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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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로왕법등 법우들
불교에선 이상적인 보살상을 네 가지 실천의지 형식으로 설명하는 사섭법(四攝法)이 있다.
보시(布施), 애어(愛語 ), 이행(利行), 동사(同事).
사섭으로 보살이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행하는 법등이 있다.
재일 때 제사 지내기 주관, 동안거 하안거 방생 행사시 불단 설치, 극락전 영단 매일 청소, 미타회원들의 시다림 염불봉사, 매월 1회 노인생신잔치... 이 모든 일들을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계획하고 주관하고 개최하는 '인로왕법등'이다.
불기 2547년 4월 16일, 극락세계 안내자인 인로왕보살처럼 되기 위해 인로왕법등 조직을 만들어 현재는 회원 30여 명으로 함께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생전 예수재 초재를 준비하는 인로왕법등 법우들을 만나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섰다. 겨울이 어느새 저물어 가고 있다. 봄이 온다는, 얼었던 물이 녹는다는 우수가 지난 지 일주일. 그래서 햇살은 제법 따스하다.
조계사 법당에서 만난 인로왕법등 법우들 첫인상은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내의 무게를 온전히 두 어깨에 지고도 전혀 짓눌리지 않은 진지함과 억척스러움이었다.
훌륭한 보살행을 실현함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정연(보덕수) 인로왕법등장은 "그저 나의 일에 최선과 책임을 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답니다." 라며 재일이 있는 전 날부터 마음과 몸을 청정하게 하며 영가들 모두가 극락왕생하기를 발원하니 개인적으로 너무 보람된다고 했다. "조계사에 오시는 보살님들 모두가 기도 성취 하실 수 있게 '하심'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다가갑니다. '하심'을 위해 하루도 놓치지 않고 금강경 1편, 천수경 1편, 신묘장구대다라니 21편 독송을 하루 일과로 합니다." 라는 말에 봉사만이 아니라 기도와 수행도 놓치지 않는 의지가 대단한 불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3월이면 법등장 2년 임기가 끝나는데 "음으로 양으로 무언으로 힘과 용기를 준 우리집 처사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한번 하고 싶어요." 라며 수줍은듯이 말을 꺼내는 모습에서 우리 모든 여성불자 역시 부처님길에 들어서 부처님 법에 몰두할 수 있게 격려해준 가족과 처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이다.
남의 생명의 존엄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일을 이해하고 그것을 협조해 주는 동사를 하는 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인로왕법등 법우들은 "이 일을 하고 나니 저 자신이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 같아요. 죽음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고 있답니다. 내가 죽어 후손에게 천도를 받기 보단 살아 생전 연마하고 닦아 제 스스로를 천도하고 싶어요. 일이 주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젠 영단에서 염불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답니다." 며 짧은 질문에 대답은 적극적이며 말의 속도도 빨랐다. 이는 많은 일을 자로 재는 듯한 정확함으로, 분명 자신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위로는 형님들이 도와주고 아래에서는 아우님들이 잘 따라주니 이만큼 환상적인 법등은 없을 겁니다." 라는 유희수(전등심) 법우 이야기에서 모두가 서로 의지하여 살리고 살리워지고 있는 인연의 관계도 보았다.
이렇게 열심히 대단한 일을 하는데 만약 사중에서, 조계사 신도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면 그 마음이 어떻겠느냐는 무례하고 느닷없는 질문에 그들은 당황해하지 않았다. 나의 뻔한 속내일진대 미소띈 얼굴로 이야기한다. "노전 능허스님께, 부전 대우스님께, 원종스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예전에는 가끔이라도 사중스님들께서 묵묵히 봉사하는 법우님에게 따뜻한 눈길이나 관심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저 사중스님들께, 조계사 신도님들께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는 대답과 함께 애쓴다 수고한다는 신도님들 말씀에 그날의 피곤이 풀린다는 그들에게서 봉사활동의 본보기를 보는 듯했다.
법우들의 몇 년 뒤가 어떨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시금 '몇 년 전인 오늘'을 거론해도 그때는 모두가 사섭과 지혜와 덕을 두루 갖춘 보살행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오늘 허락된 만남이 어떠한 것이건 인로왕법등 법우들과의 만남은 또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 행복하고 감사한 만남이었다. 왜냐하면 만남은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삶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과 만남이든 스님과의 만남이든 뭇 생명을 가진 만남이든 ...
조계사 불자에게 일체의 공덕을 아낌없이 주며, 생명의 존엄을 도와 주며, 영가전 극락전을 청소하며, 제사 지내기를 주관하며, 시다림염불 연습을 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봄날이 오기전 한편의 시를 선사하고 싶다 .
봄이 오면 그래
죽은 것들을 모아 새롭게 장사지내야지
비석을 다시 일으키고
꽃도 한줌 뿌리리라
다시 잠들기 전에
꿈꾸기 전에
- 최영미「대청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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