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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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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발 걸음마다 마음마다 자비와 지혜가

  • 입력 2004.05.25
  • 수정 2025.01.15

수많은 연등이 조계사  경내을 메우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우정국  거리를 메우고 있다.

수많은 제등이 서울  밤거리를  메우고 있다.

 

일요일인 23일 낮, 조계사와 우정국로에  자리잡은 설치물과 부스들.

즐길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 문화와 민속 놀이, 전시 및 공연 마당, 살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불교 문화 마당' 을 즐기려는 듯 수백 명의 대중들이 모여 들었다.

아빠 무등을 타고 있는 아이들, 발마사지에 피로를 풀고 있는 외국인, 무대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어르신들, 부스 뒤 비스듬이 앉아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청년.

 

하나되어 만드는 연등축제, 희망의 등 밝히기, 북한과 제3세계 어린이에게 사랑과 희망을, 불화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장에서 고요히 부처님을 그리는 한 소년을 만났다.

"떨려요. 하얀 도화지가 아니라 힘들지만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어 좋아요. 나도 부처님 같은 생활을 하고 싶은데 힘들어요."라고 말하며 다시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합장주 만들기, 탁본 체험, 지화까지 다채로운 체험의 장이 마련되어 있는 소원나무 앞에 눈길이 쏠렸다.

"할아버지 오래 살게 해주세요. 온 가족이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김규성)"   "게으름 물렀거라!  더이상 방황은 NO and WORLD PEACE (소용 팬)"  "공부 잘 하게 해주세요(초등학생)."

한두 가지 소박한 소원이 적혀 있는 소원나무 앞에서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손모아 본다.

 

태국 공연, 네팔춤, 외국인 연등만들기, 대만 불광산사 등 국제불교 마당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의은 스님, 안녕하세요." 인사도 끝내기도 전에 의은스님은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한다. '대만 불광산사'  행사를 위해 기획에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직접 하셨을 의은스님은 한국 불교에 대한 사랑을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국 불자들에게 대만 불교를 나누어 주고 싶어하는 스님은 반짝이는 색종이로 연꽃도 만들어 보고 가라고 권한다.

 

야단법석 가운데 고요함에 푹 빠진 수행을 통한 평화(PEACE in CHANTING)에 참가한 외국인들을 만났다. 

"지금 달마는 어디에 있느냐?"

그들에게 침묵이 감돌고 있다. 하늘 아래 길게 뻗은 자동차 도로와 높은 건물 사이에 오롯이 앉은 그들은 채우진 마음의 공간을 비우고 있다.  마음을 잠재우며 영원한 정적을 맛보는 그들의 모습에서 간절한 마음(sincerity)을 함께 읽었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3만여 명의 시민들은 부처님과 금강역사, 용 등으로 꾸민 형형색색의 장엄등을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후 7시. 부처님 오신날 앞두고 제등 행렬이 종로에서 펼쳤졌다.

서울 밤 하늘을 에워싼 온갖 색채의 연등은 동대문 운동장에서 조계사까지 서울의 밤하늘을 밝혔다.

 

새처럼 부드러운 자태를 유감없이 발휘한 조계사 연희단, 대형 용 등이 빌딩 숲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불길을 내뿜는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화려하다는 말로는 태부족일 만큼 눈부신 색채를 입은 능인선원 연등, 종로거리 미끄러지듯 자유자재 하유스님의 신명나는 춤사위에 환호가 넘쳤다.

그들 모두에게는 종로거리가 캔버스이고 살아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제등과 불자님 마음은 물감이 되었다.

 

"어떤 인연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행렬을 즐길 수 있는지... 정말 행복하다"는 노 보살님 독백에 "부처님 인연이겠지요." 묵언으로 답한다.

 

비움과 채움, 침묵과 야단법석, 달마의 서쪽과 동쪽, 어둠과 밝음 등으로  어우러진  '불교 문화 마당'과  '제등 행렬'.

자비와 지혜로 세상을 밝히고자 하는 모든 사부대중의 염원이 조계사를 메우고, 우정국 거리와 서울 거리에  넘쳐나니 부처님 오신 날이 더욱 크게 빛날 것 같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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