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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수행법 대강좌 결제)

  • 입력 2004.03.12
  • 수정 2024.11.22

기나긴 겨울을 나고 드디어 봄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2003년 12월 2일, 동안거와 함께 시작된 생활인의 수행법 대강좌가 드디어 해제를 맞게 된 것이다.  그 아름다운 날에 진정한 생활인을 위한 수행법을 알려 주시기 위하여 고우스님께서 다시 조계사를 방문하시어 마지막 법문을 해주셨다.

 

선의 실체를 체험한 분들이 어떻게 표현 하셨는지, 선에 대해 조사스님들이 어찌 보셨는지를 설하셨다.

 

“선원장 법회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본래 부처입니다.  우리는 본래 완성되어 있는데, 스스로 비하하고 있습니다.  중생이라고...

 

중생이다, 부처다, 성인이다, 아니다, 있다, 없다 등 늘 차별을 두고 비교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비교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우리는 부처’라는 말을 받아들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부득불 방편을 쓰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방편이 선원장 대법회에서도 말했듯이 손가락입니다.  성불자체는 달이요, 방편은 손가락이라 그것을 알려 주시기 위해 얼굴과 두 발에, 온 몸에 흙과 진흙을 묻히고 계십니다.  본래 달인 성불을 보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그 방편과 구분을 못하고 있습니다.“

 

직심직불은 마음이 부처인데 마음이 부처라는 말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며 이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방편이요, 수단이자 과정일 뿐이다.  비심비불은 마음도 부처도 아니라는 뜻으로 우는 아이가 그치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을 이해하는 이에게는 한 물건도 아니라고 말해줄 것이며, 그 가운데 사람에게는 큰 도를 체험하게 해주겠다라고 하는 옛 조사스님의 선문답을 인용하여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편을 여의어야 하고 심지어 팔만대장경 역시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분별없이 하는 마음은 담벼락과 같다고 하신 달마스님의 말씀도 방편의 말이지, 법은 아니다.  그물망을 뜯고, 나온 금고기에서 마음은 번뇌망이고, 금고기는 번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리와 방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런 생각으로 공부를 망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필수적으로 부처임을 믿어야 한다. 진리를 수단이나 방편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모든 존재는 연기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연기를 보는 사람은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사람은 여래를 본다고 초기 원시불교에서도 나오듯이 그만큼 연기는 중요하다.  유정, 무정 모든 존재는 부처이며 반야심경에서는 오온이 개공이라고 했다.  특히 선종에서는 본래 부처가 아닌 왜 내가 부처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개공을 알면 바로 부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내가 부처가 아니라고 부정을 해도 우리는 부처다.  개인을 개인으로 보면 전쟁도 대립도 없어진다.  새끼를 새끼로 보면 아무 일이 없는데 뱀으로 보니 야단이다.  여기서 새끼가 오온이 개공이라고 하셨다. 

 

비교하지 않으면 마음이 평화롭다.  부처와 중생을 구분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면 여기 이 자리에 오지 않는다.  양변을 여의면 비교하지 않는 오온이 개공한 자리이자 무아라고도 표현한다.  선에서는 부처, 열반이라고도 표현하며 여러 가지로 표현하나 결국은 하나이다. 

 

반야의 종자인 선을 이해하면 중도를 이해할 수 있으며, 중도를 이해하게 되면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나에 집착하는 그 마음으로, 밖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중도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이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됨과 동시에 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쌓이는 이것이 발심이다.  이러한 것이 반야의 종자를 심는 것으로서 반복적이지만, 본래 성불을 인정하고 믿어야 한다. 

 

모든 것에 고마워하고 은인으로 보아야만이 싸움이 없고 평안해진다. 평안해진 그 마음으로, 미움을 연민으로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수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움이나 증오는 죄업을 쌓는 길이고, 중도연기, 본래성불을 이해하고 칭찬하며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고,  본래 부처란 걸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화두를 들 때에 호흡이나 단전호흡 등 모두가 불필요한 것이라고 하셨다.  다른 무엇을 가미하면 안 될 뿐만 아니라 공부가 순수해야 하는데 불순물이 끼이게 되면 절대로 되지 않는다.  화두란 의심해서 드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의심이 목표가 아니라 알기 위해서 의심하는 것이다.  의심에 깊이 들어갈수록 비례해서 의심이 커진다.  어떤 것이 부처인가 하고 물었을 때에 똥 막대기이다라고 답하면서 순간적으로 삼매 성취하여 동시에 깨치는 것이 선이라고 하셨다.  단순하게 불법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똥 막대기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말했을까를 자꾸 알려고 하는 그 자체가 화두이고 공부이다.  화두가 여러 수행법과 다른 점이 있지만, 또한 절대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으로 기나긴 겨울을 나는 생활인들에게 화두와도 같은 법문을 마치셨다.

 

 

 

 

 

생활인의 수행법 강좌를 끝으로 회향식을 함께 거행했다.  먼저 교육국을 맡고 계시는 교육국장 진성스님께서 회향의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나도 큰 스님이 계시던 자리에 서게 되어 제가 작게 느껴집니다.  고우스님께서 화룡정점, 즉 좋은 밑그림에 여러 가지 색깔, 향기, 꽃들로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고맙게도 법신, 보신, 화신불을 모셔다 놓은 자리에 점안식까지 해주셨습니다.”라는 말씀으로 이제껏 강좌를 해주셨던 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고마움의 마음을 대신했다.

 

 

3개월여의 기간동안에 150여명이 회향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박창규 불자가 대표로서 안거증을 수여했다.  이어서 우수도반상과 개근상에 대한 상장이 수여되었고, 개근상에는 일반불자 45명, 청년회 불자 15명을 합하여 60여명의 불자가 수여하게 됐다.  또한 부부이면서 끝까지 함께 동참한 불자에게 수여되는 아름다운 커플상에는 8쌍이 받게 되었으며, 부상으로는 도영스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진리가 아니면 침묵을'라는 책이 주어졌다.  정진상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3000배까지 동참한, 멀리 지방에서 서울까지 강좌를 경청한  이숙영불자에게 수여됐다.

 

 끝으로,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를 기획하고 추진한 조계사 청년회 회장(정우식)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수행일지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까?  강좌 기간동안 수행에 대한 살림살이는 잘 하셨습니까?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불교를 위해서는 청년회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청년회에 많은 관심과 투자 및 협조를 바랍니다.

 

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제본을 만들어 일주일전에 배포하여 불자들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알려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것 중의 하나인 법문 내용을 한데 묶어서 책으로 내고자 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하시기를 바라며 이러한 자리나 특별법회를 개최한다면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현재 일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간화선 선원장대법회를 널리 홍보하시고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이로써 원만하게 성취하고 회향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이렇듯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수행법 대강좌 결재)인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의 15회 수행법 강좌가 성황리에 마치게 됐다.  겨울동안 모든 것을 버리고 비워서 필요한 영양분과 자양분만을 남긴 채 겨울나기를 하여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새로운 싹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는 봄나무에 새로운 수행의 꽃이, 불심의 꽃이 곱게 곱게 피어나겠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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