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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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신 뜻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불기 2548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탄신을 경축하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불기(佛紀) 2548년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불기를 쓰자고 결의하여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 학술적으로 연구-검토한 결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지가 2548년이 되어 부처님 돌아가신 해를 기점으로 정하여 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부처님 탄생을 금년 2548째 되는 해로 생각하시면 않됩니다.
그렇다면 불기를 부처님 탄신일로 하지 않고 돌아가신 날로 정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부처님 열반하신 뒤 그 법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열반을 기점으로 불기를 정한 것입니다.
경전을 근거로 보면 부처님께서는 그때 당시에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인 중생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든 뒤 미래의 중생들로 몫을 지어 말씀을 하시었습니다.
<금강경>에 보면 선호념제보살(善護念諸菩薩), 선부촉제보살(善付囑諸菩薩)이라 했습니다.
선호념제보살은 현재(부처님 당시) 있는 보살들을 공부 잘하도록 이끌어주고, 선부촉제보살은 당신이 열반에 든 뒤 더 많은, 긴 세월동안의 중생들에게 언제나 이익되게 이끌어 주시기 위해 열반에 드실 때에도 미래 중생들을 위해서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 즉,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진리)를 등불로 삼아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여라.' 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미래중생에 해당하고 미래중생이 부처님을 만나는 길은 우리의 주변에 부처님 법이 활짝 피어나신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2548년이면 참으로 긴 세월인데 오늘날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곁에 있어서 다행히 우리가 삶을 어쩌면 잘못된 길을 가면서도 잘못 된지도 모르고 짐승과 비슷하게 살아갈 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부처님 법을 만나 이렇게 바른 삶을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며 부처님께서 마음을 등불로 삼으라는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부처님과의 만남을 생각하는 길은 바로 등(燈)공양이고, 수행공양이 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열심히 수행하고 부처님 말씀이 널리 퍼지도록 활동하는 것이 수행공양 입니다.
그래서 삼국유사에는 스님네들을 이렇게 분류했습니다.
수행을 높이하여 신비한 경지에 이르는 분들, 교학을 잘 발전시켜 널리 알리는 분들, 불교 외호를 잘하여 불법이 널리 퍼지도록 한 분들로 나누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 드리는 수행공양인 것입니다.
權掛垢衣 下閻? (권괘구의 하염부)
興?運智 度衆生 (흥비운지 도중생)
방편으로 누더기를 걸치고
사바세계에게 내려 오셔서
지혜를 모으고 자비를 일으키시어
중생들을 제도한다.
이것은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있는 말씀을 추린 것입니다. 즉,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오신 뜻이 이러하다는 것이죠.
<본생경>에 보면 부처님이 도솔천에 계실 때 인간 세상에 내려오시려 하매 어느 곳을 가는 것이 좋을까하고 여러 신하들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인도에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네가지 계급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신하들과 상의하기를 바라문 계급에 태어나면 호의호식에 겨워 출가 수행하기가 어렵고, 수드라나 바이샤 계급으로 태어나면 못 먹고 못살아서 출가수행 하기가 어려울 터이니 귀와 천을 겸한 종족 즉, 크샤트리아(왕족) 집안에 태어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왕으로 태어나더라도 어머니가 곧 돌아가셔야 하는 조건을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인류의 스승이신 부처님을 낳으시고 키우시며 정(애욕)을 들이시면 복을 감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정을 들이지 않을 일주일 안에 돌아가실 카필라국 정반왕의 부인인 마야부인에게 태어남을 정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오랜 수행공덕으로 사바세계에 않오셔도 되는데 중생들을 제도하려니 이 땅에 오신 것 자체가 마치 멀쩡한 부자가 양복을 벗고 땅꾼 옷이나 각설이 옷으로 갈아입고 장터에 뛰어 든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중생들이 괴로워할 때 같이 괴로워하시고 기쁠때는 같이 기뻐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중생들에게 진리의 길로 인도하시려고 그와 같은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이 병이 나면 부모는 자식의 병을 고치기 위해 쓴 약을 달다면서 약을 먹이는 것과 비교 할수 있겠지요.
