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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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봄을 맞으며
이른 아침 뒷산을 오르다 보면 지난밤에 내린 서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발걸음을 조심해야 하지만,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느덧 입춘과 우수가 지났으니, 싱그러운 봄은 곧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막 태어나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처럼 앙상한 가지에서는 새순이 돋고, 파란 어린잎과 꽃망울도 올라오겠지요. 이렇듯 계절은 봄을 맞고 있건만, 생태계는 봄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갈수록 우리의 삶은 피폐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바라만 보아서는 안되며, 보존하고 살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합니다. 여러 가지 실천방법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생산력은 증대되었으며, 이로 인해 원자재와 에너지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만큼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한 환경파괴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이산화탄소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100년 간 잔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축적되어온 이산화탄소층이 지구를 온실화 하여 해수면은 상승되었으며, 대형 홍수 등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 중 오염 물질로 인해 이미 남한의 300배 이상 되는 넓이의 오존층이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질병에 대한 면역력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오염으로 기관지를 비롯한 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성비와 화학비료 탓에 비옥한 토양이 사막화되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계획적이고 무차별적인 삼림훼손으로 많은 동식물이 멸종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태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난개발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오늘날 처해있는 심각한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여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종이 한 장, 물 한 방울, 쌀 한 톨에 이르기까지 적게 소비하고 아껴야만 합니다. 모두 남을 탓하기에 앞서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 나갔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인연의 그물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환경의 문제는 전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목숨은 호흡(呼吸)하는 사이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즉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사이에 목숨이 달려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 호흡과 같은 어순의 말로는 매매(賣買), 수수(授受), 거래(去來) 등이 있습니다.
매매란 ‘사고 판다’는 뜻이고, 수수란 ‘주고받는다’는 뜻이며, 거래란 ‘가고 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호흡, 매매, 수수, 거래라는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으니, 받기 전에 먼저 주어야만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흡호’나 ‘래거’라 하지 않고, ‘호흡’이나 ‘거래’라 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받기 전에는 절대로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작은 것 하나라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받기에 앞서 먼저 주려고 한다면 저절로 받게 되어있습니다.
생태환경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보다 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 생태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여 살려 나간다면 생태환경으로부터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게 될 것입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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