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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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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무한 자유를 향한 일일출가

  • 입력 2004.03.05
  • 수정 2025.01.15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무한의 자유가 보장된 떠남, 출가를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인연에 매여, 일상에 묶여 떠나지를 못한다. 늘 마음으로만 출가를 꿈꿀 뿐 몸은 떠나지 못한다.

일일 출가, 조계사에서는 출가, 열반일 발심정진주간을 맞아 부처님 가르침을 다시 되새기는 의미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상의 삶을 영위하며 무한의 자유를 향한 일일출가 수행.  프로그램은 불교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경, 참선, 염불 수행이 매일 번갈아 시행되었다.

 

먼저 첫날 시행한 간경 수행은 몸으로 경을 모시는 수행법이다.  몸으로 경을 모시는 위해 독송으로 몸의 탁기(濁氣)를 밖으로 내뿜고 다시 가장 낮은 자세인 오체투지 삼배로 예경(禮敬)을 올린 뒤 감히 경을, 사경을 하였다. 획을 그어 한 자 한 자 쓰니,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대로 흘러 넘긴 부처님 말씀과 법이 나에게 스며 배어드는 듯하였다. 경이 스며든 나의 몸은 부처님의 가피력이 충만했다. 

 

간경이 계단을 밟듯 차근차근 부처님 법을 새겨 마음에 새기는 수행이라면 참선은 의외로 동적인 수행법이었다. 

반 눈을 뜨고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하니 수행처인 소설법전은 고요했다. 옆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물 위에 떠있는 우아한 백조의 발길질처럼, 내 마음은 잡념이 요동쳤다. 사념의 폭은 시공을 초월했다. 어제의 일부터 유년의 일까지, 지금 앉은 공간에서 저 허공계까지. 상념과 잡념에 끄달리지 않기 위해 호흡에 집중할수록 잡념도 거세게 요동쳤다. 스님은 구름처럼 허망하게 떠오르는 생각을 잡는 방편으로 생각을 생각인 채로 둔 채 호흡에 집중하라 하였다. 들이쉬고 내쉬고, 피어오르는 상념 다시 하나, 둘 ....  이렇게 상념에 흔들리지 않고 세는 수가 하나 둘에서 열 스물로 늘어나고 혼탁 탁세에도 휩쓸리지 않는 참 자아가 커가는 수행법이 참선 수행이다.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염불 수행, 염불은 부처님을 생각하고 마음을 집중하여 번뇌, 망상이 없는 깨달음을 얻는 수행이다. 수행을 한 뒤 속이 후련하였다. 답답하게 날 누르던 무엇인가가 몸 안에서 뱉어진 것 같았다.

 '지장보살'과 '신묘장구 대다라니'를 염송하는 동안 수십 갈래였던 소리가 하나로 모이고 지도 스님의 호흡으로 모든 호흡이 집중되었다. 모두가 하나의 염불 일념에 든 것이다.

내 염불소리가 내 내면과 바깥의 번잡함까지 누르고 일념에 든 것이다. 한 호흡이라도 놓칠까 고인 침도 삼킬 수 없었다. 찰나의 시간마저 아까웠다. 쉽게 집중되고 수행법이 간단하기에 폄하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불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지도 스님들은 한결같이 한 말은 '청정 몸'이었다. 청정 몸을 갖추기 위해서는 계율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하고 또 참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계율적 삶은 힘든 것이 아니라 번잡함을 줄이는 간편한 방법이라 했다. 또 수행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며,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끊어내는 아픔이 없는 수행은 개가 코끼리 가죽을 걸친 구피상피(狗皮象皮)라 했다.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일일출가 수행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코끼리 가죽을 걸쳐본 개만이 코끼리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비록 형태도 못 갖춘 하루 출가로 맛본 수행은 부처님 법의 오묘함과 무량 가피력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일일 출가를 하루로 접수를 받지만 모든 수행법을 패키지로 묶어 접수를 받는 것은 어떨까. 편중된 신행 생활을 하는 신도들이 폭넓은 수행을 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다.

조계사에서는 매년 출가 열반 발심 정진주간에 일일출가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혹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내년 정진 주간에는 동참하시어 무한 가피력을 체험해보시길 바란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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