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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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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선원장초청대법회[현산스님]

  • 입력 2004.03.18
  • 수정 2025.01.15

추위가 많이 가신 날씨. 곁을 스치는 바람에 다가오는 봄을 느낄 수 있었고, 법회 참석한 이들의 옷차림에서도 봄은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이번으로 다섯번째를 맞이한 ‘전국선원장초청대법회’오늘은 화엄사 선등선원장이신 현산스님께서 ‘비우고 쉬는 공부가 선’을 주제로 법문을 한다. 법회 전에 경내를 둘러보니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벅찬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웅전과 극락전을 가득 메우고 마당까지 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3000여명의불자님들. 근래 조계사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보는 모습이다. 바닥의 한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좌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보리수 아래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거룩한 자태와 서원이 겹쳐진다.

 

 법문을 하던 중 스님이 “어떤 것이 나라고 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진다. 잠시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중생은 이 몸뚱이를 나라고 여겨 보이는 것 , 들리는 것, 냄새, 맛, 느낌 생각으로 지어진 것을 마음이라고 잘 못 생각한다. 부처와 조사는 눈에 있으면 본다라 하고, 귀에 있으면 듣는다라 하며, 혀에 있으면 맛이라 하고, 몸에 있으면 촉감, 손에 있으면 잡고, 발에 있으면 걷는다. 아는 이는 불성이라고 하지만 모르는 이들은 영혼이라고 한다.”며 답을 벌써 보여준다. 이어 “선사가 대대로 전해온 법이자, 자신을 찾는 법 이것이야 말로 참선이다.”부처가 되는 법까지...

 ‘벌써 밑천을 다 내어 놓으시면 나머지는 어떤 법문을 하시려나?’ 걱정이 앞선다. 

 

 기우였고 미욱한 중생의 괜한 근심이었다. 옛 선사의 일화와 비유를 통해 알기 쉽게 설법을 하시고 사이사이 ‘증도가’등의 게송을 통해 먼길 찾아온 대중들에게 법을 전하셨다.

 

 <경과 율에 밝은 스승을 모시고 수년을 공부하던 신찬스님은 진전이 없자 행각을 한다. 도중 백장선사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서 스승의 은혜를 갚고자 돌아와 몇 년을 묵묵히 허드렛일을 하며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목욕하는 스승의 등을 밀다가 탁치며  "법당은 좋은데 부처가 영험이 없구나"하자 그의 스승이 돌아보았다. 이를 보고 "영험은 없지만 방광은 할 줄 아는구나."라 하자 스승은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냥 넘어갔다. 얼마 후 스승이 경을 읽고 있는데 벌 한마리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려고 하면서 열린 곳은 못 찾고 창호지만 부딪히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신찬이 노래했다. "열린 곳은 놔두고, 창호지만 뚫으려 하는 멍청이, 백년을 종이를 뚫은들 언제나 나오겠는가 " 스승이 경을 놓고, "행각중에 누구를 만났느냐 ?"물었다. 신찬은 “백장에게 배웠으며 당신께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이에 스승은 목욕재계하고 법상을 차려 법문을 청하였다>는 신찬스님의 일화를 통해 “경전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 참선을 공부하여야 한다.”고 참선을 강조하셨다.

 

“참선이란 것은 알 수 없는 화두를 들어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조사로부터 내려온 길이요, 바른길이다. 참선을 통해 지혜를 증득하여 현실을 여실히 보면, 증오와 욕망, 진애에서 벗어나 마음이 깨끗해지고 편안하며 고요해 진다. 이와 같이 현실에 작용하지 않으면 바른 도가 아니며 법이 아니다. 무상함을 아는 자는 다투는 법이 없다.”며 참선의 의의를 말하시고는 이어 참선을 통해 깨쳐야 할 마음자리에 대하여도 가르침을 주셨다.

 

“뭇성현들이 마음에서 나왔다. 삼세의 모든 보살이 배운 것이 이 마음이고, 부처님이 증득하신 것도 이 마음이며, 일체 중생이 미혹한 것도 이 마음이다. 수행자가 깨닫는 것 또한 이 마음이고, 역대 조사가 조사로 전하는 것 또한 이 마음이며, 제방의 납자가 참구하는 것이 이것이다. 이 마음을 깨달으면 마음이 아닌 것이 없다. 산산, 수수, 싸우는 소리, 개․닭소리 이 세계, 저 세계 등 모든 것이 본디 나의 바탕임을 알게 된다. 무한한 공덕을 지닌 이 마음은 본디 각자가 가지고 있다. 이는 구분이 없다. 남녀도 없고, 천지도 없고, 앉은 자리, 선 자리의 구분도 없다.”

 

선을 머리와 귀로서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요즘사람들은 너무 많이 안다. 인터넷이던 책이던 앎으로는 갈 수 없는 길이 이 길이다. 이 앎이라는 것은 바다속에서 모래알을 세는 행위와 같은지라 아무 소용없다. 요즘사람은 아는 것이 너무 많은데 선을 배울려면 첫째 비워야 한다. 가득 찬 것을 비울려고 해야지 빈 곳을 채울려고 하지마라.”라는 경계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현산스님은 “끝으로 나는 선사니까 어려운 얘기 하나 하고 가야지 하고 하면서 “도는 항상 목전에 있다. 물질과 도는 둘이 아니며, 도는 물질과 소리, 말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주장자를 들고 “이 것은 물질이면서 도다.’주장자를 탁 치고 ‘이 소리를 떠나서 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의 본래 진면목이다. 듣고 말하는 그 사이에 도가 있고 이를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끝으로 내려가셨다.

   

 한 시간여 동안 같은 방향을 보고 스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대중들의 미동 없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멈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 의심이야 스님의 법문을 마치고 일어서서 만발로 공양하러 가거나, 가족과 함께 소나무 아래서 햇살을 즐기며 담소하는 신도들의 움직임을 보며 사라졌지만 다시금 든 상념은 ‘현실에 작용하지 않으면 이는 바른 도가 아니다’라는 스님의 말과 법문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저들의 발걸음이 어떤 인연을 만들어 그물을 엮어 갈까였다.

 

 현산스님은 은사 도천스님의 선농일치의 가르침을 받아 직접 목장갑을 끼고 절 살림을 돌보기도 하신다는 내용을 팜플렛에서 뒤늦게 발견했다. 문득 피천득의 ‘인연’을 보면 나오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손이 떠올랐다. 시인이기 이전에 농부의 손이라 여겨진 굳은 손을 가졌던 그. 분명 스님의 손도 살고 있는 땅을 닮아 있을 것이다. 순리에 벗어나지 않으며 생명을 키우는 풍요로운 땅. 앞으로도 많은 잠들어 있는 부처님을 깨우고자 사자후를 발하시리라 믿는다.  

 

※ 참고: 신찬선사가 스승에게 한 법문게송.

 

"영광이 홀로 비취어 근진을 멀리 벗어나며 체는 진상이 드러나 문자에 걸리지 아니하고 진성은 물듦이 없어 본래 스스로 원성하니 다만 망연을 여의면 곧 여여불이라. "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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