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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닮은 사람과 함께하는 茶 한잔

  • 입력 2023.02.20
  • 수정 2024.11.18

 

봄을 닮은 사람과 함께하는 茶 한잔

 

2월은 입춘과 우수의 절기가 들어있다.

얼어붙은 대지는 빗장을 열고 따뜻한 햇살에 몸을 적시는 나무들이 마른가지 끝으로 쉼 없이 물을 실어 나른다. 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오랜 기다림 때문에 비로소 안으로 더 깊어져있는 마음을 볼 수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연이 있는가 하면 서로 상처가 되는 인연도 있다. 우리는 어떤 인연의 사람이 되고 있는가!

 

지금 내 곁에는 언 마음을 안아주는 봄을 닮은 사람들이 많다. 눈이 올 때나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담긴 따뜻한 茶 한잔으로 뭉클 가슴을 적시는가 하면, 아플 때 먼 거리를 달려와 약 한 봉지 입안으로 넣어주고 가는 가슴 넉넉한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지난밤에는 창가에 나와 앉은 수선화를 바라보며 잠을 설쳤다. 내게 봄이 되어주는 사람들에게 달빛처럼 청초한 수선을 보여주고 싶어 이른 아침 산책길에 약수물 한통을 떠왔다. 화로에 찻물을 끓이며, 그립고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한다.

 

곱게 옷깃을 여미고 앉아 찻잔마다 한 잎 한 잎 마음을 담아내어 오늘 하루는 뜨락에 내리는 저 눈부신 봄빛을 나누고 싶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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