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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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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산책

  • 입력 2004.04.07
  • 수정 2024.11.23

오후 일상의 질서를 잊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비우고 다시 채우는 빛과 색채의 흔적을 찾아 간다. 경복궁 돌담 길을 지나 자하문 고개를 넘어, 인왕산 자락에 살포시 안겨있는 [환기 미술관]. 

 

'희망'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깊습니다.' 라는 꽃말을 가진 미술관 앞 개나리는 평화로웠고 빛나 있었다.

 

수화 김환기(1913~74)화백이 떠난 지 꼭 30년이 되는 해.

많은 이들은 "수화 김환기 그림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에게 자연은 곧 인간이기도 하다." 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로 조형언어를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유 예술 세계를 정립하였으며, 오랜 시간동안 파리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1930년대 후반 현대적이고 절제된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이룩한 그의 정신세계는 50년대에 이르러 산, 강, 달 등 자연을 주재로 평면적이고  수평적 느낌의 그림을 보여준다.  60년대 이후는 점, 선, 면 등 순수한 조형적 요소로 인간의 신체적 관점에서 벗어나 공중에서 내려다 본 것과 같은 초월적 시점에서의 풍경을 추상화하고 있다. 

 

환기 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되고 있는 "산월과 문자그림" 전은 수화 김환기 화백이 1965년부터 68년까지 자연의 풍광을 추상화 한 그림과 자연의 형태를 기호한 그림들을 모아 놓은 전시로 추상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감상 할 수 있다.

 

1층 전시실을 들어서는 순간 전시실 중앙에 자리 잡은 하늘과 맞닿을 뻥 뚫린 천장은 하늘 아래, 세상 끝자락에 매달린 고독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점, 선, 면, 문자의 순수 요소로 이루어진 푸른 산 푸른 강 푸른 들 등으로 그려진 작품은 마지막 붉은 달로 마음속 먼지를 걷어내고 만다.

 

작가의 대표 작품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2층 전시실. 우리네들이 학장시정 즐겨 썼던 누른 색 연습장 종이 위에 머무름 없이 그려낸 그림은 과거로부터 기억을 되살리고 일상의 부침을 잊게 했다.

 

상형 기호로 둘러싸인 3층 전시실은 마음의 암호를 풀듯이 그림을 감상해야 했다.

 

작가가 차가운 뉴욕도시에서 소재의 변화를 겪어야 하는 것은  외부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우주적 공간임을 알고 화폭에 그려내었으나, 감상하는 내내 그림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어로 해석 할려는 마음은 포화된 교통체증 처럼 꽉꽉 막혀 버리고 말았다.

 

화폭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하나 씩 하나 씩 풀어 보는 동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미처 풀지 못했던 그림 속 비밀은 미술관 옆 카페테리아에서 조금이마나 풀 수 있었다.

 

 미술관 입구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수화 김환기 화백께서는  청자색을 참 좋아 하셨는가 봐요?"

 

"예, 아주 좋아 하셨답니다."

 

"외국에 사시면서 우리나라 청자 빛 백자 빛 도자기에 대한 소중함과 관심이 많아셔서 그런가요?"

 

"예, 그런 이유도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전라도 조그마한 섬에서 태어 나셨답니다. 섬에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다 빛 하늘 빛 그리고 산야 빛 모든게 청자색이었을 겁니다. 저 생각으로는 아마도 고향의 색이 아니었을까 해요."

 

"아... 선생님께서 자연에 대한 애착과 감동, 고국과 고향을 사랑 했던 모든 것을    그리운 마음으로 표현 하셨구나“

 

"......" 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epilogue-

 

난 수화 김환기 화백 그림 중 크고 작은 네모난 모양을 각자기 보라색으로 수도 없이 그려낸 1970년 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제일 좋아 한다.

보라색을 끔직히 좋아 그랬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한살 한살 더 드니 제목이 주는 의미가 더 좋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친정 아버지을 으스러지게 안아서 꼭 드릴 말씀이 있다.

"아부지, 다음 생에도 내 아부지가 되어주세요. 그래서 다시 또 만나요."

불자님들.. 지금 이 순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인연이 있으신가요?"

 

 

 

 [환기 미술관]

 

'신월과 문자그림'은 4월 18일까지 전시 됨

 

개  관 :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 월요일)

 

입장료 :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

 

교통편

 

1. 미술관순회버스; 서울 인사동 평창동 가나 아트 센터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

 

2.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모든 버스 이용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 고개 동사무소 앞에서 내리면 도보로 1분 거리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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