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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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수행법 대강좌 결제) ~ 열한번째
극락전에는 오늘따라 유난히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인원들로 메워졌다. 그런 분위기를 말해주듯 조계종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참선을 주제로 하는 2회의 강의가 더 뜻 깊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늦은 밤,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 강의에 참여하게 되어 기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의 전공분야는 초기불교, 수행이론이며 인도에서 불교를 공부했습니다. 첨선을 하면서 수행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수행과 부처님 교리가 어떤 관계가 있나? 전체적인 수행이론과 간화선이 어떤 수행법인가? 그러한 전체적인 것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불교는 무엇인가? 지금의 불교는 교리와 삶, 수행이 모두 따로 되어 있는 게 불교의 현실입니다. 하나의 줄로 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떠한 불교 전통이든지 공통적인 불교 교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12연기입니다. 보편적인 가르침, 그것이 연기입니다. 연기법으로 모든 교리를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면 불교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연기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 삼법인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은 실체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일체가 고입니다. 우리 삶 자체가 고인 것입니다. 집착하는 순간 괴로움이 생깁니다. 삼법인은 제행무상인, 제법무아인, 열반적정인입니다. 사법인에는 일체개고가 더 들어가는데 일체개고는 집착으로 가지 않고, 평정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연기법은 시간적으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공간적으로는 실체가 없습니다.
나라고 집착하는 순간, 인식하는 그 순간이 괴로움이 됩니다. 해탈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사성제입니다. 고의 근원은 집착이고, 고의 근원을 없애면 멸성제로 갑니다. 여기에 8가지 다른 길의 구체적인 수행법을 제시하였으며 실천을 가능케 하는 것이 정진입니다. 정념의 불교적 수행의 맥락에서 보면 마음 챙김이라는 말이 가장 근접합니다. 정념을 다른 말로 삿띠라고 합니다. 삿띠는 깨어 있는 마음을 잃지 않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집중은 바로 삼매로 가는 길이며 삿띠는 수행의 핵심입니다. 모든 수행의 근본은 8정도이며 이는 연기법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교리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연기를 보는 자는 나를 본다’라고 말씀하셨으며 곧, 부처를 보는 것이며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것을 망각하고 수행을 하게 되면 부처님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많은 수행법강좌 중에서 공통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수행하면 됩니다. 나에게 맞는 것을 택하여 끊임없이 꾸준히 해야 하며 현재는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를 듣고 맞는 것을 찾아서 수행하시면 됩니다. 꾸준히 하지 않으면 정념 즉 삿띠가 생기지 않습니다. 삿띠가 되어 삼매가 이루어져야 지혜가 이루어집니다. 지혜는 항상 자비와 같이 옵니다. 자비를 실천하면 바로 밑에서 지혜가 받쳐 줍니다. 지혜가 없는 수행은 자칫 다른 길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불교 수행은 왜 하느냐? 이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합니다. 우리가 행동하고 말하는 삶은 대부분 불행을 쫒아가는 삶입니다. 행복은 자신의 가슴 속에 감추어져 있는데, 밖에서 모든 것을 구하려고 하니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모든 수행을 할시 처음의 자세는 밖에서 안으로, 마음 빛이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내 마음이 밖에 있으면 안 됩니다. 회광반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안으로 마음 빛을 돌려야 합니다. 내 삶 속에서 수행이 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며 수행하는 마음으로 생활을 하게 되면 생활이 부드러워지고 정돈되어지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사물을 볼 때 사물의 실체를 보는 그런 안목을 길렀을 때에 생기는 눈을 지혜의 눈이라고 합니다. 의식의 폭을 넓히는 것, 이것이 수행의 원리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자꾸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는데 그 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행법이 생겨났습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수 많은 수행법이 성행하게 된 것입니다. 달마스님이 중국에서 9년 동안 면벽수도를 하셨고, 이후 혜가, 도심 등 기라성같은 선사들에게 전파되고, 육조혜능선사까지 인도의 부처님법이 전파되었습니다. 선이 전파되는 역사적 배경입니다. 중국에서 불교가 너무 외형적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후에 육조선사에서 불교의 꽃이 피게 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본래 성품, 무아, 오염되지 않는 것이 연기의 실상입니다. 연기적인 본성과 계합해 버리는 것이 묵조선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 묵조선을 타파하고 간화선의 출현계기가 생기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화두란 말의 머리라는 뜻으로 연기적 세계, 진리, 자체를 바로 직관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만법은 하나로 돌아갑니다.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까? 라는 의심이 지속되면 바로 화두가 되는 것입니다. 의심이 들지 않으면 간화선은 하기 힘들어 집니다. 의심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화두 챙김이 지속적으로 됩니다. 의심만 제대로 잡히면 정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상태가 정념이자 삿띠의 상태입니다. 바로 삼매로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맑고 고요해 집니다.
참선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좋은 스승과 큰 신심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간화선의 기본원리는 첫째가 큰 신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처님에 대한 신심보다도 자신이 택한 수행법에 대한 신심을 가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큰 분심입니다. 대분심이란 선의의 경쟁심을 말하며 대각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분심, 자각심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대의심이 있어야 합니다. 대의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습니다. 의심이 돈독하고 크면 클수록 깨침의 세계로 갈 수 있으며 오감과 육감을 뛰어넘는 직관의 세계로 갑니다.
화두를 간택할 때에는 선지식을 찾아가 정식으로 화두를 간택 받아야 합니다. 원을 세우고 선지식을 찾으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연으로 만나게 됩니다. 화두를 들 때에 화두를 잘 들어서 하나로 들게 되면 몽중일여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망상은 망상대로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그것을 무시해야 하는데 망상에 힘을 실어주면 끝없이 망상이 일어납니다. 망상이 들 때에는 바로 화두로 돌아서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는 것이 수행의 요체입니다. 화두를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직 일념밖에 없습니다. 화두를 들 시에 가장 조심할 것은 논리가 개입이 되면 안 되고, 사리분별이 들어가도 안 됩니다. 궁금증이 강화되면 의심으로, 의심이 강화되면 의정, 의정이 강화되면 의단으로 갑니다. 온몸이 의심 덩어리가 되어야 합니다. 믿음의 힘, 지혜의 힘, 정진의 힘, 삼매의 힘, 정념의 힘입니다. 이것이 5가지 힘입니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을 때 수행에 진전이 있으며 정념의 힘은 믿음, 정진, 지혜, 삼매의 균형을 잡아 줍니다. 대의심속에 5가지가 응축되어 있으며, 대의심 하나 속에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제대로 의심이 들면 그 순간 바로 진리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근대의 뛰어난 선지식들이 화두를 들 때 다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그 곳에 오묘함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지런히 하면 집착에 가깝고, 망각하게 되면 무명으로 떨어집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스스로 수행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수행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행위가 수행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화두는 꾸준히 해야 되며 꾸준히 하다 보면 습관이 됩니다. 습관이 되면 수행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으며 수행의 목적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지혜를 가지고 수행을 하게 되면 이룰 수 있게 됩니다. 4선에서 행복감마저 정화시켜야 맑은 상태가 됩니다. 부처님은 4선에서 깨닫고 4선에서 돌아가신 분입니다. 4선은 포괄적 의미에서 선정의 상태를 말합니다. 정 중에서 가장 심오한 단계입니다. 가장 불교적인 성향은 4선에서 열반하는 것입니다.“
강의를 듣는 재가불자들에게 조계사 청년회에서 주최하는 생활인을 위한 대강좌를 듣고 나서 자신에게 잘 맞는 수행법을 찾아서 실천하고 수해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씀으로 참선에 관한 첫 번째 강의를 마쳤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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