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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교 일선에 선 김태복 장군

  • 입력 2004.03.03
  • 수정 2024.11.22

지난 달 22일 직지사에서 제9차 포교사 고시 합격자들의 품수식이 있었다. 350명의 신규 포교사중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불사 시주금 뇌물 둔갑 사건'의 주인공 김태복 장군이었다. 군 포교 일선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반야 법회에 회원으로 가입한 김태복 씨를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장군님 아니 이젠 포교사라 불러야 되겠군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사건의 당사자로써 직접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김태복 (혜천) : 한 마디로 조작된 사건이고 '종교 편향 엉터리 재판'이었습니다. 제17사단장으로 재임 시 기소된 사건으로 제가 96년 제 101여단에 호국 백일사(경기도 파주), 군 법당을 건립하였습니다. 그때 받은 시주물(석탑)과 시주금 (3300만원)을 뇌물수수로 걸어 군 검찰이 기소한 사건입니다.

석탑으로 받은 현물 보시를 현금 시주로 조작한 것으로 한마디로 물증도, 증인도 없는 사건인데 군사 재판의 특성상 심증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었습니다. 4년간 엉터리 재판을 받은 지금 현재는 기소되었던 다섯 건 중 하나를 뺀 나머지는 무죄로 판명되었습니다. 남은 한 건은 선고유예로 끝났는데 실질적으로는 무죄로 판결을 받은 것과 같습니다. 불명예 제대를 하였다 2003년 11월 복직하여 금년 1월 27일 전역식을 가져 지금은 예비역 군인입니다.

 

소장이란 고위 장성으로 복무하시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군 포교에 뜻을 두고 포교사가 되셨을 때는 남다른 각오가 있으셨을 것 같은 데요.

 

혜천 : 군포교 정말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제가 종교 편향의 피해자이기에 나섰습니다. 군내 불교는 개신교에 비해 상당히 위축되어 있습니다. 불교신문 기사에 따르면 불자가 47%, 기독교 신자가 36%라고 하는데 군내 종교 분포는 다릅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개신교가 52%, 불자는 25.3%입니다. 부모 품을 벗어난 처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젊은이가 개종합니다. 그럼 가족간 종교가 달라지고 .....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섰습니다.

 

 

저는 군 포교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자와 같이 문외한입니다. 제일 궁금한 점이 군 법당을 세우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합니까.

 

혜천 : 군법당을 설립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육군본부의 승인이 있어야겠죠. 군 예산으로 지어야 하지만 예산을 따는 것이 쉽지를 않아 대부분 기부체납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 나라가 미군정을 겪지 않았습니까. 그 때 미군이 들어오면서 군내 교회가 많이 지어졌고 군목제도 생겼고 대대적인 지원도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군 포교는 70대에 이르러서야 심각성을 깨달아 무진장 스님을 비롯한 몇몇 분이 나섰습니다.

군내 법당도 교회는 다섯인데 비해 사단에 하나가 원칙입니다. 군목은 다섯인데 군승은 하나입니다. 오 대 일입니다. 제가 제101여단에 가보니 교회는 8개, 성당은 1개인데 법당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불자 장볍 1000여명이 종교적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사를 하였다가 큰일을 치렀습니다. 개탄스런 일입니다.

 

 

금번 우리 조계사 반야회에 가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군포교 일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계획을 알려주십시오.

 

혜천 : 현실적으로 일선 장교는 포교일선에 뛰어들 수는 없습니다. 개신교는 예비역 4성 장교가 전방부대에 가서 예배를 보니 일선 지휘관이 신경을 쓸 수밖에요. 그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계는 다릅니다. 포교사단내 2000여명의 포교사중 군 간부출신은 매우 적습니다.

예편한 불자 장군들은 모두 어디에 갔습니까. 고급 장교출신 불자들은 충성사에서 따로 법회를 봅니다. 장성 출신으로 포교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제가 최초입니다. 그러니 모법답안 같은 것이 없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대 급이나 여단 급에 가서 직접 법문을 할 수도 있고, 군부대 포교 자문을 할 수도 있고...  여태 해오던 방법을 보완하여 좀더 스케일이 큰 포교를 하고자 합니다. 반야 법회에 가입하였으니 반야회 분들과 숙의를 한 뒤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김 태복 장군 아니 포교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분했다. 무참히 짓밟히고 무수히 왜곡된 우리의 현대사 가운데 우리의 종교, 불교도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종단분열과 관계자의 나태함에 군 포교가  열악하다 생각했는데 문제는 더 근본적 곳에 있었다.

   일제가 창씨 개명으로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 했다면, 미군정은 우리의 종교, 불교의싹을 잘랐던 것이다. 군내 종교시설은 종교 인구 분포와 같은 비율로 있어 마땅하다. 이는 군 포교 일선에서 애쓰는 사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 종단차원의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그 선봉장에 종교 편향의 피해자인 김태복 장군이 있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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