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머리 깎고 승복 입고 조계사에 삽니다 1
"엄마와 떨어져 조계사에서 30일 동안 살 수 있어요?"
"네"
어휴, 난 "노"라고 말할 줄 아는 조계사 법당에 사는 짹짹이 참새다. 오늘 따라 꼬맹이들이 법당에 와서 뒹굴뒹굴 대더니 엄마 손을 꼭 잡고 불교대학 건물로 들어간다.
못 보던 녀석이 왜 자꾸 날 쏘아보지? 새총이 들려있나 살폈더니 노란 팽이를 들고 자랑을 한다. 휴- 살았다.
면접장? 오늘 25일이 동자승 30일 출가 면접일이구나. 작년에도 똑같은 녀석들이 법당에 와 주인 행세를 하더니... 이름표를 달고 서 있는 11명의 꼬맹이들. 어디 똘망똘망한 녀석 머리꼭지에 숨어 한번 살펴볼까?
우아! 내가 그토록 짝사랑하던 명선스님이시다. 쿡! 도림스님도 계시네. 아이고, 난 감히 명선스님 옆에 앉아 보지 못했는데... 참 맑고 고운 목소리.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몇 살?"
"여섯 살"
4번 박준오 꼬맹이는 명선스님이 물으시자 손가락을 피며 한 손에 든 카드를 어쩔 줄 몰라 한다.
"좋아 하는 것은?"
"과자요. 야채도 좋아하는데 햄도 좋고, 오렌지 좋아해요."
"조계사 올 때 장난감 가져오지 않기로 약속해. 그리고 절에 뭐 가지고 올 거야?"
"먹을 거요."
도림스님은 꼬맹이의 손을 꼭 잡고 토닥토닥 등도 두드리시고 안아 주신다. 사람들은 나만 보면 워이~ 워이~ 손짓을 하며 내쫒는데 꼬맹이들은 예쁜가 보다. 부럽다.
꼬맹이는 두 손 모아 스님들께 합장을 하고 엄마 손을 잡고 나간다.
이번에는 조금 큰 형아가 들어온다. 엄마 치맛자락에 숨어 얼굴만 쏙 내밀다 엄마 눈치에 스님께 합장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 꼬맹이는 정말 웃긴다. 스님 앞에서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 다리를 박박 긁는다. 대단한 녀석. 나보다 간이 더 큰 녀석이군.
"30일 동안 스님과 같이 살 수 있어요?"
"아니요. 엄마랑 사는 것 좋아요."
"친구도 많고 우리랑 같이 살자."
"싫어요. 엄만 날 사랑해요."
"스님도 수현이를 사랑해요."
명선스님과 도림스님이 사랑한다 고백해도 박박 엄마랑 산다고 떼를 쓰는 녀석. 꼬맹이들은 하나같이 엄마 곁을 떠날 줄 모른다. 치! 난 혼자도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데...
아이고, 기특한 녀석도 있네.
"전 언제 부처님 되요?"
천불탑을 보고 엄마한테 물어 엄마는 그 날로 동자승을 시키고 싶었다 한다. 또 형제가 나란히 동자승을 하려고 왔다. 진욱이 형아는 "네. 네." 목소리도 우렁찬데 동생 동우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싫어요. 싫어요."
도림스님은 “스님 방에 곰돌이 푸 인형도 있어. 같이 살자.”
따뜻한 눈빛을 보내도 대답도 않고 마냥 주위만 살피다 다리만 동동 구르는 녀석도 있다.
멀리 전주에서 온 꼬맹이도 있다. 면접장에 들어오면서 "나무불!" 큰 소리로 합장 인사를 해 깜짝 놀라 새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전주에서 온 교헌이 어디 두고 보자. 법당에서 내 목소리가 얼마나 큰 줄 보여주마. 짹짹!
마지막 11번 안태경 꼬맹이. 정말 웃기는 녀석이다. 명선스님이 뭘 제일 좋아하냐 물었더니 글쎄,
"고기요. 삼겹살!"
태경이 엄마도 스님들도 나도 배꼽 잡으며 웃었다.
"태경이 덕에 한 번 먹어 보자."
"우리 태경이는 엄마 머리를 매만지며 자는 걸 좋아해요."
"어떡하지? 명선스님은 머리가 없는데..."
도림스님이 웃으시며 태경이를 안아주신다.
"설거지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해요."
"잘 됐다. 내 방 좀 치우자."
스님들은 꼬맹이들을 꼭 안아주고, 손을 쓰다듬어 주신다. 와아! 나도 한 번 명선스님 품에 안겨 봤으면... 명선스님은 엄마처럼 꼬맹이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아픈 곳은 없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부모님들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도림스님은 아빠처럼 꼬맹이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걱정 마세요. 이 짹짹이도 혼자 꿋꿋이 법당을 지키는데 이 꼬맹이들은 스님들이 부처님이 지켜주시잖아요. 앞으로 4월 29일부터 30일 출가. 너희들을 새벽마다 만날 날이 기대된다.
누구 목소리가 큰지 시합하자! 빨리 머리 깎고, 옷을 입고 조계사에 살자!
신발신고 대다라니!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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