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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도반, 대를 잇는 불심

  • 입력 2004.02.02
  • 수정 2024.11.15

'우린 가족 모두 불대 동문'

 

현경훈(성담): 많은 것이 남죠. 하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도반 중 지난 가을에 유명을 달리했던 광혜 박증수 거사의 시다림이었을 것입니다. 염불 봉사에 남다른 서원이 있어 우리 부부는 시다림을 많이 다닙니다. 그때는 다른 때 사뭇 달랐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어 염불이 힘들었어요. 우리 부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반 도반 모두 그랬어요. 울면서 '아미타불'을 불렀어요. 49재 때도 초재부터 막재까지 도반들이 같이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가족들도 일이 바빠 그러기 힘든데, 피보다 진한 도반애를 느꼈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황망히 떠났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오늘 졸업식에 고인의 아들이 온다고 했어요. 보람이라면 고인의 가족이 모두 불자가 된 것이죠. 이것이 포교구나 하는 생각에 염불봉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죠.

 

안녕하세요. 졸업을 축하합니다. 불대를 부부가 같이 다니고 신행 생활도 열심히 하여 남다른 감회가 있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토요반은 단합이 잘되기로 소문이 났죠. 졸업을 앞두고 많이 서운하겠어요.

성담: 수업을 같이 듣지 못하지만 불자이면서 포교사이니 많은 곳에서 만나겠죠.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반은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냅니다. 어려움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요. 흘려버리기에 너무 아까워 '불연회'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소중한 인연이니 계속 이어가야죠. 불자 모임이니 만큼 성지순례도 하고 특강도 생각중이고. 대부분 도반이 회원으로 동참했어요. 47학번 토요반도 '불연회'를 만든다고 해서, 따로 만남을 가지지만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같이 하려고 합니다.

 

2년 공부를 마치니 불법에 대해 좀 알 것 같아요. 아쉬움은 없어요?

성담: 마치고 나니 공부에 욕심이 생겨요. 더 열심히 할 걸 하고요. 2년 동안 수업에서 들은 것보다 포교사 고시 시험을 대비하면서 한 공부가 더 머리에 남아요. 물론 2년 공부가 바탕이 되어서겠죠. 시험보다는 과제물로 시험을 대체하는데, 시험도 아주 가끔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럼 좀 더 알차지 않을 까 해서요. 아쉬운 점은 우리 반은 담임 스님이 두번이나 바뀌었어요. 물론 사중에 피치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말 한 마디 없이 바뀌니 서운함보다는 도리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물어 볼 말은 많지만 따님에게 묻겠습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들어가는데  불대에 들어 갈 생각을 왜 했죠. 혹시 부모님의 강요?(웃음)

현영문(보리성): 아니에요. 저 스스로 생각한 거예요. 처음 말을 했을 때 부모님도 찬성해 주었어요. 2년 공부이니 고3이 되기 전에 졸업하려면 지금 입학하라고요. 그래도 걱정이 되셨든지 스님과 교수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수업을 따라가는데 별 무리가 없겠다고 하셨대요.

왜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밖에 대답을 못하겠어요. 스님들도 좋고 공부도 좋고 그리니 불대에 가는 것이 나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명화(보행원): 기본 교육, 천수 반야반, 보행, 반을 다 이수하고 나니 달리 공부할 곳이 없는 거예요. 중 고등학생회가 있지만 기초 법문을 잠깐 듣고 오는 것에 불과해요. 그래서 불대 입학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불교계의 씨앗인데 좀더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는 쉽기도 했지만 힘도 들었다. 성담 거사 가족을 개인적으로 잘 알기에 답변 내용을 알고 질문을 하는 낯간지러운 대화였다. 하지만 거사에게 몇 달 동안 포교사 고시공부가 2년 공부보다 알찼듯이 나에게도 2시간의 만남이 그 동안 알아온 것보다 더 깊이가 있었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그중 어떤 인연은 소중히 여기고 어떤 인연은 한참 뒤에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하며 떠나갔음을 후회한다. 성담 거사는 만나는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인연의 귀함을 알고 가꿀 줄 알기에 부부가 같이 도반이면서 포교사이고, 딸까지 불대 동문인 복을 누리는 것은 아닐까. 이 가정이야 말고 우리가 꿈꾸는 불국토가 아닐까 하는 감히 생각을 해보았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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