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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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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추억

  • 입력 2004.07.06
  • 수정 2024.11.23

여름의 푸르름이 절정을 이루어 꽃잎 하나를 바라보는 것조차도 눈이 부실 것만 같았던 토요일은 어느 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대고 있다.  문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세종문화회관 거리에는 그린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과 환경재단(세종 센터)의 주최로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이라는 환경사진전이 한창이다.

 

쉼 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대비를 이루며 한 곳에 소리 없이 자리 잡고 있는 사진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유럽의 낭만과 제3세계 국가들의 일상,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하고 지친 삶에 대한 단편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무한한 감동과 경이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작품들은 매그넘의 주요작가들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의 사진작가들이 찍은 80점의 작품들이다.  사진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읽을 수 있으며 평화로운 일상과 우울한 빈민가, 베니스에 비 오는 거리는 무척이나 인상에 남는다. 

 

또한 서울의 추억에는 50년대의 서울을 배경으로 공중에서 촬영된 것으로서 한국전쟁 시절에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임인식씨가 찍은 32점의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복원 중에 있는 청계천의 옛 모습들, 우리의 주거문화를 한눈에 알게 해주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외동의 한옥은 집 두 채가 절묘하게 겹쳐져서 흡사 ㅁ자 모양의 무늬를 이루고 있다.  작가가 살았던 가회동(서울의 북촌)은 1954년 8월에 촬영된 사진으로서 전통적인 옛 주거의 형태이다. 

 

당시에는 초가집과 시냇물이 흘렀던 강남의 반포는 정겨움과 고요한 농촌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 여름,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나루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룻배는 마치 댓돌 위에 하얀 고무신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처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1953년에 찍은 한강에서의 얼음채취 모습에서 순박한 일상을 읽을 수 있었으며 봉은사의 일주문 사진에는 머리 위에 봇짐을 얹고 부처님에게 공양하러 가는 할머니가 정겹다.  그 뒤로는 북한산 자락이 살포시 얹혀져 있는 것이 포착됐다.

 

우리 어머니, 부모님들의 세대였던 시대상을 대변해 주듯 50년대의 사진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현재 그 곳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옛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는 흑백 톤의 사진들은 왠지 모를 아련함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 여름을 알리는 7월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젊음과 싱그러움으로 다가오는 계절을 맞아 시원한 음료 한잔 뽑아들고 잠깐이나마 모든 시름, 근심걱정들을 내려놓고 사진이 주는 무언의 정취와 발걸음이 멈춰지는 감동에 흠뻑 빠져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어느 덧 태양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자  어스름한 또 하나의 저녁이 물들어 간다.   도시를 삼킬 것만 같았던 열기는 잦아들고 시선 끝에 걸린 하늘 저편에는 붉은 낙조가 서서히 잉태되고 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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