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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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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 진실되게 사는 법

  • 입력 2004.04.20
  • 수정 2025.01.15

"원컨대 이 법문 듣는 공덕 이런 선지식 모시고 철철이 법문 들은 공덕으로

모든 번뇌 망상이 화두로 승화되어 화두가 스승되고 참나를 의지하여 필경 성불하여이다. - 혜국스님-"

 

4월 18일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 아홉 번째 법회가 2천여 명의 불자가 모인 가운데 펼쳐졌다.

현재 조계종 선원장회의 회장으로 계신 혜국스님(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은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 진실되게 사는 법"을 주제로 법문을 해주셨다.

 

스님은 먼저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 언제나 내 감정에 속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법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내 주인이 되어 있느냐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하셨다.

 

"가는 곳마다 주인되어 진실되게 살아야하는데, 우리는 감정의 덩어리인 육신이 해달라는 대로, 감정의 노예가 되는 날이 많지 내 주인(부처)의 뜻 대로 사는 날은 얼마되지 않는다. 망상, 번뇌가 마치 주인인 척 하는 관계로 주인이 주인노릇을 하지 못한다.

 

가는 곳마다 주인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임제선사는 수행자(오늘 우리들)이 부처를 구하게 되면 부처를 잃게 되고, 조사를 구하게 되면 조사를 잃게되고, 道를 구하게 되면 도를 잃게 된다고 하셨다. 내 주인이 어떤 것인지 말에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서 과연 내 주인을 알아볼 지 살펴보자. 주인이라는 것은 들리거나 보이거나 색깔이 있다면 주인이 아니다. 참 허공은 모양도 소리도 없어 우리 눈으로 볼 수가 없다. 허공에 먹물을 끼얹어도, 침을 뱉어도, 오물을 끼얹어도 허공을 오염시킬 수도 없고 허공이 오염되지도 않는 그 자리가 '주인공, 참 나'인 자리이다."

 

감정이 해달라는 대로 감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현세인들에게는 항상 번뇌 망상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주인이라 하면 내 주인의 모습과 색깔 등에 대해 찾으려고 했던 일반 중생들에게 스님은 "주인은 모양도 색깔도 있는 것은 주인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수행자가 주인을 찾는다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주인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대상이 있다는 것이며 이는 주인과 나를 분리시키는 것이라 하셨다.

 

"실제로 주인은 우리 안에 그대로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주인을 찾으려 함은 눈으로 눈을 보려함이고, 마음으로 마음을 보려하는 것 이다. 실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하시며 내 마음의 부처를 믿어야 한다고 설하셨다.

내 마음의 주인이 있음을 알고, 내 마음의 부처를 믿는다면 주인 자리에 앉아 있는 번뇌 망상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이 성철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도를 찾기 시작한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13세에 해인사에 들어와 후일 공부를 위해 성북동 정법사에서 학교에 다닐 적에 성철 스님이 내려오라 하셨다.

성철스님: 이 뵈나?

혜국스님: 예.

성철스님: 뭘로 보냐?

혜국스님: 눈으로 봅니다.

성철스님: 눈 알로 보냐?

혜국스님: 예.

성철스님: 눈이 어디 있냐?

혜국스님: 이마 밑에 있습니다.

성철스님: 게 불꺼라. 자 보이냐?

혜국스님: 안보이는데요.

성철스님: 눈이 어디있냐?

혜국스님: 이마 아래 있지요.

성철스님: 있는데 왜 안뵈냐?

혜국스님: 깜깜하니까요.

성철스님: 고양이, 올빼미, 부엉이는 깜깜할수록 잘 보는데, 너는 고양이, 올빼미, 부엉이 눈만도 못하냐?

혜국스님: . . . .

성철스님: 너는 누가 대답하는지, 누가 무엇을 보고 사는지도 모르는데 뭐한다고 학교에 다니냐?

 

성철스님의 말씀을 계기로 나는 도를 찾기 시작하게 되었다."

 

스님은 "나라는 벽, 망상 번뇌가 만든 벽을 부수면 너도 나도 부처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조계사에 모인 사부대중에게 "화두를 공부할 때 그 말에 집착하지 말고 말의 뜻에서 참나를 찾으라"고 전했다.

 

조사스님과 성철스님, 그리고 많은 선지식의 예를 들면서 최대한 자세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신 혜국 스님의 법문은 참석한 사부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차면 넘친다"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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