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기타

자비의 불빛으로 희망을 줄 수 있다면

  • 입력 2004.04.27
  • 수정 2024.11.22

"물론 힘들죠. 그러나 조계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리고 자비의 불빛이 오색연등의 불빛이 나에게서, 타인으로, 조계사 불자님께, 이웃으로, 나라에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많은 분들께 불사를 권선하니 힘들고 고단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숙자보살(혜명심, 연등모연 화주단 단장)은 연꽃이 그려진 연등 모연금 권선책을 가슴에 안고 환희 웃으며 대답한다. 주황색 목장갑을 낀 그녀의 손은 천개의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님 손으로 보아도 아깝지 않았다.

  

한 달여 동안 연등 모연 권선을 하게 됩니다. 화주단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권선을 수희동참으로 이끄실 생각입니까?

 

권선을 권하는 저희 화주단 6명은 몇 년 전부터 작년까지 한결같이 즐겁게 보람되게 해 왔던 일이라 올해 역시 조계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권선을 권해 드릴것입니다. 부처님께 향하는 일념, 조계사를 위한 일이니 지극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게 될것 입니다.

작년 부처님 오신 날은 비가 엄청 왔지요. 저희들은 그 비까지도 감사하게 받아 들이고 봉사를 했어요. 올해는 작년만큼 황사가 오지 않아 한결 수월합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있다 보면 입안에서 모래가 들어오고, 한 두시간만에 눈은 충혈 되고, 얼굴과 손이 햇빛에 많이 타게 탑니다. 그래서 올해는 손만이라도 보호 할까 하는 마음에 목장갑을 끼었습니다.

 

연등을 다시는 모든 분들은 간절한 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들 소원 성취될 수 있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발원과 축원을 최선을 다해 온 정성을 다해 적어 드리며 등을 달아드리고 등을 밝혀드릴 것입니다.

 

연등 모연에 대한 공덕의 의미와 그 뜻을 어디에 두어야 합니까?

 

부처님 오신 날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을 찬탄하고 세간에 오신 뜻을 기리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사월 초파일에 등을 밝히는 것은 무명에 휩싸인 미혹한 중생을 광명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함이지요. 마음의 심지로 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이 공덕의 빛으로 탐냄,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심을 없앤다고 화엄경에서도 설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등 밝힘은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연등을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기와불사, 부처님 단에 촛불를 켜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는 모든 행동이 다 씨앗을 뿌리는 것이지요.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대중과 함께 어우러질 연등 모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화주단에서 이런 부분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부처님 시대 가난한 여인이 자신이 구걸한 돈으로 작고 초라한 등불을 공양했다고 하지요. 다른 등은 다 꺼졌지만 이 여인의 등만 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까닭을 부처님께서는 이여인의 등불은 지극한 마음과 서원으로 켜진 등불이라고 하셨지요.

어려운 분이 저희들에게 오신다면 기꺼이 그분들을 위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께 희망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한 예로 어제 전혀 알지 못하는 두 분께서 오전 오후에 오셔서 내 남편 내 자식들 이름으로 등을 밝히지 않으시고 '일체중생 행복'이라는 서원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보람된 하루 였습니다.

가난한 이웃이나, 부자인 이웃이나, 병든 이웃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이나 우리 모두는 나눔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는 연등은 고요하고 잔잔하여, 마치 거울과 같아 저와 저의 주변의 모든 것을 그리고 하늘까지도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살님은 연등을 보면 어떤 느낌을 받나요?

 

쾌청한 하늘에 크고 밝은 달을 보고 이태백은 시를 읊었고, 베토벤은 월광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저는 조계사 회화나무에 걸린 연등을 해마다 보면서 또 보아도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아름다운 연등에 흠뻑 취해서 선(禪)의 경지에 다달아  내 마음자리를 찾고 싶습니다. 자성을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심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조계사, 키 높은 법당과  넓은 경내는 분홍으로, 노랑으로, 붉게 물들겠지.

세상이 혼탁할수록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등불처럼 살아간다면 우리들 마음은 좀더 깊어 지겠지

분주한 빌딩숲에서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잔잔한 마음도 함께 가진다면..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