후 2시, 조계사 불교대학ㆍ대학원의 2004학년도 졸업식이 대웅전에서 치뤄졌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밖에서 어미가 쪼아주고, 안에서 새끼가 쪼아대는 '줄탁(?啄)'이 필요하다는 이날 한 스승의 말씀처럼, 181명의 학인들이 자신의 정진과 사부대중의 도움으로 새롭게 탄생한 이 출발의 행사는 올해 특히 의미가 컸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불교대학 제12회 졸업생 129명, 불교대학원 제1회 졸업생 52명 등 181명이 졸업장을 받아, 조계사 불교대학ㆍ대학원은 13년 동안 1천4백여 명의 인력을 배출해, 재가불자 전문 교육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졸업식은 류지호 종무실장의 사회로 학사보고, 졸업식사, 축사가 있은 뒤, 졸업장 및 표창과 상장 수여, 졸업사와 답사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교육국장 진성스님은 학사 보고에서, 불교대학은 1994년부터 연평균 120명의 졸업생과 50여 명의 포교사를 매년 배출했고, 불교대학원은 2003년 설립되어 졸업생 52명을 올해 처음 배출한다고 알렸다. 특히 불교대학원의 졸업생 배출을 기점으로 조계사의 교육 시스템이 실천하는 재가불자를 양성하는 종단의 주요 교육 기관으로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올해 졸업식의 의미를 강조했다. 

 

주지 지홍 스님은 졸업식사에서, 졸업은 배움의 끝이 아니라 좋은 가르침을 함께 나누어 쓰는 회향의 의미라며, 지난 2년 동안 키워온 불성의 씨앗을 너른 세상에 나가 잘 틔워주기를 당부했다. 배움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이 졸업이라는 말씀이었다. 다시 한번 대학원 첫 졸업생 배출의 의미를 새겨보는 주지스님의 말씀에서, 기본 교육에서 대학원까지 체계를 완벽하게 갖춘 조계사의 재가불자 교육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움과 신행의 조화를 통해 새 시대를 이끌어 가려는 큰 변화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졸업생은 40대 불자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나, 용맹정진의 대열에 74세 불자까지 폭넓게 참여해, 불법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조계사 신도들의 배움의 근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74세의 성불도 거사는 포교사 고시에서도 전국 최고령으로 합격해 큰 박수를 받았다. 포교사 고시 2년 연속 수석을 차지한 성과도 조계사 불교대학ㆍ대학원 공부의 깊이를 보여주는 일례였다. 배우는 이들의 열성은 가르치는 교수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겨, 가르치면서 각성하고 배운다는 그들의 말씀은 졸업생들에게 주는 최대의 찬사로 들렸다.  

 

46학번 총학생회장이었던 현석윤 거사는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구도법회 여행 등 좋은 추억도 많아 즐거웠다며, “법문 공부는 한도 없어서, 2년 공부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힘닿는 데까지 공부를 계속할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특히 후배들에게 “해보니까, 처음의 큰 뜻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아요. 그걸 염두에 두고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마음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고 당부했다.  

 

표창을 받는 순서에서는 박수소리가 커졌다. 부부, 형제자매 등 가족들이 함께 졸업하는 불자들의 아름답고도 부러운 모습들 때문이었다. 불교대학 재학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증수(광해) 불자에게 수여된 명예졸업장을 가족이 대신 받는 장면은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서양식의 졸업 가운은 조금 어색했고, 사진과 꽃다발이 오가느라 대웅전 불단 앞이 어수선해지고 말았지만,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식장에서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날씨는 행사에 알맞게 맑고 따뜻했으며, 식이 끝나자 곱게 차려 입은 졸업생들과 가족들로 사찰 안팎이 붐벼 축하의 분위기가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단아한 조계사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활기로 가득 찼고 사진 찍느라 바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 쳐다보느라 바빴는데 그 얼굴 사이로 저만치서 부처님이 조용히 웃고 계셨다. 그러나 즐거운 만큼, 각자의 서원대로 관세음보살 또는 지장보살이 되어 세상에 꽃을 피우라는 당부가 더 무거운 의무로 느껴지는 하루였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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