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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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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생은 자신의 삶을 조각해 가는 예술가

  • 입력 2004.07.03
  • 수정 2024.11.18

인생은 자신의 삶을 조각해 가는 예술가라 했다. 조각의 재료가 되는 것은(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영원히 역사에 남길 위대한 작품을, 또 어떤 사람은 생활 속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던져 버리고 싶은 실패한 삶을 살기도 한다. 우리는, 나는 자신의 삶을 어떤 조각품으로 만들고 있는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자.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젖은 신록이 아름다운 오후, 인사동 허리우드 근처 고암 정병례선생님의 전각 작업장을 찾았다. 선생님은 전남 나주출생으로 6번의 개인전과 7번의 단체전, 인천카톨릭 대학 겸인교수 역임,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각부문 심사위원, 지하철 “풍경소리”게제, SBS 대하드라마 대망, KBS 왕과 비, 영화 “오세암” 타이틀 제작, 맑고 향기롭게 등 수없이 많은 작업들을 해오셨다. 흙, 돌, 나무, 금속에 현대적, 회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문자 또는 그림을 새기고 독창적인 특이한 기법으로 빛과 에너지를 담아 그 어떠한 재료가 될지라도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하신다. 30여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무려 몇 만점이나 된다는 선생님의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이란 참으로 가슴 떨리는 벅찬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전각의 기원은 신석기 시대에 질그릇에 문양을 찍는 것에서 시작되어 은(殷)시대를 거쳐 청동기 문화가 활발했던 중국의 주(周)나라에서 진(秦), 한(漢)시대에 이르기까지 인장을 주조하였거나 직접 새기기도 하였다. 그 이후 부드러운 석재(石材)가 발견되어 문인묵객들이 장인들과 다른 격조의 전각을 새기면서 본격적인 전각 예술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각은 칼로 돌, 나무 및 금속 위에 문자를 새긴 다음 인주나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어내어 나타내는 인영(印影)을 감상하는 예술이다. 전각은 전서를 새긴다는 본래의 의미에서 오늘날에는 크기나 색상의 제한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쓰고 그리고 칼로 새겨 완성하고 적극적인 행위를 통하여 서화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예술의 장르에 이르게 되었다.

 

 

언제나 허름한 작업복에 거칠어 보이는 턱수염, 재떨이 가득한 담배꽁초, 책상위에는 선생님의 오랜 전각의 역사를 말해주는 수십 개 칼이 작업실의 풍경이다. 작업실 철문을 밀면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도 선생님의 얼굴보다는 작품 쪽으로 먼저 눈이 갈 만큼 크고 작은 작품들이 사람의 혼을 앗아간다.

“내 인생에서 칼과 돌의 씨름은 철없던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고리의 연속입니다. 전각은 내 삶의 진정한 도구이며, 이를 통해 나는 천마(?馬)의 혼(魂)을 꿈꿉니다.”

작업실 구석구석 작품 하나하나마다 안으로 깊어져있는 선생님의 혼에서 나오는 말이다. 얼마나 강열한 에너지를 품어내고 있는지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고 느낄 수가 있다.

 

전각의 오방색은(자, 녹, 청, 황, 흑, )이다. 음각을 할 경우 바닥은 흰색 그대로를 쓰고 때에 따라서는 9색을 쓰기도 한다. 주로 극과 극인 상극이 되는 색을 쓰는데(검정-빨강) 이것은 음, 양의 대칭관계. 천지조화이며 즉 상극이 만나서 새로운 상생, 생명을 탄생시키는 오묘함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19세에 서울로 오셔서 전각은 26세부터 하셨다. 동기는 그저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신동소리를 들을 만큼 음악, 서예, 그림 모든 예능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었다.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언제나 행복하다고 하시는 선생님, 전각으로 설치미술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예술의 모든 본질의 행위를 보여주는 것은 다 할 수 있단다. 선생님께서는 전각의 재료로 부드러운 돌이나 납을 주로 쓰신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작가는 힘들고 외로워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작가를 이해 할 수 있으면 안 됩니다. 시인이든 철학자든 예술가는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방황, 번뇌가 항상 자리하고 있어야 그 어떤 행위에서 얻어지는 깨달음 또한 커집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좋아한다는 선생님은 언제 뵈어도 참으로 맑고 향기롭다.

 

방황은 꽃이 만계 했을 데 찾아온다고 한다. 방황의 끝은 열매다. 또한 방황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않은 현실 거부이며 가장 이상적이고 진취적일 때 변화를 요구하는 정열의 에너지다. 지금까지 몇 만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해왔으며 작업실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몇 천점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끊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

지금 선이야기 100가지라는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계신 선생님께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부탁드리니 한국의 예술이 세계무대에 반드시 서야 한다고 그 작업을 선생님께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혼자 이 험한 길을 걸어오면서 오늘의 선생님이 있기까지는 엄청난 시련과 고생이 있었음에도 언제나 소리 내어 웃고 오는 사람마다 편안함을 준다. 이렇게 어려운 걸 처음 온 사람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도저히 엄두를 못 낼 것 같은데 1년이면 왠만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하신다. 월 수강료는 10만원, 재료비 돌, 칼이 몇 만원이면 충분하다. 얼마 전 샘터사에서 풍경소리 2집이 나왔다. 지하철역마다 걸려있는 풍경소리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혜와 자신의 마음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이것을 엮어 이번에 그 두 번째가 나온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밤늦게까지 작업실에 켜져 있는 불을 볼 때마다 세계무대에 한국의 예술 혼이 자리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선생님의 바램이 꼭 이루어지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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