부처님도 그와 같이 '복은 다른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고치는데 있으니 악업을 짓지 말라.' 하신 것입니다.
악업을 짓지 않으면 묵은 악업이 소멸되고 공덕이 자라나서 그 공덕으로 복을 받는다는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때 외치셨던 이야기가 '?上?下 唯我獸尊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 했습니다. 이 말은 '천하에 내가 최고' 라는 뜻이 아니라 이 하늘 위 하늘 아래에서 인간이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소동파의 渺滄涇之一粟(묘창해지일속)이라는 말처럼 인간이 끝없는 바다의 좁쌀과 같이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미래와 현재 심지어 과거까지도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지전능한 창조주(尊)와 같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이야기로서 누구나 자기 손으로 복을 만들어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고시나 행정고시 등 시험을 보고 합격은 내 뜻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조바심에 백일기도도 하지만 죽으나 사나 채점은 남이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말씀에 의지해서 공덕을 받는 것은 나 스스로 노력해서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자유를 언제나 누릴 수 있으니 상(常)이요,
내가 필요한 것만 즐겁게 누리니 락(樂)이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싫으면 그만 둘 수 있니 아(我)요.
이렇게 하는 일은 반드시 선업을 쫓아가니까 정(?)이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常樂我?(상락아정)을 보여 주려고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께 수희하고 공양하는 자는 무량한 복을 받는다 하였습니다.
부처님을 진정한 마음을 다하여 좋아하는 일을 수희라 합니다.
제일 으뜸가는 공양은
첫째 부처님 말씀을 옳거니 하며 받아들이고
둘째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수지독송)
셋째 세번이고 네번이고 읊조려 읽고
넷째 부처님 말씀을 써보고
다섯째 남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위인해설) 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 으뜸가는 공양입니다.
부처님께 초 한자루를 올리더라도 '당신의 그 거룩하신 가르침에 한점의심 없습니다.' 하는 생각으로 정성껏 공양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4월 초파일에 등을 다는 것도 부처님의 공덕을 마음속으로 높이 받아들이는 하나의 표현입니다.
'로또 복권 당첨되게 해달라..’, ‘우리 아들 고시시험에 합격시켜달라..’는 등 별난 소원을 다 빌지만 그런 기복적 소원 말고 정법 즉, 마음의 때를 벗어버리고 나를 찾을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 들여야겠습니다.
오늘 공양의 한가지로 경전을 읽고 남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으뜸이라 했는데 제가 경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하고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제가 1993년도에 역경원장 소임을 맡았는데 그때 합천 해인사 고려대장경을 다 번역하기로 대외적으로 공약을 하고 2001년도에 318권의 번역이 끝나서 우선 완간 법회를 열어 회향을 했습니다.
지금은 경전을 전산화해서 젊은 사람들도 컴퓨터로 경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글대장경 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제가 이런 말씀드리는 것은 여러분에게 법을 전하는 의미도 되지만 역경전산화는 우리 종단내에서 꼭 해야 할 숙원사업 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좋은 일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업장 녹이는 일이다 생각하시고 한글대장경 전산화불사에 정성을 보태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원대하신 원력으로 사바세계에 오신 뜻은 우리가 미혹한 중생이기에 그 미혹을 덜어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 거룩하신 은혜에 감사하는 일은 우리가 부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마음과 몸을 잘 닦아서 자기 자신의 공덕을 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불자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부처님의 은덕을 진정으로 갚는 것입니다.
부처님 전에 몸소 절을 하는 것도 공양이요. 부처님 일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것 또한 공양입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은혜 갚는 일은 신심을 깊게하고 이 신심을 생활속에 연속시켜서 자신의 에너지로 삼는 것입니다.
어두운 밤에 하나의 등불이 주위를 환히 밝히듯 부처님 말씀을 등불로 삼고 어려울 때나 괴로울 때나 좋을 때도 부처님의 법에서 이탈되지 않는 삶을 살아서 부처님께 보여 올리겠다는 서원을 여러분은 꼭 세우시길 바랍니다.
-정리:서혜정 (조계사 보도부 법문녹취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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