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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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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상처받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 입력 2004.06.08
  • 수정 2024.11.15

상처받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도덕성을 앞세우고 깨끗한 이미지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징성을 가진  불교계에서 지홍 스님 해임문제를 놓고 지홍 스님 퇴진 압박과 압력으로 극단적인 결론으로 몰아가는  현 사태를 보며  때때로 숨이 막히고,가슴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지홍 스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아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구경꾼일 수 밖에 없는 조계사 인터넷 보도부.

낡은 잠수함에 숨쉴 만한 산소가 충분한지 확인 하기 위해 사람대신 토끼를 태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보도부 일원 모두가 낡은 잠수함 안에 갇혀버린 토끼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며 많은 불자님들께서 그러십니다.

"조용히 지내자, 각목이 또 절에서 보이지 않을까?, 난 관심 없어...."

어찌보면 다 맞는 말입니다.

절이 싸움터로 변하는 것, 시끄러운 저자판이 되는 것 정말 원치 않습니다.

각목사태로 얼룩지고, 싸움으로 얼룩지고...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 '겉에서 보면  분열이고 내분 이지만 잘 해석해보면 개혁과 전진의 열망이다'라고 스스로 마음 추스리며 힘들게 힘들게 지내 왔으며, 이겨 왔습니다.

그래서 지홍스님 해임 문제로 다시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섬일겁니다.

'충돌'의 속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섬이 아닐까 합니다.

 

'미군 탱크'에 희생된 여중생의 이미지가 비극적으로 충돌하였던,

'방사성 폐기물'로 뜨거운 쟁점으로 충돌하였던

'대통령 탄액안'으로 위기와 분열로 충돌하였던,

'충돌코드'로 지겨웠던 지난 세월에 힘들었는데 다시  

오랜 전생에서부터 지어온  무수한 업의 사슬을 오롯한 정진과 서원과 수행의 힘으로 끊기 위해 온 절간인데,  지홍 스님 해임 문제로 저희들 역시 충돌이나 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6년이란 긴 시간동안 지홍스님께선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 불자님들에게 다가왔는지...어느누구 보단 조계사 불자님 한 분 한 분 다 알고 계시고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 해보니 지홍스님 6년이란 세월, '노이무공 (勞而無功 )'일뿐입니다.

지홍스님께서 즐겨 쓰셨던. 격려, 참여, 균형, 평화가 그리운 오늘 입니다.

 

500생 동안 한번도 헛생각, 헛마음, 헛뜻을 하지 않은 자비와 복덕으로 부처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중생을 건져내기위해 부처님께서 오셨다고 합니다.

산하대지가 가장 아름답고 풍요롭고 푸르름을 안은 생명이 빛내 보이는 계절에,

한평생 불타는 거리를 헤메이면서 마음에 쌓인 때를 우리들이 어찌 벗겨낼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단 하루 헛생각, 헛마음, 헛뜻만이라도 삼갈 수 있다면 우리들 빈마음에 부처님이 오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홍스님 해임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해보는 것이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 아닐까 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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