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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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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古) 건축물에 대한 기초 공부 '

  • 입력 2004.03.31
  • 수정 2024.11.21

조계사 대웅전 전면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 건축물 및 사찰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이들 건축물에 사용되는 재료, 대들보의 기능 및 기술적 사항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를 돕고자 단국대학교 전재열 교수(건축 기술 및 관리 전공)를 만났다.

 

 

* 대웅전 해체보수 불사와 관련하여 고 건축물에 대한 특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전재열 교수 : 현대 건물은 구조계산을 한 다음 건물을 짓는 반면 옛 건축물은 구조계산을 하지 않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험적 방법으로 수치를 산정합니다. 집을 지을 때 총책임을 맡는 목수의 우두머리 격인 도편수가 재료로 쓰일 소나무를 선별하는 법부터 기둥과 보를 제작, 처마의 곡선을 맞추는 일까지 결정합니다.

부목수는 가구나 문짝틀등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 모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와 철학 그리고 직접적으로 체험한 장인의 경험 등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못을 사용하지 않고 이음과 맞춤으로 제작되어 집니다. 전통 건축이나 옛 건축의 기본은 기둥과 보의 연결을 바탕으로 하여  유연하고 신축적입니다. 즉 진동과 하중을 최대한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건축물의 구조입니다.

 

*고 건축물에 사용되는 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전재열 교수 : 돌, 나무, 흙, 흙벽돌, 기와 등이 있습니다. 한 예로 지붕을 만들 때 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흙을 넣습니다. 요즘은 지붕에 들어가는 흙더미가 너무 무거워 신공법을 도입해 지붕에 들어가는 흙의 무게를 상당히 낮추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재료들을 모두 자연에서 얻고 또 이 재료들은 그대로  자연으로 순환, 리사이클(recycle) 된다는 것입니다. 즉 친환경적 재료라는 것이지ㅇ요.

 

*웅장한 대들보 6개가 조계사에 도착했습니다. 목조 건물에 사용되는 목재는 어떤 것이 있으며, 벌목 과정, 건조 등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재열 교수 :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소나무, 전나무가 좋습니다. 그중에서 목질이 단단한 적송이 아주 좋습니다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러시아, 중국, 북미에서 수입하기도 합니다. 

이번 조계사 대웅전 해체 보수 작업을 맡은 도편수 신응수 선생님께서 근정전 보수 작업시에 기둥을 구하기 위해 애썼지만 실패하여  결국 내구성이 뛰어난 북미산 소나무를 구입해 기둥으로 세웠던 적이 있습니다.

벌목은 가을이나 겨울쯤에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는 해충 피해도 적고 나무 색깔도 좋으며 나무의 수명이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바닷물에 띄워 자연적 건조 방법을 시용하여 목재의 방부와 내구성을 높혔으나 요즘은 인공적으로 찌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원목은 대략 3년 정도 비를 맞지 않고 건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탈피를 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벌레가 안 생기고  수분이 빨리 증발되어 건조가 더 잘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들보는 어느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며 건축물에서 어떤 역할을 합니까?

전재열 교수 : 대들보는 최상부의 가장 큰 보(樑)를 지칭합니다. 여기서 기둥은 주(柱, 주춧돌에 세워서 보나 도리 등을 받치는 나무),  보는 량(樑, 작은 보에서 전달되는 하중을 받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나무)입니다. 대들보는 건물의 칸과 칸 사이의 두 기둥 위를 건너지른 나무이며, 건물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입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인 대들보는 집과 무거운 지붕의 힘과 중량을 받아 기둥으로 전달하여 주춧돌로 통해 지표면 이하로 전달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나무입니다. [지붕-(대)들보-  기둥- 주- 흙] 한 집안이나,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대들보'라고 비유를 하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불자들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건축 상식과 현대 사찰에서 건축시 유의할 점에 대한 말씀을 한두 가지 정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재열 교수 : 몇 년전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매미 태풍으로 건물이 붕괴되는 경우는 건물이 가지는 그 자체의 중량에만 중점을 두고 건물을 지은 경우(사하중 dead  load  )들입니다. 그러나 바람이나 눈, 비 등으로  인한(생하중 live  load ) 안전율까지 반영하고 고려한 건축물을 지어야 합니다. 현재 건축물의 수명이 60년 정도인데 비해 옛건축물들은 이보다 수명이 휠씬  더 깁니다. 이를 보아도 우리 조상의 경험과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둥이나 대들보를 곧은 목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굽은 목재를 쓰기도 합니다. 이는 시각적 의미도 있으며 구조적 의미도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조선시대에 집을 지을 때 대들보를 휘어진 나무를 사용해 비대칭의 멋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찰에서 건축시 친환경적 재료인 목재, 흙, 돌 등을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주 고가라는 점과  시공의 어려운 점이 가끔 있습니다. 그 모양을 유지하되 콘크리트, 블록, 벽돌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며, 신공법을 도입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건축물로 유도하여야 합니다. 즉 자연적인 재료인 주로 유기재와 인공적인 재료인 주로 무기재를 적당하게 조화시키며,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고 도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건축물에 대한 기초적이고 기본 개념 공부를 배워 보는 인터뷰 였다. 한 시간이 넘도록 그는 핵심적인 내용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위해 대학노트 6페이지를 칠판 삼아 가르쳐 주었다. 대웅전 불사 회향전까지 구체적이고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한번 더 공부하기를 약속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조계사 해체보수불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 교체될  대웅전, 그곳에서 수행하고 기도하는 불자들이 자연의 기운과 호흡하고 함께 나누며 아름답게 사는 것,  바로 그것일 것이다.

 

 

 

-전재열  -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University of Michigan 건설관리 연구센터(post doc.  fellow)활동

현)단국대학교 건축대학/건축공학과/부교수.

현)건설교통부 중앙 건설기술심의위원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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