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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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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들의 만남

  • 입력 2004.02.04
  • 수정 2024.11.15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 같이 생각될 때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만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어서 만난 것입니다. 그래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인연이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한 송이의 꽃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송이의 꽃이 피기까지는 씨앗을 비롯하여 토양과 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합니다.

만일 좋은 씨앗은 있지만 씨앗을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토양을 비롯한 그 밖의 조건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좋은 토양을 비롯한 그 밖의 조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하더라도 좋은 씨앗이 없다면 역시 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한 송이의 꽃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과 그 원인에 상응하는 조건들이 만남으로써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인연으로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간혹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적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해 기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기적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날 수 있는 일만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 것은 현대과학이나 의학의 수준이 아직 그러한 일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적’이란 있을 수 없으며, 단지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따름입니다.

 

신비롭다는 말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현대 과학이나 의학으로는 아직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되지 못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과학과 의학이 발전해 나갈수록 신비의 장막에 가려졌던 원인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적이란 환상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인연법을 바르고 쉽게 알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바람이 불어와 종이가 나뒹구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하신 부처님께서 제자에게 바람에 나뒹구는 종이를 주워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가 종이를 주워오자 물으셨습니다.

“종이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제자가 냄새를 맡아보더니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 종이에서 향내가 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향을 쌌던 종이일 것이다.”

 

또 다시 한참을 가시다가 이번에는 길에 떨어져있는 새끼줄을 주워오라고 하셨습니다.

제자가 새끼줄을 주워오자 물으셨습니다.

“새끼줄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부처님, 새끼줄에서 비린내가 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자기가 행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며, 자기가 지은 대로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은 아직 받을 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따름입니다.

다시 말해 지은 대로 받게 되어 있는데, 각각의 인연에 따라 받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똑같이 봄에 씨앗을 심었다하더라도 여름에 피는 꽃이 있는가하면, 가을에 피는 꽃도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악의 열매가 맺기까지는 악한 자도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악행의 열매가 익었을 때, 악한 자는 악업을 받는다.

    선의 열매가 맺기까지는 선한 자도 악을 맛본다.

    그러나 선행의 열매가 익었을 때, 선한 자는 선업을 받는다.”

 

그리고 <광명동자인연경>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온갖 중생이 지은 행위는 백 겁을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가

    인연이 결합되는 때에 가서는 응당 그 과보를 스스로 받아야 하느니라.”

  

아직도 신(神)이 만물을 창조했다고 믿거나, 모든 일에 있어서 팔자타령이나 재수 탓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만일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다음과 같이 여쭈었습니다.

“어떤 성직자가 말하기를 설령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창조신을 믿기만 하면 죽어서 하늘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묻겠는데, 기름이 든 항아리를 연못에 빠뜨리면 그 항아리는 어떻  게 되겠는가?”

“그야 항아리는 물 속에 가라앉고 말겠지요.”

“그 때 창조신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항아리야, 떠올라라!' 기도한다면 물에 잠긴 항아리가  떠오르겠는가?”

“절대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아리에 들어있던 기름은 어떻게 되겠는가?”

“기름이야 물에 뜨겠지요.”

“그 때 창조신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기름아, 가라앉아라!' 기도한다면 물에 뜬 기름이 가라앉겠는가?”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이와 같이 창조신을 믿는 사람들이 기도한다고 해서 가라앉은 항아리가 뜨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물에 뜬 기름이 가라앉을 수도 없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제 눈이 환하게 뜨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자신이 짓고, 자신이 받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바르게 알아 어떤 일로 짜증이 나거나 괴롭더라도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밝혀 제거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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