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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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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있는 듯 없는 듯 '물속의 달'과 같이..

  • 입력 2004.07.20
  • 수정 2024.11.18

두드리는 빗방울이 무겁다.

스님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각  15분이 지났다.  '비가 오니 지하철마저 힘들게 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 드리자마자   핸드폰 벨이 울린다. "보살님, 염려 하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비오는데 조심해서 오세요." 라고 하신다.

시간 약속을 어긴 행동에 경책을 하고도 남을 법인데, 스님은 나를 배려 하는 건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는건가?

 

공사가 한창인 교육관 보도부 사무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합장으로 인사 하는 조계사 신임 포교 국장 재경스님.

약속시간 20분 늦게 도착한 죄송함과 연일 내리는 무거운 비소리를 피해  맑은 햇살과 연두빛 곱디 고운 색깔들로 생기발랄하게 표현한 청년작가 '육심원 그림 전시회'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청하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5평 남짓한 좁은 전시장을 둘러보신 스님은 가족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는 그림 앞에서 멈추어  일체의 사물은 모두가 상대의존적이라 하셨다. 그리고   "모든 인연의 관계는 서로가 의지 하며 살리고 살리워져야 합니다.  포교 역시 나 혼자 깨닫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움직임과 흐름속에서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라며 포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포교에 조금은 주저함이 있다는 말에 스님은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며  "가족간의 신뢰처럼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마음을 열어 보이는 믿음으로 부처님 법을 전한다면  흔들림도 없을 것이며, 두려움도 주저함도 없을 것입니다."

 

기존 신도국을 흡수하여  종단이 요구하는 사업과  입장을 함께 수용하고 전 교구의 원활한 소통의 일환에 '포교국'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계기를 설명하시며   "새로운 포교국 활동이 눈에 보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포교국 방안은 먼저  내부적 안정을 시작으로 대중적이고 보편 타당한 방향으로 운영하고 누구나 다  동감 할 수 있고 역활 분담 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하셨다.

신분, 지위, 남녀, 나이를 초월한 자비와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포교를 펼쳐 보여 달라는 청에 스님은 잔잔한 웃음을 띠며 "한사람의 불자를 만드는 일은 모든 창조 행위 가운데 가장 숭고합니다."라는 말씀으로 질문의 답을 대신하셨다.

 

생활에서 바로 실천 할 수 있는 수행 방식이 있으면 일러 주십사 여쭈니  "우선 매일 아침 '분향세발과여생' (焚香?鉢過餘生 .향을 사르고 발우를 씻으며  여생을  보낸다) 문구를 되새깁니다. 조계사 불자님들도 24시간중 단 5분이라도 부처님처럼 단정하게 자세를 가져 보았으면 합니다. 이게 간단한 것 같지만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환하게 웃으시면셔 통도사 조사전 응향각에 새겨진 글을 들려주며 그리고 상대방에게 먼저 선하게 푸근하게 다가가 보라고 하셨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휘청거리든 빗방울이 잔잔해 졌다.

이참이다 싶어 질문을 스님께 드렸다.

"스님을 뵙게 되니 , 온실에서 자란 꽃 처럼 나약하신것 같기도하고 야생에서 자란 들풀 같기도 하신데 어느쪽이신가요?..." 

" 비움과 채움, 흑과 백 진함과 묽음 이라는 단순한 대조속에 참으로 많은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불교입니다.  '있는 듯 없는듯 물속의 달 같이' 나는  꽃이기도 하고 들풀이기고 합니다."라고 단순명료하게 대답하신다. 

 

헤어질때 즈음 현재 동국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스님 말씀에  깜짝 놀랐다. 스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 스님과 처음 만남의 장소를 그림 전시장으로  선택한 것은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과 마음의 연결일까?

색체의 마술사 '사걀 한국 전시회'를 함께 관람하고 싶다고 하니 "조계사 오기전 까지 미술관 순회가 개인적인 행복감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조계사 포교일에 전념하고 싶다. 하지만 여유롭고 편안하고 안정이 오면 언제든 조계사 불자님들과 함께 미술관 순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산을 받쳐드신  스님은 가던 길 멈추고  "변화는 힘들고 어렵지만 변화를 통해 불자님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고 하시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인사동  보도 블럭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에  어지러운 마음도 함께 씻겨 내린다.  물살에 깎기는 빗소리에서 이루마  피아노 연주곡 [Kiss The Rain]이 들리듯 ...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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