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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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불화 그리기반 '그리미' 회원전
붓을 곧추 세운다.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세운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수행의 과정이고 싶다.
오체 투지의 낮은 자세로 흔들림이 없이 선을 내리 긋는다.
평상심으로 선을 그어 단락을 나누고 다시 강약으로 입체감을 더한다.
흔들림이 없는 세필의 놀림으로 시공을 초월한 시상세계에 계신 부처님을 형상화한다.
불화를 그리는 모습이다.
'불화 그리기 반' 수강생들이 수행으로 생각하며 그린 불화를 모아 전시회를 여는 준비 과정을 살펴보았다.
소설법전에선 초 발심자들의 수업이 진행 중이었고, 한 편에서는 기존 수강생들이 전시회 준비에 바빴다. 팜플렛과 엽서 그리고 도록 등 사전 홍보 물과 당일 날 쓰일 비품 등을 모여 앉아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불화는 불교 신앙의 내용을 함축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불화는 감상의 대상이기보다는 신앙의 대상이거나 교화적 의미를 갖는다. 또 불화속 세계가 시공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기 위해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수강생들은 재기를 쌓기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는 수행이란 생각으로 임한다.
실제 불화를 배우는 과정은 수행 못잖은 인내를 요구하기에 중도 탈락자들이 많다.
첫 단계인 초 뜨기만 해도 만만치 않다. 초 뜨기는 세필(細筆)로 선을 굵게 때로는 날렵하게 표현하여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다. 시왕초, 천왕초, 보살초, 그리고 여래초를 각각 500장씩 초를 떠야 다음 단계인 배접에 들어 갈 수 있다. 이 반복 과정만 3 개월로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기에, 이 과정을 이기지 못하는 중도 탈락자가 많다.
불화반은 작년 서울 시민의 날에는 인사동에서 불화 그리기 시연회, 봉축 행사기간에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불화 그리기 등 다양할 활동을 해왔으며, 24일 인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금 번 전시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6년 이상 된 사람들이다.
출품작은 다양한 색을 올린 비로자나 후불탱화, 해수 관음도, 옷선과 주름의 표현이 돋보이는 수월관음도 백의관음도 등이며 수준은 매우 높다. 불화반 전시회는 3년 전 첫 번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전시회이며 앞으로는 2년에 한 번씩 가질 예정이다.
준비에 바쁜 임 숙남 보살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불화를 그리는 과정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전 6년째 배우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불화는 신앙의 대상을 그림으로 옮겨 모시는 작업이라 처음 초 뜨기부터 마지막 백호까지 모두 조심스럽고 어렵다. 미술이기보다는 종교이기에 마음가짐 해동거지 하나 하나를 가다듬어 작업을 해요."
전시회 준비 과정 중 어려움은요?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자랑스러워요. 초뜨기부터 우리가 직접 했거든요. 밑그림을 따라 그리는 초뜨기가 아니라 그림을 보고 직접 초를 떴기에 세상에 하나 뿐인 불화입니다.
지금은 전시회에 많은 사람이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 숙남씨는 강사에 대해 늘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불화강좌는 매주 목요일 2시~4시 장소는 소설법전이다.
전시회는 2004. 3. 24 - 3. 30 장소는 인사 갤러리 2층 전시실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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