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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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깎고 승복 입고 조계사에 삽니다 2
"엄마 아빠가 보고 싶겠지만 스님들 말씀 잘 듣고 배우겠습니다."
힐끔힐끔 눈치 보며 부처님 앞에 놓인 쌀을 쪼아 먹는데 글쎄 목소리에 힘이 팍팍 들어간 꼬맹이 동자승들이 소리를 지르는 거야. 푸드덕 냅다 불사중인 양철지붕에 올라가 살폈더니,
오늘 29일이 바로 동자승 입문식이었어. 1명이 줄고 10명인 꼬맹이 동자승.
교육국장 진성스님이 마이크를 잡고 우렁차게 동자승 입문식 행사를 진행했어. 1차 서류, 2차 면접을 통해 예비 동자승이 된 꼬맹이 동자승을 장한 눈으로 바라보시며... 5월 3일이 되면 수계식을 한다는데 그때는 스님들같이 삭발을 한데. 윙~ 어휴 내 꼬랑지 살려.
동자승들은 부처님께 감사하는 헌화를 올렸어. 애기똥풀꽃처럼 작고 예쁜 손으로 말이야.
명선스님은 동자승들에게 법복을 건네주는데 꼬맹이 동자승들은 자꾸 카메라만 쳐다봐.
벌써 방송의 맛을 아나?
총무국장 도림스님께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렀어. 권진욱, 권동우, 김태웅, 김교헌, 안태경, 김승호, 김수현, 오상준, 이동건, 이동훈! "네! 네엣! 네에에." 스님께선 목소리가 작은 동자승한테 "내가 맘에 안 드나 봐." 시무룩이 말씀하시자 "네!"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는데 목젖까지 훤히 보이는 거야. 난 키득키득 웃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어. 스님은 예비 동자승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씀하셨어.
"아이의 마음 동심이 불심이라 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이 열명이 가지고 있는 동심이 마음속의 어둠을 다 몰아냅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동심의 마음이 생기고저 30일 출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열 분의 부처님이 조계사를 통해 태어났습니다. 30일간 도의 마음이 철철 넘칠 것입니다. 5월 3일 삭발의식을 통하여 동심의 여행을 떠납니다."
스님은 어린이의 마음을 통해 부처님의 마음을 일깨워주셨는데 와하! 평소엔 말씀도 없으신 분이 꼭 부처님 법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지셔. 아님 마이크가 있어야 말씀하시나?
착복의례로 승복으로 갈아입는 동자승들. 면접 때 엄마 치맛자락에 숨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의젓한지 벌써 잿빛 냄새가 물씬 나는 거야. 목을 가다듬고 연습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새벽예불 독경은 지겠다는 생각이 팍팍 드네. 질질짜며 엄마를 찾을 것 같은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 그세 교육이 단단히 들었나? 승복을 갈아입고 목탁에 맞춰 부처님께 3배를 올리는데 절도 잘 해. 아이고, 못 하면 실컷 놀려주려 했는데... 날개에 힘이 쭉 빠지네.
이동건 예비 동자승이 발원문을 낭독하는데 "이것도 해요? 이것도요?" 으흠.
"엄마 아빠가 보고 싶겠지만 스님들 말씀 잘 듣고 배우겠습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어린이가 되겠습니다..."
대웅전에 계신 신도들이 너무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난 관심을 끌기 위해 힘껏 날개를 펴고 신도들 머리 위로 날았지. 눈도 돌리지 않고 모두 동자승들만 보는데...
가끔 나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목소리가 아름답고, 자연의 소리가 좋다는 둥 그런 얘기는 어디로 가고 짜증스럽게 또 워이~ 워이~ 손짓을 해. 두고 보자. 내가 부처님께 드린 보시물을 다 먹어버릴 테다. 으윽, 탐진치!
동자승들과 스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데 역시 카메라 포즈가 너무 익숙해. 오히려 스님들께서 쑥스러워 하시네. 김치! 개나리! 앉아서 찰칵! 일어서서 찰칵! 포즈도 좋고, 배경도 좋고, 날도 좋다. 나도 찍어볼까 얼굴을 살짝 내말자 성의 없이 바람이 휙 불어오네.
화창한 봄날 . 나는 기대하고 있을 테요. 조계사에 찬란한 동심의 맘을.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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